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를 이끄는 유령마차…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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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를 이끄는 유령마차…진실은?
  • 윤진석 기자
  • 승인 2013.11.15 1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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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을 둘러싼 사건 일지로 본 '박근혜 정부 1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진석 기자)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베일에 가려있던 국정원이 정국의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이와 관련 지난 12일 민주당과 민주정의당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진상 규명을 위한 특검 도입을 촉구했다. 더는 검찰의 수사를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국정원과 검찰을 둘러싼 주요 사건 정리를 통해 왜 이런 요구가 생긴건지 되짚어 봤다.

박근혜 출범 후 3월 2일 남재준 국정원장이 내정됐다.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민주당은 국정원 여직원 김씨를 증인으로 채택하자고 요구했다. 김씨는 지난해 대선 기간 인터넷 상에서 16개의 아이디를 동원해 정치사회 관련 120개의 댓글과 찬반 투표로 여론을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었다. 경찰이 이 같은 수사 결과를 알린 건 박근혜 정부 출범 전인 1월 초였고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이 재점화되는 순간이었다. 

국정원 의혹 확산

2월 3일은 국정원 여직원을 수사하던 실무 책임자인 권은희 전 서울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 수사 종결을 앞두고 다른 경찰서로 자리를 옮기게 되면서 찍어내기 논란을 낳았다. 사건 수사를 놓고 경찰 수뇌부와 마찰을 빚어 마무리 시점에 교체를 시킨 게 아니냐는 거였다. 2월 6일 민주당은 국정원 사건 축소 왜곡 도마에 오른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직권남용, 공무원 위반 등 혐의로 고발했다. 국정원도 이에 맞서 2월 20일 내부 기밀을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는 국정원 전현직 직원을 고발했다.

남재준 내정자 인사청문회는 3월 18일 중단 된 후 20일 속개했다. 당시 여직원 김씨와 관련자들에 대한 증인 채택은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반대로 무산됐지만 민주당의 요구 끝에 국정원의 불법 선거개입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를 조만간 열기로 여야가 합의했다.

이 기간 민주당 진선민 의원은 국정원 인트라넷에 게시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지시가 담긴 내부 문건을 공개했다. 진 의원은 이후에도 국정원 문건으로 추정되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정치적 영향력을 제압해야 한다는 취지의 문건(5월 15일)에 이어 좌파의 등록금 인하 주장의 허구성을 전파해야 한다는 내용의 문건(5월 19일)을 추가로 공개했다.

경찰 "국정원 사실상 정치 개입"
권은희 "김용판 축소 은폐 지시"

3월 19일은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가, 3월 21일은 참여연대와 민변 등이, 그리고 4월 1일에는 민주당이 각각 명예훼손, 공직선거법 위반, 국정원법상 정치관여금지 및 직권남용 위반 등 혐의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고발했다. 4월 5일 경찰은 일부 국정원 직원이 사실상 정치에 개입했다는 수사를 발표했다. 이는 같은 날 윤석열·박형철 부장검사 등 10여 명의 특별수사팀이 꾸려지는 계기가 됐다.

4월 19일에는 권은희 수사과장이 국정원 직원의 대선개입 의혹 사건 수사와 관련해 김용판 당시 서울경찰청장이 수사 축소 은폐를 지시했다고 주장해 큰 파문을 일으켰다. 수뇌부의 부당한 개입 의혹이 커진 가운데 특수팀은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사건을 넘겨 받는 것을 시작으로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수사를 착수했다. 그러자 새누리당은 "야당이 국정원 여직원을 감금하고 인권유린 한 불법 사항에 대해서도 수사해 달라"고 촉구했다.

윤석열 팀장이 이끄는 특별수사팀의 수사는 순조로운 듯 보였다. 4월 27일~5월 17일 동안 원세훈 전 국정원장, 김용판 전 서울청장,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 전 국정원 심리정보국장 민씨, '오늘의 유머' 사이트 운영진, 수사 은폐·축소 의혹 관련 이광석 전 수서경찰서장 등을 소환조사됐다. 특수팀은 서울경찰청 압수수색 외에도 국정원 관련 기밀을 공개한 전직 직원 김모씨와 장모씨 등 3명에 대해서도 자택 압수수색을 벌였다.

