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 ‘라면 원조’ 국민 신뢰 잃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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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식품, ‘라면 원조’ 국민 신뢰 잃나
  • 전수영 기자
  • 승인 2014.01.06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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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전수영 기자)

라면 원조’ 삼양식품이 시장점유율 하락과 함께 오너 일가를 위해 실질적 활동도 없는 회사를 지원하는 이른바 ‘통행세’ 지급으로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삼양식품은 이마트에 라면류를 공급하면서 전인장 회장 등 오너 일가가 90.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내츄럴삼양을 거치도록 했다.

이런 일감몰아주기를 바탕으로 내츄럴삼양은 1993년 자산총액 170억 원의 적자 상태에서 2012년에는 1228억 원의 회사로 성장했다. 전인장 회사도 회사의 성장만큼 큰 이익을 취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쌓은 ‘신뢰’ 깨지나

삼양식품은 1963년 우리나라 최초로 라면을 출시한 ‘라면 원조’ 기업이다.

자부심, 혁신, 신뢰를 창립 철학으로 삼은 삼양식품은 승승장구했다.

1989년 ‘우지파동’이 발생하기 전까지 삼양식품은 라면업계 부동의 1위를 지켰다. 원조라는 프리미엄도 있었지만 국민의 입맛을 사로잡은 라면 맛이 큰 작용을 했다.

우지파동으로 삼양식품은 일순간에 모든 것을 잃었다. 특히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잃었다.

우지파동으로 잃었던 신뢰를 찾기 위한 노력이 이어져 결국 무죄가 증명됐지만 라면시장에서의 떨어진 지위는 회복하지 못했다.

그 사이 경쟁자인 농심은 승승장구하며 라면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며 베스트셀러를 계속해서 쏟아냈다. 삼양식품도 신작들을 출시했지만 이전만큼 좋은 성과를 되찾지는 못하고 업계 2위에 머물고 말았다.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가 이어지며 보수신문에 광고를 게재했던 농심에 대한 불매운동이 잠깐 벌어지며 삼양식품이 반짝 인기를 얻기는 했지만 이마저도 오래 가지 못했다.

지난해 라면 출시 50주년을 맞은 삼양식품이지만 대대적인 마케팅을 벌이지 않았다. 떠들썩하게 축하할 만큼 성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애초부터 삼양식품은 외부에 노출을 그다지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기업 분위기가 있었다. 이런 영향 때문인지 라면봉지 디자인도 경쟁사들에 비해 덜 세련됐다는 평가다.

외양을 바꾸기보다는 내실을 기해 이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인정을 받기 위함이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삼양식품의 그런 우직한 모습이 어느 정도 통했다.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결국에 가서는 삼양식품의 주장이 사실로 밝혀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통행세를 지불하면서까지 오너일가의 주머니만을 채우면서 그동안 삼양식품을 응원했던 이들이 실망감을 표시하고 있다.

포털사이트 게시판에는 삼양식품의 불법행위를 성토하고 실망감을 드러내는 글들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라면업계 2위 탈환도 ‘글쎄’

현재 라면시장에서 삼양식품은 3위다. 지난해 내내 오뚜기에게 뺏긴 2위 자리를 탈환하기 위해 애썼지만 아직까지 3위다.

시장조사기관인 AC닐슨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까지 라면업계 1위는 농심이었고, 오뚜기와 삼양식품이 각각 13.9%와 13.1%로 뒤를 이었다.

삼양식품은 그동안 벌어졌던 오뚜기와의 격차를 ‘불닭볶음면’의 인기를 기반으로 해 만회했지만 아직까지는 2위를 탈환하지 못했다. 불닭볶음면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올해 2위 탈환을 예상하고 있지만 결과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삼양식품이 2위 자리를 공고히 하고 업계 1위와의 격차를 더욱 좁히기 위해 총력을 다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 상황이지만 롯데의 삼양식품 인수설이 끊이지 않고 제기되고 있다.

기업인수합병(M&A) 관계자들에 따르면 3년 전쯤 롯데가 삼양식품을 인수하려 했으나 인수가격으로 인수가 물거품 됐다. 당시 삼양식품은 3000억 원을 요구했으나 롯데는 2000억 원을 제시해 가격차이로 인해 인수 논의가 중단됐다.

하지만 대형유통기업인 롯데로서는 삼양식품을 인수할 경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어 협상 테이블에 다시 나올 가능성이 배제하기 어렵다. 롯데의 PB(Private Brand)상품의 효용성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분석이 이어지면서 삼양식품 인수는 롯데가 취할 수 있는 최상의 선택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 때문에 삼양식품은 2위 탈환과 함께 롯데의 인수합병 공격으로부터 회사를 지켜야 하는 ‘사면초가’ 위험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더욱이 이번 통과세 문제로 인해 삼양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부정적으로 바뀔 경우 이를 회복하기에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식품기업은 소비자들의 신뢰를 가장 우선시한다. 신뢰의 붕괴는 곧바로 매출과 직결될 뿐만 아니라 신뢰회복에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기업으로서는 이중고, 삼중고를 겪을 수 있다”며 “제품의 하자만큼 기업 총수의 부정은 기업 경영의 직격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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