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공천과 당리당략①> 여야, 폐지 여부 이전투구…점입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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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공천과 당리당략①> 여야, 폐지 여부 이전투구…점입가경
  • 전수영 기자
  • 승인 2014.01.25 2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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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정당공천제 유지 선회…“위헌 소지 있고 미검증 후보 난립 막아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전수영 기자)

정당공천제 폐지 여부를 놓고 여당인 새누리당과 야당이 물러섬 없는 한 판을 벌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 갈등의 중심에 서있다. 각 당들은 입으로는 대의명분을 내세우며 폐지와 유지를 주장하고 있다. 1992년 부활한 지방자치제가 20년이 넘으면서 각종 폐해로 인해 개선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국민들도 이를 원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각자 대의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속내는 어떻게 하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변경하느냐를 고심하며 수정안을 내놓고 있다. 이와 함께 시도지사와 교육감의 연임과 러닝메이트제 도입, 여성할당제 등이 정당공천제에 수면 아래 있지만 언제든지 폭발할 가능성이 높다. 매일같이 고성과 주장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시사오늘>은 쟁점사항은 무엇이며 이를 놓고 논쟁이 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편집자주>

▲ 지난 2010년 6월 2일에 치러진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기도 수원시의 한 유권자가 각 후보들의 공약과 신상이 실린 공보물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 모두 기초 지방자치단체 폐지를 주장했다. 문재인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중간에 후보를 사퇴한 안철수 후보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모두 기초의원과 기초단체장 모두 정당공천을 하지 않고 선거에 나와 지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야권은 지금까지 기초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공천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여권은 입장을 선회해 정당공천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 “정당공천제 유지하고 기초선거에 오픈프라이머리 도입”

지난 14일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새해를 지방정부 혁신 원년으로 삼고 지방자치제도 전반에 걸쳐 개혁과 쇄신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특별·광역시 기초의회 폐지, 교육감 임명제, 지방선거(기초의회) 소선구제 도입을 제의했다. 이와 함께 개방형 예비경선(오픈프라이머리)의 입법화를 제안했다.

이틀 후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기초단체 정당공천제를 유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새누리당은 기초선거에서 정당공천제를 폐지할 경우 검증되지 않은 후보들의 난립과 함께 돈 선거로 변질될 수 있어 정당공천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는 위헌 소지가 있어 법을 어기면서까지 시행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2003년 헌법재판소가 ‘기초선거 후보자의 정당 표방 금지’를 위헌으로 결정했다. 후보자가 정당을 표방하는 것을 금지할 수 없기 때문에 정당공천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도부의 입장이 정해지면서 의원들은 정당공천제 유지와 함께 오픈프라이머리를 강조하고 있다. 후보를 선출하기 위해 초기부터 국민들의 의견을 물어 검증된 후보를 뽑을 경우 선거 이후에도 문제점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이와 함께 기초의회를 폐지하자는 새로운 제안을 들고 나왔다. 폐지된 기초의회 역할을 광역의회에서 대신하자는 의견이다. 또한 현재 3선 연임을 재선으로 의견과 함께 교육감을 시도지사와 러닝메이트로 선출하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교육과 행정이 유기적으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시도지사와 교육감을 따로 선출할 것이 아니라 함께 선출해서 효율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다만 새누리당은 여성명부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의견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여성의원들의 반발이 예상돼 향후 여성 의원 및 당원들을 어떻게 설득시키느냐도 관건이다.

정당공천제 폐지를 추진하는 새누리당이지만 반대 의견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재오 의원은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 지도부는 국민과 함께한다는 정치를 말로만 하지 말고, 공약한 대로 기초자치 공천을 폐지해야 한다”고 당 지도부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이 의원은 “문제는 공천이 가져오는 정치적 폐해가 너무 크다는 것과 국회의원들이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고 온갖 이유를 댄다는 것도 국민들 다수가 잘 알고 있다”며 “정치개혁은 올해가 최적기다. 나라의 미래를 큰 눈으로 바라보길 바란다. 집권 여당으로서 시대적 책무를 게을리 하지 말길 충심으로 바란다”고 정당공천제 유지 이유를 국회의원들의 기득권 존속이라고 비판했다.

야권, “정당공천제 폐지 약속…새누리당 기득권 위해 유지하나”

야권은 기초단체 정당공천제와 관련 새누리당이 국민과의 약속을 어겼다며 비판하고 있다.