황교안의 검찰 외압 의혹

그러던 중 6월 3일 황교안 법무부장관의 검찰에 대한 외압 의혹이 정국을 강타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사실상의 수사를 마친 특수팀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 국정원법 위반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모두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기소하지 말라며 영장 청구를 막는 등 압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40여일 간의 수사를 통해 원 전 원장의 지시에 따라 옛 심리정보국 직원들이 수백개의 아이디를 사용해 1만여건에 가까운 대선 및 정치 개입 사이버 활동을 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와 함께 경찰이 국정원 여직원 김씨의 불법 대선 개입 활동을 확인하고도 김용판 당시 서울경찰청장의 지시로 수사 결과를 허위로 발표한 사실 역시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국정원 고위 간부들이 국정원 댓글 수사 관련 김용판 당시 서울경찰청장과 수시로 연락을 취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민주당 국정원 선거개입 진상조사특위 위원장인 신경민 의원은 6월 10일 황교안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한 국회대정부질의에서 "곽상도 청와대 민정수석이 검찰 수사팀에 전화해 '니들 뭐하는 사람들이냐, 이런 수사를 해서 되겠느냐'고 힐난하고 빈정거린 것으로 알고 있다"며 "(수사)개입 아니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하지만 황 법무부장관은 이에 대해 "모르는 사안"이라고 부인했다. 

특수팀 "원세훈·김용판 불구속 기소"
남재준, 국정조사 앞두고 대화록 공개

6월 14일 특수팀은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한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검찰은 "국정원의 정치 관여 행위"로 본다며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청장 등을 불구속 기소하는 한편 SNS 정치관여 정황 등은 추가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 대선 기간 국정원 직원들이 원 전 원장의 지시를 받아 수백개의 아이디를 동원해 특정 후보를 지지·반대하는 댓글 1760여건과 댓글에 대한 찬반 표시를 올렸다고 말했다. 또 이 가운데 67개댓글이 선거 개입과 관련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국정원 직원이 작성한 글 가운데 검찰이 밝혀낸 선거관련 댓글은 3.8%에 불과했다"고 폄하했다. 그럼에도 검찰 수사에 대한 외압 의혹, 국정원 대선 개입 정황 증거들이 속속 드러난 데 따른 국정원 개혁 촉구 확산을 잠재우진 못했다.

그로부터 10일 뒤인 6월 24일 남재준 국정원장은 실정법을 위반하면서까지 2007년 故노무현 전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사본을 일방적으로 공개했다.

이 시기는 민주당이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한편 새누리당이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서해북방한계선) 포기 여부 사실 확인을 위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도 동시에 공개해야 한다고 맞서는 상황이었다. 2012 대선의 핵폭탄과도 같았던 NLL 논란은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과 김무성 의원 등이 지난 대선 기간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정일을 만나 NLL 포기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던 사건으로 박근혜 출범 후 줄곧 잠잠하다가 국정원 사건이 커지자 새누리당이 다시 들고 나온 쟁점이었다.

이처럼 여야가 국정조사와 대화록을 둘러싸고 옥신각신하는 중 국정원에서 직접 8쪽 분량의 발췌본과 100쪽 가량의 대화록 사본을 들고 국회를 방문한 것이다.

새누리당은 "남재준 원장의 고심어린 결단"이라며 사본을 수령했고, 민주당은 남 원장에 대한 법적대응에 나서는 등 국정원의 정치관여 및 국기문란 행위에 대해 강력 비판했다. 지난 대선 후보였던 민주당 문재인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국정원이 불법으로 불법을 덮으려 한다. 대통령 직속기관인 국정원이 청와대의 지시나 허락없이 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하지만 남재준 국정원장은 청와대와의 교감은 없었다며 "야당의 공격과 왜곡으로부터 국정원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단독 행위로 대화록을 공개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순식간에 불붙은 NLL 쟁점, 진실 가린 국조

정국은 순식간에 NLL 쟁점으로 옮겨졌다. 그러나 공개된 대화록에서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에 대한 결정적 발언은 확인되지 않았고, 여권과 보수진영은 곤경에 처했지만 그럼에도 포기 늬앙스로 해석된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이 가운데 국정원을 규탄하는 촛불집회가 6월 29일 1차를 시작으로 확산되는 한편, 7월 2일에는 국정원에 대한 국정조사가 여야간 진통 끝에 개회했다.

