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춘과 민주당, 그리고 성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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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춘과 민주당, 그리고 성찰
  • 윤명철 기자
  • 승인 2014.01.31 12: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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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낡은 사고를 버려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명철 기자]

▲ 민주당 부산시장후보로 유력한 김영춘 전 의원©뉴시스

세계적인 경영학의 석학 피터 드러커는 자신의 저서에서 "혁신은 과거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폐기하는 것이다"며 자만심에 빠진 미국의 기업들에게 일침을 가했다.

이제 민주당 김영춘 전 의원이 '과거'를 폐기하고자 외친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9일 <민주당 김한길 대표께 드리는 건의문>를 통해 민주당의 문제점을 '낡은 사고와 행동양식'이라고 자책했다.

김영춘 전 의원의 성찰은 뼈아프다. 그는 국민들에게 민주당이 구태의연한 정당으로 인식되고 있고, 그 이유는 "낡은 사고였다"고 고백했다. 이어 "'낡은 사고에 대한 자각'이 민주당 혁신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 전 의원은 민주당에게 북한체제에 대해 침묵적인 자세의 변화를 촉구했다. 그는 "김정일 사망 이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폭압적인 세습 전제군주체제인 김정은 체제에 대해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비판도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수구적 진보'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장성택을 처형하는 야만적인 독재체제에 대핸 민주당이 아무런 공식적 입장표명을 하진 않는다는 것은 민주정당으로서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다. 독재권력에 의해 고통 받는 북한 민중들에 대한 도리도 아니다. 이런 문제를 외면하는 것이 바로 수구적 진보다."

민주당 부산 시장후보로 유력한 김 전 의원의 놀라운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에 발언에 담긴 뜻은 무엇일까?

일단 새누리당의 텃밭인 부산의 민심이 심상치 않은데 있다.

지난 29일자 발표된 <한겨레신문>이 ‘리서치플러스’에 의뢰해 실시한 6·4 지방선거 관련 여론조사 결과, 범 야권인사인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오 전 장관이 무소속일 경우에만 새누리당 서병수 의원을 포함한 3자대결에서 1위를 했다. 한마디로 여당의 텃밭이 흔들리고 있다.

김영춘은 3위의 성적표를 받았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무조건 이기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그에게도 희망이 있다. 희망을 현실화시키려면 변화가 필요하다. 김영춘은 변화를 선택했다.

▲ 최고위원 시절의 김영춘 전 의원©뉴시스

민주당의 변화를 촉구하다

부산은 대표적인 野都였다. 유신체제 붕괴의 원인이 된 '부마사태'의 진원지였다.  90년 3당 합당이후, PK의 맹주 YS가 여당으로 변신했다. 부산은 보수당의 텃밭이 됐다. 보수당의 24년 당선이 이어졌다. '공천'이 곧 '당선'이었다.

하지만 부산은 역동적인 도시다. YS를 대통령으로 만들었지만 부산의 발전은 더뎠다. 각종 국책사업에서 제외되기 일쑤였다. MB때 약속한 동남권 신공항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부산에 해양수산부 부활을 공약했다. 현재 해양수산부는 세종시에 있다.

부산 민심의 변화는 이미 감지됐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김정길 후보는 야권단일후보로 나서 44.6%의 지지율로 한나라당의 아성을 뒤흔들었다. 2012년 대선에서도 문재인 후보는 39.9%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김영춘 의원도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후보에게 3598표 뒤진 아쉬운 패배를 했다.

문제는 민주당의 낮은 당 지지율이다. 20%대에 머물고 있다. 부산민심이 변화의 조짐을 보인다 해도 두터운 보수의 벽을 무너뜨리는 것은 험난한 과제다.

김영춘은 당의 전향적인 변화가 필요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은 안정적인 대북정책에 기반을 두고 있다. 북한의 김정은은 권력승계 직후부터 핵실험을 강행해 한반도 위기를 초래했다.

또한 체제 안정을 위해 고모부인 장성택을 처형하며 선대보다 더 폭압적인 독재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런 위기 상황을 잘 대처했다. 국민들은 이를 인정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변화가 없었다. 김영춘 전 의원의 표현대로 그동안 민주당은 북한현안들에 대해 ‘침묵이 금’이라는 태도로 일관했다. 새누리당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민주당=종북좌파’라는 공세가 이어졌다. 다수의 국민들이 새누리당의 주장을 공유했다. 정치인 김영춘은 종북좌파 이미지를 버리고자 한다.

지역주의 극복, 또 하나의 과제

김영춘이 반드시 극복해야할 과제가 있다. 바로 ‘지역주의’다. 그는 2012년 당선이 유력시되던 서울 광진구를 뒤로 하고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자신의 고향이자 적지인 부산에서 출마했다. 당시 그는 야당이 전국정당이 돼 쇄신을 이루고자 했다. 서울에서 재선까지 한 김영춘이지만 지난 19대 총선에서 ‘지역주의’의 벽을 넘지 못했다.

<시사오늘>은 지난 2012년 소위 ‘문·성·길’ 바람이 불었던 부산을 총선 격전지로 선정해 민심탐방에 나섰다. 당시 김영춘의 선거사무실은 분위기가 상당히 고조돼 있었다. 김영춘은 “지금 분위기라면 승리를 장담한다. (다만) 선거전이 시작되면 지역주의를 조장할 텐데 그게 가장 큰 걱정이다”고 밝힌 적이 있다.

2년의 세월이 흘렀다. 김영춘에게 주어진 과제는 변함없다. 민주당의 낡은 사고와 행동양식의 변화와 지역주의를 극복해야 한다. 정치인 김영춘은 과거를 폐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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