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1년①>경제민주화 1년, 과연 제대로 가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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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 1년①>경제민주화 1년, 과연 제대로 가고 있나
  • 전수영 기자
  • 승인 2013.12.23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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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소기업 상생 강조했지만 중소기업들 여전히 ‘한숨’
입법 추진 제대로 안 돼…대기업 목소리 여전히 높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전수영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신축회관 준공식’에 참석,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등 내빈들과 테이프를 자르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당시 박근혜 후보는 ‘복지’와 ‘경제민주화’란 두 자루의 요술봉을 꺼내들고 국민들에게 다가섰다.
국민들은 박 후보가 당선되면 지금보다 삶이 나아질 것으로 생각하고 그에게 표를 찍었다.
궁핍한 어르신들은 정부에서 주는 돈으로 밥 굶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됐고, 큰 병으로 몸이 아픈 환자들도 병원비 걱정하지 않고 병원에 갈 수 있었다. 또한 지난해를 뜨겁게 달궜던 반값등록금도 시행돼 아르바이트와 공부를 병행해야만 했던 학생들은 맘 놓고 학업에만 매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대기업 틈바구니 속에서도 힘든 하루를 보냈던 중소기업들과 골목상인들도 기대감을 나타냈다.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지 1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경제민주화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살펴본다. <편집자주>

박 대통령의 강조했던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일자리를 늘려 가계 안정화를 꾀하고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 간의 상생과 대기업 총수일가에 불법 및 일감몰아주기 금지, 순환출자 금지·집중투표제 등으로 대변되는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을 통해 그간 횡행했던 대기업의 전횡을 바로잡는 것이었다.

이 중 일부는 시행되며 성과를 내고 있지만 대다수가 애초의 의지에 못 미치는 성과를 내고 있어 지난 1년보다 향후 4년을 기대해야 할 것 같다는 푸념이 이어지고 있다.

대기업, 中企에 일감개방…효과는 ‘지켜봐야’

올해 대기업들은 광고, 물류, 시스템통합(SI) 등의 분야를 중소기업에 개방하며 ‘상생’을 이끌었다.

그동안 내부 일감몰아주기로 비판을 받았던 만큼 대기업들이 일감 개방을 시행하며 중소기업들도 ‘수혜’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 4월, 올해 연말까지 물류 4800억 원, 광고 1200억 원 등 총 6000억 원 규모의 계열사 간 물량을 종소기업에 개방한다고 밝혔다.

이후 물류 분야에서 내부 거래 물량을 축소했으며, 광고 부문에서도 직원이 14명밖에 안 되는 소규모 기업에 광고 제작을 의뢰하며 약속을 지켰다.

이로써 현대차는 그동안 제기돼 왔던 내부거래에 대한 비판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었다. 이와 함께 대·중소기업 간 상생을 이끌었다. 현대차를 필두로 삼성, LG, SK, 롯데 등도 일감개방에 동참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회의적인 시선도 있다.

대기업들이 일감개방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에 찬성을 하면서도 특정 분야에만 몰리다보니 그 혜택이 돌아가는 분야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대기업들이 밝힌 일감개방 분야는 물류, SI, 광고부문에 한정되었다. 이들 부문은 그동안 내부거래 비중이 높아 총수일가의 주머니를 채우기 위한 사업으로 지적받아왔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들이 몰려 있는 제조, 서비스 부문으로까지 일감개방이 확대될 때만이 진정한 상생을 통한 경제민주화를 이룰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기업 진출 막으려다 외국계 기업만 배불려

지난 2월 동반성장위원회는 제과점 및 음식업 등 16개 업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고 프랜차이즈형 제과업은 전년 말 점포수의 2% 이내에서 가맹점 신설을 허용하고 인근 중소 제과점과 500m 이내는 출점을 자제토록 권고했다.

이와 함께 대형 음식점 사업자들의 신규 출점도 역 반경 100m로 정하며 무너져가는 골목상권 살리기에 나섰다. 제과·제빵업계 1, 2위인 파리크라상과 CJ푸드빌도 권고를 받아들였다.

이로 인해 동네 빵집과 소형 음식점들은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아웃백, 놀부 등과 같은 외국계 기업도 중소·중견업체에 포함돼 신규 출점이 계속해서 가능하게 됐다. 뿐만 아니라 골목상권을 크게 위협하는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영업 규제를 강화하면서 외국계 기업들이 지역을 기반으로 신규 출점을 늘리고 있어 그 취지가 무색하게 됐다.

더욱이 대형마트들이 신규 출점 규제가 강화되면서 ‘상품취급점’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SSM을 늘리고 있어 중소 유통업체로서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상품공급점은 개인사업자인 업주가 월 일정 금액 이상의 물품을 본사로부터 상품을 구매하면 해당 대기업의 상품공급점 간판을 내걸 수 있는 새로운 영업 형태다.

이 때문에 중소상공인들은 “국내 대기업을 규제했더니 외국계 대기업이 늘어나고, 여기에 기존 대형 유통업체들이 교묘히 형태를 바꿔 출점을 하고 있어 삶이 그전과 바뀐 것이 없다. 오히려 더 퍽퍽해졌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재생 타이어, 소모성자재구매업(MRO), LED시장도 이와 비슷한 상황에 처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박근혜정부는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한 듯 해결할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 않고 있어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생존권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시행하겠다던 집중투표제도 대기업들이 이를 제대로 수용치 않아 소액주주들이 의결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투명성을 제고해야 할 사외이사, 감사는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시민사회에서는 정부가 집중투표제, 순환출자 금지 등을 강력히 시행해 총수일가의 전횡을 막고 투명한 기업 경영이 가능토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기업 횡포 막는 집단소송제 도입은 여전히 미지수

박근혜 대통령은 애초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집단소송제’를 도입하겠다고 호언했지만 결과는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제한적 도입에 그치고 있다.

악의적이고 피해정도가 큰 위법행위에 유형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해 소비자 또는 거래 기업들이 피해를 볼 것을 인지하고서도 고의적 시행으로 발생한 피해에 대해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단가 후려치기, 일방적 발주 취소, 부당 반품, 위험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금융상품 등이 이에 해당된다.

박근혜정부는 이런 고의적 영업형태에 대해 손해배상 금액을 3배로 확정했다. 더욱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비정규직 차별시정 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징벌적 금전보상제도를 도입해 그동안 산업계와 노동계가 첨예한 대립 양상을 벌였던 비정규직 처우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남양유업 사태로 촉발돼 사회적 이슈가 된 이른바 ‘갑의 횡포’를 막기 위한 법안은 여전히 국회에서 잠자고 있어 반쪽짜리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로 자리 잡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더욱이 소비자의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논의된 집단소송제의 경우 산업계의 거센 반발로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이 공약을 실천할 의지가 있는 것인지에 대한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우리 경제의 구조적 모순을 타파하고 중소·중견기업과 소비자 모두가 자신들이 가진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준비된 경제민주화 정책이 정치권의 파행, 산업계의 반발, 제도적 장치 미완비로 인해 대선 1년이 지나고도 제대로 시행되고 있지 않아 박 대통령에게 압박감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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