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의 유머와 예능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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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의 유머와 예능 출연
  • 윤명철 기자
  • 승인 2013.11.13 2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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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김현철, “정치인이 퍼포먼스나 말 잘한다고 소통이 되는 것 아니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명철 기자)

몇 년 전 밥 돌 전 미 상원의원이 유머의 수준에 따라 역대 미 대통령 43명을 평가했다. 최고의 유머리스트는 에이브러햄 링컨, 2위는 로널드 레이건, 3위는 프랭클린 루즈벨트 등이다. 특히 임기 내내 잦은 실수로 인기가 없던 조지 부시 43대 대통령은 미국에서 가장 위트 넘친 아내 곁에 있는 축복을 누렸던 대통령이라고 평가받았다.

밥 돌 전 상원의원은 “대통령의 유머감각은 통치력에 버금가는 요소로 평가되며 가장 성공적이었던 지도자들은 통치력과 유머감각 두 가지 모두를 과시했다. 세계에서 가장 스트레스가 많은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데 웃음은 감정적인 안전밸브”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가장 위대하고 가장 재미있었던 우리들의 대통령은 링컨이며, 레이건은 배우로서 위트넘치는 말을 하는 타이밍을 결코 놓치는 법이 없었다”고 호평했다.

실제로 미국 국민들은 대통령들의 유머감각을 겸비한 리더십에 열광한다. 또한 탁월한 유머감각을 가진 대통령이 가장 존경받는 정치인으로 추앙받는다. 링컨과 레이건이 바로 그 인물들이다. 몇 년 전 부시 전 대통령의 아내 로라 여사는 백악관 출입기자들과의 만찬장에서 “나도 남편(부시 대통령)이 9시에 잠들고 나면 텔레비전 앞에 앉아 <위기의 주부들>을 즐겨보는 '위기의 주부'이다"고 밝혀 기자들을 초토화시켰다.

특히 레이건 대통령은 암살자에게 총을 맞아 생사의 기로에서도 그 만의 특유의 유머로 국민을 안심시켰다. 그는 1981년 정신이상자의 총에 맞았다. 그는 수술실에 들어온 의사들에게 “당신들이 전부 공화당원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해 긴장한 수술진들을 안심시켰다. 당연히 레이건의 지지율은 급상승했다. 지지율이 떨어졌을 때에도 레이건의 유머는 빛을 발했다. 다음해 지지율이 30%까지 내려갔다. 재선가도에 빨간 불이 켜지자 참모진들은 우울했다. 하지만 레이건은 단 한마디로 그들을 위로했다. “다시 한 번 총 맞으면 된다.”  2년 후 레이건은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재선에 성공한다.

우리 정치인들을 보자. 최근 한 케이블 방송의 예능 프로그램에 정치인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요즘 대세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과 DJ정권의 핵심 실세였던 박지원 민주당 의원 등 국민들에게 잘 알려진 정치인들의 얼굴이 보인다. 여·야 의원들이 짝을 이뤄 퀴즈도 풀고 댄스경연도 벌인다.

해당 프로그램 제작진은 '세계 최초 여·야 커플버라이어티 비무장 정치쇼'라며 '국민들에게는 통쾌함을! 국회의원들에게는 맷집을!'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웠다. 시청률도 꽤 나오는 편이다. 국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무명의 국회의원들에게는 인지도를 높이는 좋은 기회다. 거의 무명에 가까웠던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적이다. 대부분 정치인 이라기보다는 연예인에 가까운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세간의 평가는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정치인이 친근한 모습으로 다가오는 것이 거리감을 줄여준다'는 좋은 평가를 내린다.

하지만 반대의 목소리도 있다. YS 정권의 컨트롤 타워였던 김현철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특임교수는 최근 한 대학의 강연을 통해 정치인들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에 대해 쓴소리를 던졌다.

김현철 교수는 “정치인들이 예능프로그램에 나온다고 소통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정치인들이 예능프로그램에 나와 넥타이 메고 빼빼로 과자 먹고, 연예인처럼... 정치인은 각자의 역할 맞게 과거 현재 미래를 꿰뚫어 볼 수 있는 혜안을 가져야 한다. 퍼포먼스나 말 잘한다고 소통이 되는 것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국민들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서울에 사는 40대 주부는 “국민들은 경기 침체로 고달픈 삶에 지쳐 있는지 오래 됐다. 정치인들이 국회에서 고함지르고 욕하고 싸울 때는 언제고, 예능프로그램에 나와서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함께 웃고 떠들고 춤추는 모습을 보면 기가 막힌다”면서 “거꾸로 국회에서 서로 웃으며 진지하게 국가 정책을 의논하는 모습이 정말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국정 현안을 논하는 자리에서는 상대방을 헐뜯고 조롱한다. 때로는 심지어 주먹까지 날리는 국회의원들이 예능프로그램에 나와 함께 웃고 춤춘다고 소통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정치인들이 긴박한 정치현장 속에서도 여유 있는 유머로 민생현안을 해결해 준다면 국민들에게 진정성이 전달될 것이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바로 거기에 있다.

 

 

담당업무 : 산업1부를 맡고 있습니다.
좌우명 : 人百己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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