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그림을 볼 수 있다면 내 수명 10년을 내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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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을 볼 수 있다면 내 수명 10년을 내 주겠다”
  • 최화혜 기자
  • 승인 2009.02.12 1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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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미술거장展-‘렘브란트를 만나다’
▲     © 시사오늘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화가 중 한 명인 빈센트 반 고흐. 그가 살아생전에 가장 좋아하고 감동을 받은 화가는 누구였을까?

반 고흐는 1885년 암스테르담 국립 미술관에서 렘브란트의 <유대인 신부>를 보고 깊은 감동과 충격을 받아 "마른 빵만 먹어도 좋으니 2주일간 계속 이 그림을 볼 수 있게 해준다면, 내 수명에서 10년이라도 내어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반 고흐를 감동시킨 17~18세기 거장들의 작품

현재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서양미술거장展:렘브란트를 만나다》(이하 '서양미술거장展')는 위와 같은 일화에서 착안하여 출발한 전시이다. 《서양미술거장展》에서는 인상파 대가들의 영감의 원천이 되었던 17~18세기 거장들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전시작품들은 모두 65만 5천여 점의 소장품을 자랑하는 러시아 모스크바의 푸시킨박물관 소장품이다. 이번 전시에서 만나는 화가들은 플랑드르의 루벤스, 브뤼헐 반다이크, 네덜란드의 라위스달, 렘브란트, 이탈리아의 과르디, 파니니, 프랑스의 부셰, 푸생, 스페인의 무리요, 수르바란 등 300년 전 예술계의 유행을 이끌었던 당대 최고의 화가들이며 지금도 한결같이 거장으로 칭송받는다.

전시 구성은 76점의 회화 작품들을 '충만한 내부', '유럽적인 삶', '주연과 조연', '렘브란트 에칭 특별전', '풍경의 내면', '그림이 된 성서', '아름다움, 그 헛되고 헛된', '신을 닮은 인간의 초상', '폐허 미학' 등 주제별로 선보여 작품 감상의 집중도를 높였다. 또한 원작에서 뿜어 나오는 아우라를 체감하면서, 그림의 디테일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도록 전시장 곳곳에서 HD화질의 영상물을 상영해 작품을 입체적으로 감상하도록 한다.
 
판화의 역사를 새로 쓴 렘브란트의 에칭 26점

76점의 전시 작품 가운데 단연 백미는 렘브란트의 에칭 컬렉션 26점이다. '빛의 미술가'라고 불리기도 하는 렘브란트는 서양 미술사의 대표적인 에칭 화가로 손꼽힌다. 그는 에칭이 독자적인 예술적 장르가 될 수 있음을 미술사상 처음으로 증명했다. 렘브란트 이전의 에칭은 원판을 다량으로 복제하기 위한 기술적 방법에 불과했다. 당시 반 호그스트라텐이라는 비평가는 '판화로 작품을 출판하면, 당신의 이름은 날개 달린 듯 전 세계를 누빌 것'이라며 렘브란트에게 충고한 적이 있다.

그러나 렘브란트는 자신의 예술적 갈증을 해소하기 위한 출구로써 에칭에 집중했다. 그가 에칭을 제작할 때는 마치 목숨을 건 듯 고치고 또 고치고를 반복하며 심혈을 기울였다. 그 결과 일생 동안 렘브란트가 남긴 에칭 작품은 300여 점에 불과하다.

《서양미술거장展》에서는 렘브란트의 일생에 걸친 핵심 에칭 작품을 고르게 소개하고 있다. 이번 전시 기획에 참여한 강희경 큐레이터는 "유화의 경우는 덧칠을 통해 수정보완이 가능한 부분이 있지만, 에칭의 경우 한 획이라도 어긋나면 전체의 명암이 달라질 수 있다는 에칭의 특성을 생각하면서 렘브란트의 작품을 감상하면 관람 만족도가 배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고독과 역경 속에서 홀로 생을 마감해야 했던 렘브란트의 굴곡 진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그의 작품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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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계급의 성장을 통해 이루어진 풍속화의 등장


《서양미술거장展》은 신화적, 종교적 내용을 담고 있는 장식화와 개인의 일상과 감정, 시대상을 그린 풍속화를 동시에 만나볼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전시는 동시대 미술 수요자들간의 서로 다른 취향을 비교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17~18세기 유럽은 화려한 귀족문화가 발달하여 장식적이고 감각적인 미술 양식이 꽃을 피웠지만, 또 한편에서는 시민계급이 성장함에 따라 예술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이 변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나라가 네덜란드이다. 네덜란드는 종교개혁이 불러일으킨 위기를 무사하게 넘긴 유일한 나라였다.

물론 네덜란드의 남부지역은 구교인 스페인 왕 치하에 남았지만, 중북부지역은 독립해 신교의 중심지가 되었다. 신교를 믿는 이 부유한 상업 도시의 주민들은 남쪽지역의 호사스러운 허식을 좋아하지 않았고 교회 안에 성인들의 그림과 조각상을 두는 것을 반대했다. 이들은 새로운 미술의 수요자로 떠올랐으며, 이들이 선호한 그림은 역사, 성경, 신화와 같은 기존의 그림 주제에서 벗어나 개인의 감정과 일상, 시대상 등을 담은 풍속화였다.

《서양미술거장展》에서는 피터르 브뤼헐(1564년경-1638년경, 아들)의 사계시리즈 중 <봄:정원 가꾸지>과 <겨울:스케이트 타기>을 만날 수 있다. 피터르 브뤼헐은 시골 농부들의 떠들썩한 모습을 유쾌하게 담아내었던 16세기 네덜란드 최대의 풍속화가 피터르 브뤼헐(1525년경-1569년)의 아들이다. 비록 아버지 피터르 브뤼헐의 작품은 아니지만 평생 아버지의 작품을 충실히 모사했던 아들 피터르 브뤼헐의 작품을 통해 아버지 피터르 브뤼헐의 유쾌한 화풍을 유감없이 느껴볼 수 있다.

관람객의 눈높이를 생각하는 다양한 프로그램

《서양미술거장展》은 현재 국내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들 가운데 가장 다양한 형식의 서비스를 제공하여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명화를 쉽게 이해하고 감상 할 수 있도록 한다.

총 10개의 테마로 이루어진 각 전시장에는 HD화질로 특별 제작된 다큐멘터리가 상영 중이며, 작품 속의 숨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품 설명회가 1일 5회(평일) 제공되고 있어 미술사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어도 부담 없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또 전시작품과 연계하여 특별히 제작된 체험 학습 프로그램 '어린이 아뜰리에'가 운영되고 있어 어린이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심미안을 키워주는 기회를 마련했다. '어린이 아틀리에'는 선생님과 함께 하는 전시장 투어와 미술 실기 수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평일과 주말 모두 이용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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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성들만을 위해 마련된 특별 이벤트인 '큐레이터와의 대화'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 진행된다. 전시와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 친구들과 카페에서 대화를 하듯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인기가 높다.

전시 관람시 사진을 찍지 못해 아쉬웠던 기억이 있다면 매주 금요일에 《서양미술거장展》을 찾아가보자. 매주 금요일은 'Free Photo Day'로 자유롭게 명화를 찍어 블로그에 올리면 선정된 사람에게 소정의 상품을 지급한다. 《서양미술거장展》은 2월 26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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