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등록금 공약, 1년 후⑤>대학생에게 듣는 '반값등록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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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등록금 공약, 1년 후⑤>대학생에게 듣는 '반값등록금'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3.12.19 1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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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 서울시립대학교 교정 ⓒ서울시립대학교 홈페이지

대학생들에게 등록금은 어떤 의미일까. 과거 소를 판 돈으로 자식을 대학에 보냈다 해서 대학을 ‘우골탑(牛骨塔)’이라고도 불리게 했던 등록금이다.

지난 2011년 여름 대학생 황모 씨가 냉동기 점검 작업을 하다가 누출된 냉매 가스에 질식사하는 사고가 있었다. 군 제대 후 복학 전, 이전에 빌린 학자금 대출금을 갚기 위해 야간작업을 나갔다가 벌어진 비극이었다.

이 사례는 당시 사회를 뜨겁게 달구며 ‘반값등록금’ 논쟁에 불을 붙였다. 대학에 다니려면 목숨을 걸어야 한다 해서 ‘인골탑(人骨塔)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후 서울시립대는 가장 먼저 반값등록금을 전격 시행했다. 2년여가 지난 지금, 반값등록금은 대학생들에게 어떻게 비치고 있는지, 등록금에 관련해 대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먼저 찾아간 곳은 서울시내의 C대학교와 E대학교였다. 이 두 대학은 등록금이 상대적으로 비싼 편인 사립대학교다.

-서울시립대가 반값등록금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솔직히 부럽죠. 제가 다닌 학과는 규모가 작아서 장학금도 많지 않았어요. 성적장학금의 경우엔 학년 수석 정도로는 안 되고, 과 수석정도를 해야 전액이 면제되더라고요. 저는 등록금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해 본적은 없는데, 주변에 등록금이 부담돼서 휴학하는 친구들을 몇몇 보긴 했어요.”
-김○○(남, 28 C대학교 4학년)

“제 대학 생활은 아르바이트밖에 생각이 안 날 정도네요. 동아리 활동도 못했고, 수업에 와서는 졸곤 했어요. 그래도 일단 대학은 나와야 하잖아요. 사회 분위기가 그러니까. 그래서 지금 어찌어찌 졸업은 하는데, 취업이 잘 될지 모르겠어요. 아르바이트를 너무 힘들게 하다 보니 학점관리를 잘 못해서 이미 여러 군데 떨어졌거든요. 만약 반값등록금이 우리학교에도 시행됐었다면 조금은 나았을지도 모르겠어요.”
-하○○(여, 24 C대학교 4학년)

“반값등록금, 부럽기는 하네요. 사실 등록금을 많이 내도 괜찮아요. 학자금대출 제도도 있고...문제는 그렇게 대학을 다녀서 졸업을 해내면, 갚을 수 있는 직장에 다닐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그 정도로 (임금을)많이 주는 직장에 가면 좋겠지만 실제로는 어려워요. 반값등록금을 모든 대학들이 일제히 하든가, 대졸 임금이 전체적으로 올라가든가 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여, 27 E대학교 4학년)

“등록금이 내려가는 대신에 뭔가 다른 불이익이 있지 않을까요? 장학금이 줄어들거나, 학교 시설이 나빠진다든가 하는 거요. 우리 학교만 안 하는 것이 아니니까, 적극적으로 요구할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어요.”
-김○○(여, 25 E대학교 3학년)

전체적으로 ‘부럽다’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다양한 관점이 제시됐다. 등록금이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갚기 어려운 임금구조가 문제라는 의견, 등록금이 아무리 비싸도 대학을 나와야만 하는 사회 분위기에 대한 지적, 반값등록금으로 인해 교육의 질이 떨어질 것에 대한 우려 등 등록금에 대해 할 말도 많고 쌓인 것도 많은 듯했다. 또한 입을 모아 ‘대학에 투자한 만큼 성과가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해 대학생들의 어깨에 걸린 부담이 큰 것으로 보였다. 그렇다면 반값등록금 혜택의 당사자인 서울시립대학교 학생들은 어떨까. 화제의 중심인 서울시립대학교로 가봤다.

-반값등록금 실시 후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일단 등록금이 싸져서 환영이에요. 그런데 밖에서 (다른 사람들이)보시는 것보다 크게 변화가 체감되진 않네요. 원래 등록금이 비싼 곳이 아니었거든요. 500~600만 원에서 절반으로 줄어든 게 아니라 200만 원에서 100만 원이 된 것이니까요”
-정○○(남, 28 시립대 4학년)

“바뀐 점이라면…등록금이 싸진 대신에, 교육 환경이 좀 나빠졌다는 말들이 나와요. 강사 수가 줄어서 교양과목이 덜 개설되는 바람에 수강신청 대란이 일어났어요. 수강신청이야 어느 학교나 정신없고 어렵긴 하지만, 예년에 비해 우리 학교는 더 심해졌다고들 해요.”
-홍○○(여, 25 시립대 4학년)

“원래도 저희 학교(시립대)는 등록금이 싸기로 유명해서, 그 조건이 좋아서 지원하는 학생들도  많았어요. 뭔가가 크게 바뀌었다는 느낌은 없고요, 반값등록금 소문이 퍼져서 (입시)커트라인이 좀 올랐다는 소식은 들었어요.”
-정○○(여, 23 시립대학교 3학년)

“예전에 아르바이트를 해서 등록금에 보탰는데, (반값등록금 시행 이후)이젠 제가 쓸 돈이 좀 많아졌긴 해요. 그래도 아르바이트는 계속 합니다. 등록금 말고도 대학생은 돈 쓸 곳이 많거든요.(웃음)”
-강○○(남, 27 시립대학교 4학년)

현장의 분위기는 담담했다. 반값등록금의 효과가 더 큰지, 부작용이 더 큰지와 관련해 의견이 갈리기도 했지만 대체적으로 큰 관심을 두고 있지 않거나 ‘잘 체감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다만 최소한 등록금 마련에 대한 걱정보다는 교육 환경을 비롯한 학교의 제반 문제들에 대한 관심이 커 보였다.

날씨가 쌀쌀해지며 교정을 거니는 학생들이 옷깃을 여미고 있었다. 인터뷰 내내 등록금을 비롯해 ‘대학생들이 안고 있는 문제’들을 들었기 때문인지 그 모습이 더욱 움츠러든 것처럼 보였다. ‘반값등록금’이든, 혹은 그 대안이나 새로운 정책이 되었든, 그 대학생들이 안고 있는 짐을 덜어줘야 할 필요성은 존재하는 것 같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새누리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행복하기로 마음먹은 만큼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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