원래 국조는 이날부로 8월 15일까지 45일 간 열릴 예정이었지만 중간에 난항을 거듭, 8월 23일 종료됐다. 새누리당이 국정원 여직원 인권 침해 의혹을 제기하며 민주당 진선미·김현 의원의 제척을 주장한 데 이어 민주당 홍익표 의원의 '귀태'발언을 문제 삼아 "대선 불복"이라며 10여일가량 넘게 국조를 보이콧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53일간 진행된 국조는 용두사미, 반쪽 국조라는 지적을 받고 끝났다. 국정원의 증거 인멸 의혹이 제기된 한편 핵심 증인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증인 선서 거부, 김무성·권영세 의원 등 박근혜 후보 캠프 관계자들 출석 거부, 가림막 안에서 답변한 국정원 여직원의 진술 번복 등이 국정원 사건을 규명하는 데 있어 걸림돌로 작용했던 까닭이다.

지난 대선에 출마해 민주당과의 단일화 경선 후 후보직을 사퇴했던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기대가 무너진다"며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을 밝히고 국정원 개혁으로 이어지는 청문회여야 하지만 증인석에 앉은 원 전 원장과 김 전 청장은 증인 선서를 거부했다. 야당 의원들의 질문에는 단문이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로 일관했다"고 꼬집기도 했다.

같은 기간 정치권에 불어닥친 국가기록원 내 대화록 실종 미스터리를 둘러싼 진실공방전도 국정조사에 대한 관심을 희석시키는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김기춘 비서실장 임명
민주당 투쟁 첫날 이석기 사건 정국 강타

이 기간인 8월 5일 청와대에서는 김기춘 전 법무부장관을 수석비서실장에 임명했다. 김기춘 비서실장이 1972년 유신헌법 초안 작성에 관여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정치권 안팎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유신스타일로 회귀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쏟아냈다. 김 비서실장은 노무현 정부 당시 대통령 탄핵을 주도한 인물이기도 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러시아·베트남 순방을 앞두고 있던 8월 28일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진다. 국정원이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에 대해 내란 예비음모 및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적용, 압수수색을 실시한 것이다. 이날은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 촉구를 기치로 서울광장 천막당사에서 장외투쟁을 시작하는 첫날이기도 했다. 한순간에 정국은 "이석기 사태"로 뒤덮였고 이 기세를 몰아 종북 프레임을 내세운 새누리당은 지난 총선에서 통진당과 야권연대를 했던 민주당 책임론을 제기하며 압박수위를 높여나갔다.

이석기 의원이 전격 구속된 다음날인 9월 6일은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수사의 총책임자였던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에 대한 조선일보의 혼외아들 의혹 보도가 나간 날이다. 이후 황교안 법무부장관은 현직  검찰총장에 대해 사상유례없는 사생활 관련 감찰지시를 내렸고, 심리적 압박을 느낀 채 총장은 13일 자진사퇴하기에 이른다.

채동욱 사태…검찰 흔들기 논란

이를 두고 민주당은 "청와대와 국정원의 검찰 흔들기의 결과"라며 "국정원 국기문란 사건 진실 규명을 방해하는 그 어떤 책동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에 초점을 맞춰 "사의 표명에 대해 근거 없는 소문들이 퍼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진실이 하루 빨리 밝혀져야 할 것"이라며 "채 총장과 관련된 (조선일보와의)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법원은 공정한 판단으로 조속히 의혹을 규명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해외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박근혜 대통령은 9월 16일 여야 3자 회담에서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관련 "지난 정권에서 일어난 일"이라며 "국정원에 지시한 일은 물론 도움 받은 일도 없다"고 못 박았다. 또 채 전 총장에 대한 법무부장관의 감찰지시에 대해서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며 법무부의 진상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채 전 총장에 대한 사표 수리를 하지 않겠다고 언급했다.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진실 규명이 NLL·이석기·채동욱 사건과 맞물리면서 오리무중 되어갈 때 쯤인 9월 23일 서울고등법원은 국정원 댓글 사건의 지휘라인이었던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과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도 기소하라고 명령했다. 국정원 직원들을 상대로 제기한 민주당의 제정신청을 받아들인 것으로, 법원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유죄 심증을 갖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면서 이를 계기로 검찰의 국정원 수사는 다행히 탄력을 받게 된다.

