<한수원 비리, 어디까지①> 뇌물은 기본 음주운전에 마약까지…징계는 주의 경고에 그쳐
스크롤 이동 상태바
<한수원 비리, 어디까지①> 뇌물은 기본 음주운전에 마약까지…징계는 주의 경고에 그쳐
  • 방글 기자
  • 승인 2013.10.21 13: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제남, “한수원 3년간 직원 6명 중 한 명 부정행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방글 기자)

▲ 한국수력원자력이 '비리백화점'이란 오명을 안게 됐다. ⓒ뉴시스

‘원전비리’, ‘도덕적 해이’, ‘안전불감증’, ‘비리백화점’…모두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을 지칭하는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10월 14일 국감이 시작되자마자 의원들은 “한수원이 그동안 비리에 물들어 있었다. 자정노력이 필요하다”며 한수원을 향한 질책을 쏟아냈다.

지난 1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김제남(정의당) 의원이 한수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연도별 부패공직자 현황자료 및 행동강령 운용실적에 따르면 2010년부터 올해 6월까지 한수원 직원들의 징계 내역은 △파면 1건 △해임 41건 △정직 20건 △감봉 45건 △견책 62건 △주의·경고·훈계 등 1245건이다.

김 의원은 “한수원 직원이 최근 3년간 평균 8500명이었다고 가정하면 직원 6명 당 한 명 꼴로 각종 비리를 저지른 셈”이라고 말했다.

<시사오늘>은 국민을 불안하게 떨게하고 있는 한수원에서 최근 1년간 일어난 각종 비리를 파헤치고, 3주간 이어지는 국감에서 새로이 드러나는 문제점에 대해서도 정리한다.

◇ 2012년 7월 ‘금품수수’

지난해 7월 원자력발전소 운영과 관련한 한수원 임직원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당시 한수원을 수사한 울산지검은 임직원 22명을 비롯해 31명을 구속하고 1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울산지검에 따르면 한수원 직원 23명은 총 22억2700만 원에 이르는 뇌물을 수수했다. 일인 평균 9800만 원을 수수한 셈이다.

이들은 납품가격을 부풀리는 것을 묵인해주거나 납품업체 관계자에게 골프채를 제공받는 등의 수법으로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한수원은 ‘도덕적 해이’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 2012년 8월 ‘이슬람 국가서 음주운전…국제적 망신’
 
이어 8월에는 아랍에미레이트(UAE) 원전 수주로 현지에 파견된 직원 4명이 만취상태에서 운전을 하다 적발됐다. 음주가 금지된 이슬람 국가에서 벌어진 일로 큰 충격을 안겼다. 특히  사건 당시 현지 경찰에 행패를 부려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됐고, 업무현장에 장기간 출입정지를 당하는 등의 사실도 알려지며 국제적 망신을 샀다.

◇ 2012년 9월 ‘비리 폭탄’

지난해 9월에는 한수원이 비리 폭탄을 맞은 달이다. 한수원 직원이 교육생에게 평가문제를 유출하는 조건으로 포상금을 나눠갖었는가 하면 원전 소방대원 2명이 마약 상습투약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하지만 한수원은 경고와 주의 등 경징계 처분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다소 충격을 안겼던 공기업 직원의 마약사건 때도 소방대원에게도 약물복용 검사와 정신건강 검직을 실시하겠다는 대책을 내놓는 데 그쳤다.

사표를 제출한 간부 178명에게 4달간 월급을 지급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들은 심지어 추석상여금까지 받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사표가 수리되지 않아 넉달간 지급된 급여는 총 75억4200만 원에 달했고, 1인 평균 월급여는 평균 1000만 원이 넘었다.

한수원 측은 “김종신 전 사장이 해임되면서 3개월 이상 사장 자리가 비어 사표를 수리할 인사권자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민주당 이낙연 의원은 “사표를 제출하고도 급여까지 챙긴 것은 국민적 공분을 피하기 위한 쇼에 불과했던 셈”이라고 질타했다.