정당공천제 폐지를 당론으로 정한 민주당은 새누리당이 정당공천제를 유지한 채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주장한 것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대선 때부터 약속했던 것을 이제 와서 뒤집는 것이라며 신뢰 정치가 사라졌다고 역설하고 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박 대통령을 겨냥했다.

김 대표는 20일 노현송 강서구청장의 출판기념회 자리에서 “박 대통령이 작년 대선 후보 단시에 정치개혁의 공약으로 가장 먼저 기초지방선거에서의 정당공천 폐지를 국민에게 약속했다”며 “정작 박 대통령은 거기에 대해 말 한마디가 없다”고 비판했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도 “새누리당의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거부는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국민과의 약속 깨기에 나서는 것”이라며 “앞으로 새누리당의 국민 약속 파기 종착지는 과연 어딘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새누리당을 공격했다.

민주당은 정당공천제 폐지를 당론으로 정한 상태며 지자체장의 연임과 교육감 선출방식도 현행으로 유지하되 기초의원 정원의 20%를 여성으로 선출해 여성의 정치권 진출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민주당에서는 광역선거에 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최재성 의원은 대통령선거와 광역선거 후보자 선출에 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할 것을 주장하고 나섰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백재현 의원도 기초선거는 정당 공천을 폐지하고 광역선거에는 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도 정당공천 폐지를 역설하고 있다. 안 의원은 19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누리당의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유지 방침에 대해 비판했다.

안철수 의원은 “지난 18대 대통령 후보 중 한 사람으로서 참담함을 느낀다”며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는 지난 18대 대선 과정에서 저를 비롯한 박근혜, 문재인 등 유력 후보자들의 공통된 대국민 약속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안 의원은 “집권당이 된 새누리당의 입장 번복은 스스로의 자기 부정이고 정치의 훼손”이라며 “국민에게 한 약속을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헌신짝처럼 버리는 행위는 전형적인 사익 추구 정치”라고 날 선 비판을 했다.

더욱이 안 의원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기득권 정치세력의 이익만을 대변하고 있다며 즉각 해산과 함께 전면 재구성을 요구했다.

안 의원은 조만간 창당 작업을 마무리하고 지방선거에 임한다는 계획이다.

안 의원 측은 정당공천제 폐지와 지자체장 연임은 현재 체제를 유지하자며 민주당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감 선출방식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서는 결정을 못 내리고 있다. 다만 새누리당이 제안한 시도지사와 교육감을 러닝메이트로 선출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 할당제에 대해서는 기초의원 정원의 30%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방침을 가지고 있다. 이는 민주당보다 많은 수다. 다만 민주당과는 달리 정당 표방은 할 수 없도록 하자는 의견이다.

국민은 정당공천제 폐지에 ‘찬성’

정치권이 정당공천제를 놓고 이전투구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국민들은 정당공천제 폐지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이 13일부터 16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2.8%p)에서 응답자의 49%가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선택했고, 25%가 ‘현행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새누리당이 주장하고 있는 특별·광역시 구 의회를 폐지하고 시 의회가 그 역학까지 함께하는 통폐합 방안에 대해 응답자의 53%는 ‘구 의회 폐지 찬성’을 26%는 ‘폐지 반대’를 선택했다.

모노리서치의 여론조사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10일 전국 성인남녀 1068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99%p)에서 응답자의 53.3%가 ‘폐지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21.5%만이 ‘폐지하지 말아야 한다’고 응답했다.

정당별로는 새누리당 지지 응답자는 ‘폐지 찬성 45.2%>폐지 반대 29.6%>잘 모름 25.2%’였으며, 민주당 지지 응답자는 ‘폐지 찬성 59.2%>잘 모름 22.0%>폐지 반대 18.8%’순이었다.

모노리서치 이재환 선임연구원은 “기초단체선거, 기초의회에 대해 회의적인 분위기가 큰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잘 모르겠다’는 응답이 적지 않은 점은 이와 관련해 사회적 공론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당공천제 폐지에 대해 정치권의 갈등이 이어지면서 국민들 사이에서도 폐지와 유지 사이에서 결정을 못 내린 사람들이 많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폐지가 힘을 얻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정당공천제는 어차피 선거를 치러야 하는 각 당의 이해를 포함할 수밖에 없다. 앞에서는 국민의 민의 반영, 후보의 난립 방지 등의 얘기를 하지만 결국 어떤 것이 선거에서 자당에 유리한지를 따질 것이다”며 “유권자들이 정치권에서 나오는 주장들을 잘 종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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