새누리 "채동욱과 민주당 커넥션"
민주당 "청와대와 조선일보 커넥션"
정의당 "국정원, 4월부터 대화록 공개 준비"

기초노령 공약 수정 논란으로 청와대가 수세에 몰려 있던 9월 28일 청와대는 황 법무부장관의 건의를 받고 채 전 총장에 대한 사표를 수리한다. 이후 9월 30일 오전 11시 채 전 총장은 검찰총장 퇴임식 자리에서 "정의를 향한 초심만큼은 잃지 않으려 애썼다. 정의는 반드시 이기는 날이 온다"는 퇴임사와 함께 "부끄럽지 않은 남편과 아빠로 살아왔다"고 강조했다. 그로부터 몇 시간이 흐른 같은 날 오후 4시 TV조선은 혼외아들 의혹의 중심에 있던 임 여인 집 가정부의 발언을 공개하며 "채동욱의 혼외아들 맞다"고 단독 보도, 채 전 총장의 사생활 흠집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10월 1일 민주당 신경민 의원은 국회 긴급 현안 질의에서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이중희 민정비서관에게 채동욱 파일을 주고 난 이후 8월 중순의 행적이 드러났다. 곽 전 수석은 이 정보를 들고 조선일보 편집국장을 만나 '채 총장은 내가 날린다'고 했다"며 청와대와 조선일보의 커넥션 의혹을 제기했다. 반면 새누리당 권선동 의원은 "채동욱과 민주당의 모종의 커넥션이 의심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또 전날에는 진보정의당 서기호 의원이 "국정원이 대화록 공개 두달 전인 4월부터 국가기록원과 법제처에 공문을 보내 대화록 열람·공개 절차를 문의했다"며 "국정원 개혁 요구를 물타기하려고 대화록을 공개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고 주장하기도 해 정치권 안팎의 눈길은 다시금 국정원과 청와대에 쏠렸다.

檢, "이지원 삭제 흔적 확인"
與 "대화록 녹음파일 공개" vs 北 "朴 방문 발언도 공개"

10월 2일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및 실종을 수사 중이던 검찰은 느닷없이 "봉하 이지원에서 '대화록 이지원 삭제' 흔적 확인"을 했다고 발표했고, 청와대는 "사초 실종은 국기문란"이라는 입장을 전해 왔다. 검찰 수사가 종료되지 않은 시점에서 속보를 다루듯 중간 수사 발표를 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이것 역시 물타기 아니냐며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했다. 특히 이날은 김무성 의원의 여 기자 성추행 의혹이 언론에 크게 보도되면서 '성누리당'이라는 비난이 쏟아진 날이기도 해 물타기 의혹은 더욱 커졌다는 지적이다.

어찌 됐든 NLL 문제는 다시금 이슈 전면에 부각됐고, 급기야는 국정원이 공개했던 대화록 사본과 대화록 원본은 다를 수 있다는 의문이 제기된 가운데 NLL 포기 발언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2007 남북정상회담 당시의 대화록 원본 파일을 공개해야 하느냐 여부가 뜨거운 쟁점으로 부각됐다.

10월 8일 남재준 국정원장은 "국회에서 적법적 절차에 따라 요청을 하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음원파일을 공개하겠다"고 발언한 데 이어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도 "녹음파일을 공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본 파일이 공개되면 김정일의 육성이 공개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 같은 소식을 접한 북한은 "우리 최고 존엄에 대한 우롱"이라며 북한을 방문한 바 있던 박근혜 대통령과 여권 인사들을 겨냥해 "우리 역시 남조선 위정자들과 특사들이 우리에게 와서 비위를 맞춘 소리를 한데 대해 전면 공개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엄포했다.

이후 새누리당은 "녹음 파일 공개는 신중해야 한다"며 돌연 태도를 바꿨다.

군 사이버 사령부 대선 개입?
윤석열 관련 "외압" vs "항명"

NLL 논란으로 잠잠했던 국정원 개혁 화두가 다시금 고개를 든 건 10월 14일 군 사이버사령부의 대선 개입 의혹이 터지면서부터다. 민주당 안규백 의원실이 확보한 자료와 한겨레 취재 결과 사이버사령부 소속 군인과 군무원 등 3명이 지난해 총선부터 대선 기간 트위터와 블로그에 300여건의 정치 관련 글을 올린 게 확인 된 것이다.

10월 16일~17일에는 국정원 사건을 맡은 윤석열 수사팀장 등 검찰 특수팀이 국정원 직원 4명에 대한 체포영장을 신청하고, 이들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을 한 데 이어 직원 3명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면서 국정원 규명은 급물살을 타는 듯했다. 하지만 같은 날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이 윤 팀장이 체포영장 집행 등과 관련해 상부에 결재라인을 거치지 않았다며 윤 팀장에 대한 직무배제 명령을 내렸다.