◇2012년 11월 ‘품질검증서 위조’

11월 초에는 품질검증서가 위조된 부품이 원전에 대량 공급된 사실도 밝혀졌다.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원전에 미검증 부품이 무려 10년이나 공급됐다는 점에서 굉장한 사건이었다. 납품업체들은 10년간 해외 품질검증기관이 발급한 것처럼 60건의 품질검증서를 위조해 총 7682개의 부품을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수원은 자체적으로 지정한 해외 품질검증기관에서 발급한 검증서로 안전성을 확인한 뒤 부품을 구매하지만 품질검증기관에 검증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는 데서 비난을 받아야 했다.

당시 영광 3·4·5·6호기와 울진3호기 등 5기에 사용된 미검증 부품은 5233개로 각각 △31개 △ 20개 △2547개 △2590개 △45개가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한수원은 △납품비리 △고장으로 인한 가동 중단 등의 문제도 일으켰다.

◇ 납품비리

원자로가 있는 격납건물 내부에 있는 배관 등에 보온재를 설치할 때에는 내진·내열 등의 성능 점검을 거쳐 인증된 특수 보온재를 스테인리스 케이스로 감싼 후 2중 클립으로 고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한수원 소속 감독관은 보온재 시공업체가 일반 보온재 사용을 묵인하는 대가로 3년6개월 동안 총 4억5200만 원을 수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 고장으로 인한 가동 중단

지난해 국내 원전은 고장으로 인해 9번이나 가동을 중단했다(11월 초까지). 가동 중단 일수는 총 58일에 달했고 월성 1호기는 1월·9월·10월에 거쳐 3차례나 고장이 발생했다. 고장으로 인한 점검과 재가동 승인에 소요되는 시간 역시 늘 수밖에 없었다.

이같이 고장으로 인한 가동 중단이 한 해 9차례나 발생하자, 예방 정비작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한수원은 “원전 고장이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결국 한수원에는 ‘안전불감증’이라는 수식어도 따라붙었다.

비리는 올해도 이어졌다.

◇ 2013년 1월 '부모 팔아 휴가 간 한수원 직원'

지난 1월에는 부모 회갑이라고 속여 12일간 휴가를 다녀온 직원이 발각됐다. 그는 회사에서 지급하는 경조금까지 챙겨 휴가를 떠났지만 한수원은 경조금을 회수하는 것으로 처벌을 대신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수원 내에서 일어난 비슷한 사례도 있다. 지난 2011년 7월, 한수원의 또다른 직원은 부모의 회갑이라고 속여 20일간의 휴가를 즐긴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까지 한수원 아랍에미리트 원자력본부에 파견돼 품질보증 업무를 한 이 직원은 16일간의 정기휴가와 함께 4일간의 경조휴가를 얻어 20일간 한국을 다녀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직원은 올해 4월과 5월에도 형 결혼과 부친 칠순을 이유로 또다시 경조휴가를 신청했지만 이미 경조휴가와 경조금을 받아간 사실이 발각돼 감봉의 징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한수원은 비리와 함께 총체적 부실을 맞게 됐다는 평가를 받게됐다. 특히 비리를 저지른 직원에 대한 징계 수위가 낮아 ‘개선할 생각이 없다’는 비난도 나온다.

취임식서 고개 숙인 조석 사장

▲ 국감 출석한 조석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뉴시스

지난 9월 취임한 조석 사장은 취임과 동시에 고개를 숙이고 사죄해야 했다.

그는 취임사에 앞서 “한수원에서 발생한 많은 문제로 국민들게 많은 걱정을 끼쳐 드리고, 발전소 정지로 전력수급에 차질이 생긴 점에 대해 깊이 머리 숙여 사과 드린다”며 “조직·인사혁신·문화개혁 등 3대 혁신 운동을 적극 추진해 추락한 한수원의 신뢰를 회복하고 재도약 기반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수원은 21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3대 혁신정책을 기조로 열심히하려 하고 있다. 신뢰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담당업무 : 재계 및 정유화학·에너지·해운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생각은 냉철하게, 행동은 열정적으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