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를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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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를 위한 변명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4.01.29 1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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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1등석 티켓 던진 신념. '주목'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통합진보당은 힘든 겨울을 나고 있다. 헌정 사상 유래 없는 정당해산심판에 직면했다. 두껍게 덧씌워진 ‘종북’ 이미지는 여론도 악화일로로 몰고 갔다.

지금 그 통합진보당을 이끄는 인물은 바로 28일, 황교안 법무장관과 총성 없는 설전을 벌인 이정희 대표다.

이 대표는 이날 공개 변론에서 “민주주의의 실질적 실현을 위한 법치주의 구현의 사례로 기록되느냐 아니면 민주주의 후퇴를 합법화한 정치재판으로 남느냐가 이 사건 재판이 갖는 역사적 의미”라며 “지금이라도 정부가 이 (정당해산심판)사건 청구를 철회함으로써 민주주의의 길로 갈 것을 천명하기를 촉구 한다”고 말했다.

정연한 논리와 호소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를 부르짖는 그의 레토릭은 낡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종북이라는 프레임을 확실히 벗겨낼 만한 승부수도 눈에 띄지 않는다.

하지만 이쯤에서 이정희라는 인물이 어떤 길을 걸어왔는가를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는 학력고사 수석을 기록하며 서울대 법대에 입학했고, 사법시험을 통과하며 법조인이 됐다. 시쳇말로 한국에서 ‘잘 나가는 삶'을 살기 위한 준비는 모두 마친 상태였다.

그러나 보장된 앞날을 뒤로하고 그는 진보정치의 길을 걷는다. 그 안에서 ‘비 운동권’이라는 핸디캡 아닌 핸디캡을 안고서도 결국 정당의 대표직까지 오르는 우직함도 보인다. 지금 그에게 쏟아지는 ‘종북 빨갱이 당’의 당수라는 비난에도 멈추지 않고 있다.

그의 목소리에 울림이 있는 이유다. 못 가진 자의 푸념으로 치부될 만한 진보의 논리를 새로운 입장에서 제시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손에 쥔 것을 내려놓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것이 한국사회에서 평생을 보장해줄 수 있는 소위 ‘기득권’이라 불리는 것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법조인으로 한국사회의 소위 ‘주류’에 편승할 수 있음에도 자신의 소신을 향해 기꺼이 1등석 티켓을 던져버린 그의 신념이 무엇일까. 통진당을 휘감은 종북 논란과 내란음모 사태의 귀결을 떠나 한번쯤 귀 기울여 볼 만하지 않은가.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좌우명 :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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