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수 사태' 이전엔 '추성훈 사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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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수 사태' 이전엔 '추성훈 사태' 있었다
  • 홍세미 기자
  • 승인 2014.02.18 1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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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스포츠계 파벌 싸움은 '고질병', 朴 나서면 해결 가능할까?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홍세미 기자)

▲ 금메달을 목에 건 안현수 선수 ⓒ 뉴시스

금메달만 24개, 은메달 13개와 동메달 6개까지 합쳐 메이저 대회 시상대에 오른 횟수는 43회, 5년 연속 쇼트트랙 세계선수권 종합우승. 쇼트트랙계에서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남긴 안현수(29·러시아명 빅토르 안)선수다.

성남시청 소속이었던 안 선수는 팀이 해체되자 2011년 러시아 귀화를 선택했다. 안 선수는 금메달을 따던 15일 인터뷰를 통해 “귀화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주변에서도 말렸다. 하지만 쇼트트랙을 계속하고 싶었다. 후회는 없다.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언급했다.

쇼트트랙계 파벌은 그가 한 평생 사랑하던 쇼트트랙마저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심했다. 그의 아버지 안기원씨에 따르면 안 선수는 한국에서 쇼트트랙을 하는 내내 ‘힘들어서 선수생활 못하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고 한다.

가장 정정당당해야 할 스포츠에서 ‘파벌 싸움’으로 인해 실력있는 선수가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해 결국 귀화를 선택해야 했던 상황에 국민들의 분노는 폭발했다. 우리나라 선수들보다 안 선수를 응원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우리나라 스포츠계 파벌싸움은 비단 쇼트트랙뿐 만이 아닌 듯싶다. 안 선수보다 일찍 우리나라를 등지고 귀화를 선택해 금메달을 딴 선수가 있다. 지금은 ‘사랑이 아빠’로 더 유명한 추성훈(39세) 씨다.

▲ '사랑이아빠' 추성훈 ⓒ 뉴시스

추 씨는 재일한국인 4세로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났다. 유도 선수인 아버지 추계이씨의 영향을 받아 세 살 때부터 대학 졸업까지 유도에만 매진했다.

추 씨의 가문은 4대 째 걸쳐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었다. 추 씨는 일본에 살 때도 ‘한국인’이라고 불려왔고, 본인도 ‘한국은 뿌리’라고 생각했다.

유도 국가대표 선수가 된다면, 당연히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1998년, 부산으로 건너와 부산시청에서 운동을 했다.

당시 유도협회도 파벌로 얼룩져있었다. 교포인 추 씨에게 오죽했을까. 추 씨는 한 TV프로그램에 출연, "난 당시 '한국인도 아니고, 일본인도 아닌 사람’의 대우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결국 추 씨는 파벌로 인한 편파판정으로 국가대표팀 선발전에서 떨어졌다. 그 당시 국가대표 선발전이 공정하지 못했음을 추 씨는 2002년 아시안게임을 통해 밝혔다. 

추 씨가 꿈에 그리던 대한민국 국가대표. 현실은 탈락이었다. 그는 유도를 포기할까도 생각했다. 추 씨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 때문에 유도를 포기할 순 없다"고 생각했다.

추 씨는 일본으로 귀화를 결심했다. ‘유도를 계속하기위함’이었다. 추 씨 집안은 100년간 한국 국적이었지만 유도를 위해 2001년 9월 일본 국적을 취득했다.

후에 헤이세이 관재국에 들어가 81kg급의 유도 선수로 활동하면서, 국가대표에 발탁돼 2002년 아시안 게임에 출전할 수 있었다.

일본 국기를 달고 출전한 경기는 부산에서 진행됐다.

결승까지 올라간 추 씨에게 또다시 드라마틱한 상황이 벌어졌다. 대한민국 국가대표 안동진 선수가 결승에 올라 온 것. 한 때 자신이 몸담았던 대한민국 선수와 한 판을 벌여야하는 상황이었다.

결국 추 씨는 대한민국 선수를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시상식에서 태극기와 일장기가 동시에 올라가는 모습을 보면서 그는 어느 한 쪽도 응시할 수 없었다고 했다.

후에 추 씨는 “한국에게 복수하고 싶었다는 마음은 없었다. 다만 감독님과 선생님들에게 ‘성훈이 참 아깝다’라는 마음을 갖게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대한민국 스포츠계 파벌문제는 고질적이라고 보여 진다. '추성훈 금메달'을 교사로 삼았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때문에 쇼트트랙에서 안 선수가 러시아로 귀화하는 일이 발생했다.

‘추성훈과 안현수 사태’로 우리나라는 무엇을 배웠을까. 지금도 많은 실력있는 선수들이 내쳐졌을지 모른다. 이 사태로 박근혜 대통령은 “파벌주의, 줄세우기, 심판부정 등 체육계 저변에 깔려 있는 부조리와 구조적 난맥상에 의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 봐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후 여당 의원들은 서둘러 진상파악에 나서고 있다.

스포츠계의 '뿌리깊은 관행'인 파벌 싸움을 정치계가 해결 할 수 있을까. 올림픽을 맞아 반짝 뜨고 질 이슈가 아니길 바랄 뿐이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새누리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행복하기로 마음먹은 만큼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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