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1년③>생존 아우성 못 듣는 ‘중소기업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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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 1년③>생존 아우성 못 듣는 ‘중소기업 대통령’
  • 방글 기자
  • 승인 2013.12.28 13: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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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규제 위주 경제민주화 정책, 중소기업에도 피해 입힌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방글 기자)

경제민주화, 동반성장, 중소기업 살리기, 갑을관계 해소, 합리적 노사관계…올 한 해를 뜨겁게 달궜던 단어들이다. 모두 대기업으로 모아진 부 쏠림 현상을 해소하자는 의미를 내포한다. 또한,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정당한 거래관계를 주장하고 있다. 박근혜정부 1년. 과연 중소기업 형편은 얼마나 나아졌을까. <시사오늘>은 그간 도입된 경제민주화 정책들과 그 문제점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 ⓒ 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공약이던 경제민주화는 대기업에 쏠린 부 편중 현상을 법으로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골자로 시장경제를 효율적으로 움직이자는 내용을 담는다.

박근혜 대통령은 “중소기업 대통령이 되겠다”며 경제민주화를 선포했다.

하지만 기업과의 ‘소통’에서도 문제가 생긴 걸까. 1년이 지난 현재 시장 상인은 물론 중소기업조차 경제민주화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경제민주화? 그게 뭐여? 아, 모르겠고 대형마트나 좀 없애달라고!”

지난 23일 만난 동네 마트 주인의 목소리다. 경제민주화의 의미를 모른다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혜택을 봐야했을 동네 마트 살림살이는 아무런 변화도 일지 않았다는 의미로 볼 수도 있다.

지난 2010년, 정부는 대형마트를 규제한다는 목적으로 기업형슈퍼마켓(SSM) 규제 방안을 마련했다. 대형마트들은 한 달에 두 번, 영업에 제한을 받았다.

하지만 동네 상인들은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입장이다.

망원시장 근처에서 만난 한 동네 상인은 “시장에 오는 사람들 모두 한번씩은 대형마트에 들렀다 왔을 것”이라며 “대형마트 때문에 손님이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대형마트가 문을 닫아도 그 인원들이 편의점에서 급한 것만 구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결국 뭘 해도 대기업끼리 나눠먹는 꼴”이라고 비난했다.

경제민주화에 대한 중소기업들의 부정적 시선은 설문조사로 확인된 바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6월 302개 기업을 대상으로 ‘국회 기업정책 현안에 대한 기업의견’을 조사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중소기업의 65%는 경제민주화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중소기업의 41.2%는 “경제민주화가 필요한 부분도 있지만 현재의 논의는 과도하다”고 응답했고, 24.2%는 “경제민주화가 기업활동을 위축시키므로 논의를 재고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반면 “경제에 도움이 되므로 계속 추진해야 한다”는 응답의 34.6%에 그쳤다.

경제민주화 정책이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대기업(65.1%)과 중소기업(42.5%)이 모두 “대기업 규제 위주의 경제민주화 정책이 중소기업에도 피해를 입힌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반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응답은 대기업 20.1%, 중소기업 26.1%에 그쳤다.

기업이나 시장 상인들만의 목소리는 아니었다.

대형마트에 농산물을 납품하던 농민과 어민에도 피해가 전가됐다.

▲ 농민과 영세임대상인들이 '대형마트 규제 완화'를 요구했다. ⓒ뉴시스

지난달 말 국산콩 생산자연합회 소속 농협 조합장과 농민, 농촌진흥청, 한국농수산식품 유통공사 등 20여 명은 동반성장위원회를 항의 방문하고 “대기업이 자유롭게 두부를 만들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국산콩 수요가 준 데다 대기업 규제까지 더해 힘들다”며 이같이 요구했다.

이외에도 주말 파트타임으로 근무하던 대학생과 주부들의 일자리도 크게 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문제점이 대형마트에만 한정된 것도 아니었다.

외식업계와 타이어, 발광다이오드(LED) 등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분류된 각종 분야에서 문제점이 속속 나타났다. 국내 대기업이 떠난 ‘빈자리’는 외국계 기업들이 채웠다.

VIPS와 T.G.I.F 등은 출점 제한을 받은 반면 외국계 기업인 아웃백스테이크 하우스는 규제대상에서 제외됐다.
타이어 시장의 경우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의 자리를 외국계 기업인 브릿지 스톤과 미쉐린 타이어가 차지했으며 LED 조명산업에서는 필립스와 오스람 등 외국계 조명사들이 점유율을 높였다.

이외에도 김해공항 면세점 사업권은 듀프리에 넘어갔고 정부 세종청사를 비롯한 국립환경과학원, 다산콜센터 등 5곳의 구내 식당 위탁운영권은 미국계 아라마크의 자회사가 따냈다.

대기업들은 “맥도날드 같은 거대 외식기업에 대적할 토종 브랜드의 싹을 자르는 조치”라며 반발했다.

이 밖에도 △인위적 사업조정으로 인한 대기업 협력업체 및 종사자 역차별 △소비자 후생 저하 가능성 △한미,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적(FTA) 등 우리나라가 이미 체결한 국제협약 위반 가능성을 중기적합지정의 부작용으로 꼽았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추미애 민주당 의원 역시 “중소기업 살리겠다고 만들어놓은 제도가 우리 대기업은 몰아내고, 외국계 기업을 부르는 허점을 드러냈다”며 “적합업종의 폐해로 시작된 외국계 기업의 진출에 대한 관련 규정 신설과 규제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경제계에서는 경제 활력을 위해서는 대기업 규제가 아닌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중소기업의 생산성이 대기업의 28% 수준에 불과한 상황에서 기술개발 투자와 최신 설비를 확충하고, 인재들의 이직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이동주 IBK경제연구소장은 최근 한 언론을 통해 “우수한 인력들이 중소기업에서 장기 근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인센티브를 마련한다거나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개발 지원 방식의 획기적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동반성장을 나눔의 문제가 아닌 기업의 성장요건으로 인식하는 분위기를 사회 전반으로 확산시키는 것도 중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근무환경 개선이나 중소기업의 기술 보호 등을 지적했다.

또 다른 경제전문가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스스로 손잡고 시장으로 진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홈플러스가 한국바이오플랜트와 손잡고 즉석밥 시장을 개척한 예를 들며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손잡고 시장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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