10월 18일 윤 전 팀장이 수사팀에서 배제된 상황이었지만 특수팀은 기존 계획대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혐의에 선거개입 부분을 추가하는 방향으로 공소장을 변경, 트위터 5만여 건을 공개했다. 이에 새누리당은 "검찰 수사를 지켜보자"는 기존의 입장과는 상반된 태도를 보이며 "검찰 수사를 못 믿겠다. 검찰권 남용"이라고 반발했다.

윤석열 찍어내기 의혹이 제기된 10월 21일 윤 전 팀장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국정원 수사 관련 상부에 보고했다고 주장하며 서울지청장 등 상부의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했고, 이로써 항명 논란과 함께 수사 외압 의혹은 한층 커졌다.

같은 날 상황을 지켜본 안철수 의원은 윤석열 국정원사건 특별수사팀장의 복귀가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 특검을 통해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진실을 규명하고, 수개월째 소모적 공방으로 치닫는 국정원 사태의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11월 2일 박근혜 대통령은 6박 7일 일정으로 서유럽 순방을 떠났고, 11월 4일 안철수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윤 전 팀장이 끝내 복귀되지 않았다며 국정원 사건 진실 규명을 위한 특검 도입을 요구했다.

윤석열 중징계 vs 조형곤 무혐의
野 "특검 도입"촉구와 김무성의 "찌라시"파문  

11월 5일 법무부는 사상 초유의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안을 헌법재판소에 제출, 종북 논란은 다시금 이슈를 점령했다. 하루 뒤인 11월 6일 민주당 문재인 의원은 NLL대화록 실종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공개 소환됐다. 민주당은 이에 검찰이 문 의원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반면 대화록 유출 의혹을 받고 있는 김무성·권영세 의원에 대해서는 서면조사로만 그친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검찰의 편파적 수사를 맹비난했다.

같은 날 특수팀은 국정원 직원 4명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고, 특정 후보에 대한 트위터 글 작성 여부 등을 추가로 조사했다. 이틀 후인 11월 8일은 대검찰청 감찰본부에서 윤석열 전 팀장에 대해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결정한 소식이 전해졌다. 이에 민주당은 정기국회 보이콧 선언과 함께 "지난 대선 관련 사건에 관한 한 더 이상 검찰을 신뢰할 수 없다"며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특검을 공식 요구했다.

11월 10일은 특수팀 소속 김선규 검사가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세스에 "여·야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수사했다. 실체적인 진실이 항명인가"라며 윤 전 팀장에 대한 징계철회 요구 글을 올렸다. 하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11월 11일 대검 감찰본부는 항명 의혹을 받은 윤석열 전 팀장과 박형철 부팀장에 대해서는 각각 정직과 감봉을 법무부에 청구한 반면, 수사 외압 의혹을 받은 조영곤 지검장과 이진한 2차장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다음 날 민주당과 민주정의당,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함세웅·백낙청 등 각계인사들과 함께 국정원 특검 도입을 위한 연석회의를 갖는다.  

정치검찰 논란이 정국의 핵으로 떠오르자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은 뒤늦게 자진출석 의사를 밝혔고, 11월 13일 검찰에 소환됐다. 이날 김 의원은 조사를 받기 직전 기자들에게 "대화록을 본 적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 조사가 끝난 뒤에는 대선 기간 유세 현장에서 읽은 문건의 출처를 묻는 기자들에게 "(증권가)찌라시 형태로 대화록 문건이 들어왔다"고 해명했다.

통상 사설정보지에서 국가기밀을 다루지 않는다는 점에서 결과적으로 김 의원의 발언은 대화록 유출 의혹을 더욱 부추기는 격이 됐다. 그로부터 이틀 뒤인 오늘(11월 15일) 오후 2시 검찰은 대화록 미이관 수사 관련 노무현 정부에서 대화록을 삭제한 고의가 있다고 최종 결론 내리고, 백종천 전 청와대 외교안보실장과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에 민주당은 "실체적 근거없이 의도를 가진 짜여진 각본 수사"라며 "대화록의 유출, 유통, 전문공개 등 대화록 관련 모든 것을 포함하는 특별검사제도를 도입해서 국기문란행위를 단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새누리당은 "문재인 의원은 처벌대상에서 제외됐지만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며 "민주당도 수사 결과가 나온 만큼 지금까지 주장이 헛된 것임을 인정하라"고 논평했다.

찌라시 정국을 전환하려는 게 아니냐는 일각의 곱지 않은 시선도 있는 가운데 온라인상의 일부 트위터리안들은 국정원을 둘러싼 사건들에 대해 "유령이 이 나라를 통치하고 있다"는 글을 리트윗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꿈은 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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