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커지는 안녕하지 못한 사람들의 ‘안녕들 하십니까’ 목소리
스크롤 이동 상태바
점점 커지는 안녕하지 못한 사람들의 ‘안녕들 하십니까’ 목소리
  • 전수영 기자
  • 승인 2013.12.19 16: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자수첩> 정부·정치·산업계, 모두 귀 기울여 할 때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전수영 기자)

최근 ‘안녕들 하십니까’ 열풍이 불고 있다.

고려대 경영학과 08학번 주현우(27) 씨가 쓴 대자보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번지며 사회 전반에 걸쳐 자성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주 씨는 지난 10일 “어제 불과 하루 만의 파업으로 수천 명의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다른 요구도 아닌 철도 민영화에 반대한 이유만으로 4213명이 직위해제된 것입니다”로 시작되는 대자보를 학내에 게시했다.

주 씨의 대자보 내용은 각종 사회현상에 대해 정치적 무관심이란 자기합리화 뒤로 물러나 있는 건 아닌지를 묻고 있다.

주 씨의 대자보는 SNS를 통해 퍼져나갔고, 이후 뒤를 잇는 ‘안녕들 하십니까’가 타 대학, 학부모, 고등학교, 노동계, 언론계 등으로 확산되며 자기반성의 글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

1987년 민주화 항쟁 이후 사회 전반에 걸쳐 민초들의 목소리는 2000년대에 들어서며 크게 사그라졌다.

사회문제에 목소리를 냈던 대학생들이 외환위기를 겪으며 취업을 위해 도서관에 처박힐 수밖에 없었고, 가계를 위해 직장인들과 소상공인들도 다른 곳에 눈을 돌릴 수 없었다. 그 사이 우리 사회는 경쟁을 강조하며 양극화는 더욱 심해졌다.

이명박 대통령 재임 시절 벌어졌던 4대강 사업을 놓고도 시민사회가 반대 목소리를 높였지만 이를 귀담아 듣고 함께하는 이들은 이전에 비해 상당히 적었다. 미국산 수입쇠고기 유해 논란, 쌍용자동차 옥쇄파업, 한진중공업 파업 등에도 많은 사람들은 귀를 닫았다.

자성의 목소리가 높기는 했지만 ‘나랑은 상관없는 이야기’로 치부해버린 것이다.

하지만 이번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가 촉매작용을 하면서 자성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것은 그동안 누군가에게 얘기하고 싶었던 것을 누군가 먼저 꺼내면서 용기를 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자칫 색깔논쟁으로 번질 수 있는 특정 문제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히기보다는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점에 대한 ‘무관심’을 지적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이어지는 대자보에 대해 ‘치기’로 몰고 있지만 이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들의 주장이 이어지면서 이들의 지적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주 씨 자신도 반응이 이 정도까지 일 줄은 몰랐다고 말했듯이 현재의 자기고백 ‘광풍’이 일시적일 수도 있겠지만 그동안 지적돼왔던 많은 문제점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형태는 바뀔지언정 이 같은 자기반성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칫 목소리를 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행동’에 나선다면 그 결과는 예상하기 힘들 정도로 커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정부·정치·산업계 등은 일련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이들이 지적하고 있는 문제점이 무엇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 고민해 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