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사로의 그림통해 겨울의 기운을 털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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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사로의 그림통해 겨울의 기운을 털어내자”
  • 최혜화 기자
  • 승인 2009.03.06 1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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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추위가 물러간 요즘 제법 눈이 부신 햇볕은 곧 봄이 올 것임을 알려준다. 봄의 연녹색 풍경과 따사로운 빛에 어울리는 그림은 어떤 것이 있을까? 많은 미술애호가들은 이와 같은 물음에 자연스레 빛의 화가들, 즉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을 떠올릴 것이다.
 
현재 고양 아람미술관에서는 ‘피사로와 인상파 화가들’ 전이 열리고 있다. 국내에 여러 차례 인상파 화가들의 전시가 소개되었지만 피사로의 작품세계를 중심으로 살펴본 전시는 ‘피사로와 인상파 화가들’ 전이 처음이다. 이 전시는 인상파의 거장 카미유 피사로(Camille Pissarro, 1830~1903)를 집중 조명하고, 그와 영향을 주고받았던 인상파 화가 19명의 작품 90점을 함께 전시한다. 르누아르, 밀레, 코로 등의 인상파 화가들은 물론 화가로 성장한 피사로의 아이들의 그림까지 볼 수 있어 피사로를 중심으로 한 전후좌우의 영향을 살필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     © 시사오늘

피사로, 인상파 화가들의 정신적인 멘토
 
피사로가 활동했던 1870~80년대, 인상파의 작품들은 당시 벽지의 프린트된 무늬에 비교될 정도로 환영받지 못했다. 피사로, 모네, 그리고 르누아르 등은 살롱 출품을 단념하고 자기들의 작품을 공개하기 위해 1874년 제1회 인상파전을 개최한다. 인상파전은 최초로 개최된 이후 항상 불화와 분열이 이어졌는데, 피사로는 8회에 걸친 인상파전에 한번도 빠지지 않고 참여한 유일한 사람이다. 피사로는 사회적 멸시 속에서도 새로운 미술을 개척하고자 했던 인상파 화가들을 그의 곧은 신념으로 자상하게 이끌었다. 이 때문에 피사로는 인상파 화가들에게 정신적인 멘토가 되었고 인상파의 아버지로 불렸다.
 
피사로를 중심으로 미술사적 흐름을 보여주는 교육적인 전시
 
‘피사로와 인상파 화가들’ 전은 총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1부는 피사로에게 영향을 주었던 동시대의 화가들을 조명하고, 2부는 피사로의 풍경화를 중점적으로 살피며, 3부는 피사로의 후손을 중심으로 피사로가 후대에 미친 영향을 볼 수 있도록 하여 자연스럽게 미술사적 흐름을 느낄 수 있다.

1부 ‘인상주의 화가 피사로와 인상파 친구들’에서는 인상파 화가들은 물론 그들에게 영향을 주었던 장 프랑스와 밀레, 카미유 코로 등의 바르비종파 화가들의 작품이 있어 주목을 요한다. 바르비종파는 파리 교외의 퐁텐블로숲 어귀에 있는 작은 마을인 바르비종의 이름을 따서 붙여졌다. 바르비종파 화가들은 인상파에 앞서 풍경에서 빛의 의미를 탐구하고 최초로 야외에서 직접 풍경을 보며 작품을 제작하였다.
 
피사로를 비롯한 인상파 화가들은 이들의 풍경화로부터 영향을 받아 좀 더 적극적으로 풍경에서 빛의 의미를 연구하기 시작한다. 1부 ‘인상주의 화가 피사로와 인상파 친구들’에서 주목해 볼 인상파 작품으로는 순수한 풍경화를 많이 남기지 않았던 마네의 귀한 풍경화 한 점과 르누아르 만년의 작품을 들 수 있다.
 
▲     © 시사오늘
 
2부는 ‘피사로가 본 풍경과 전원생활’이다. 2부에서는 본격적으로 피사로의 작품세계가 구축되어가는 과정을 조명한다. 초기의 피사로는 코로의 자연주의 풍경화에서 보이는 안정적인 구도로 잔잔한 전원 풍경을 그린다. 작은 마을의 자연 풍경을 그린듯한 피사로의 풍경화는 19세기의 변화하는 파리의 도시 풍경을 선택했던 다른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과 구별된다.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했던 피사로는 인상파전이 막바지에 다다랐을 때 조르주 쇠라, 폴 시냐크와의 만남을 계기로 색 점을 찍어 그림을 완성하는 신인상주의 양식의 작품을 제작하기도 한다.
 
피사로가 후기에 제작한 풍경화는 쉼표를 찍는 듯한 잔잔한 붓 터치를 사용하여 빛에 의해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을 그렸다. 전시작 가운데 단연 빛나는 작품인 <비오는 날의 튈르리 정원>(1899)은 파리의 유명한 정원에 비가 내리는 하늘의 모양이 훌륭하게 표현하였다. <비오는 날의 튈르리 정원>과 같은 피사로의 풍경화에서는 빛에 의해 빠르게 변하는 대기의 변화를 포착하려는 성실한 관찰자의 태도가 엿보인다.

전시의 구성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3부 ‘피사로의 가족’이다. 제목으로는 피사로가 그린 가족의 그림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피사로가 그린 가족 그림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화가로 자라난 피사로의 아이들의 그림까지 함께 전시하여, 아버지이자 그림 스승으로서 피사로의 역량을 확인할 수 있다.
 
▲     © 시사오늘

 
피사로는 인상파의 아버지로 불릴 만큼 열정적으로 인상파를 이끈 동시에 혼신을 다하는 교육자이기도 했다. ‘스승’으로서의 곧고 인자하며 온화한 그의 성품은 피사로가에 많은 재능있는 예술가를 탄생시키는 역할을 한다. 특히 영국에서 활동한 아들 루시앙(1863~1944년)에게 보낸 수많은 편지에는 그의 가족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엿보이며, 아들의 작업에 대한 세심한 지도의 흔적이 따뜻하게 담겨있다.
 
본 전시에서는 피사로와 아들 루시앙이 주고받은 편지들 가운데 몇 점을 인쇄하여 관람객이 가지고 갈 수 있도록 한다.
 
싱그러운 풍경과 따뜻한 빛을 담아낸 피사로의 그림을 통해 움츠렸던 겨울의 기운을 털어내고 봄을 미리 맞이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피사로와 인상파 화가들’ 전 3월 25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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