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공단 농민들, 47년 만에 토지 보상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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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공단 농민들, 47년 만에 토지 보상받아
  • 박상길 기자
  • 승인 2014.02.20 1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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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단일 사건 최대 금액인 1100억 원 배상 판결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상길 기자)

▲ ⓒ뉴시스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조직적인 공권력 남용으로 서울 구로구 구로동 일대 토지를 강탈당한 농민과 유족들이 47년 만에 보상을 받게 됐다.

서울고등법원 민사9부(부장판사 강민구)는 20일 백모 씨 등 291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유권 이전 등기 소송 파기 환송심에서 국가는 650억5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1996년 농지법 시행으로 1999년부터 농민과 유족이 법률에 따른 농지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게 됐다며 이에 대한 국가의 불법 행위에 따른 배상 책임을 인정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국가는 피해자의 소유권 취득이 불가능해진 1998년 구로동 토지 시가를 기준으로 손해배상액을 산정한 뒤 이후 판결 선고 시까지 연 5%의 이자를 더해 지급하라고 덧붙였다.

이자를 더한 전체 배상금은 1100억 원을 초과, 단일 사건으로는 사상 최고액에 달한다.

박정희 정권은 1961년 9월 구로수출산업공업단지(구로공단)를 조성한다는 명목으로 구로동 일대 약 30만 평의 땅을 강제 수용, 판잣집을 철거하며 주거 농민들을 내쫓았다.

이에 농민들은 1950년 4월 농지개혁법에 따라 서울시에서 적법하게 분배받은 땅이라며 1967년 3월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법원은 1심 판결에서 농민들의 주장을 인정했지만, 항소심은 애당초 농지 분배 절차에 잘못이 있다며 결론을 뒤집었다.

이후 법원은 상고심에서 다시 농민들 손을 들어줬다. 다른 농민들이 제기한 9건의 소송 중 4건에서 이미 원고 승소가 확정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서울고법이 이 사건 파기환송심을 심리하던 1970년 5월 박 전 대통령이 "정부가 패소하지 않도록 가능한 조치를 취하라"고 법무부 장관에 지시한 뒤 이들은 탄압을 받기 시작했다.

검찰과 중앙정보부는 농민들에게 소송 사기 혐의를 뒤집어씌운 뒤 수사 과정에서 "감옥 갈래, 소송 포기할래"라며 협박했다. 이들은 그래도 소송을 취하하지 않은 41명을 형사재판에 넘기기도 했다.

이에 농민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소를 취하했다. 하지만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2008년 7월 진실규명 결정을 내리고 나서 1970년 멈춘 소송을 다시 진행해달라고 법원에 신청했다.

재판부는 이에 조직적인 공권력 남용으로 강요된 소 취하를 무효로 보고 농민들의 신청을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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