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현 변호사의 Law-In-Case>양해각서만 체결했는데, 이행하라니
<안철현 변호사의 Law-In-Case>양해각서만 체결했는데, 이행하라니
  • 안철현 자유기고가
  • 승인 2014.03.02 0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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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안철현 자유기고가)

권 씨는 주식회사 자우림으로부터 양수한 사업권을 양 씨에게 양도하기로 하고, 본 계약을 체결하기에 앞서 2013. 9. 25.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그 양해각서의 내용은 이랬다. 

① 양해각서의 목적은 권 씨가 사업권의 매도에 관하여 양 씨를 거래에 대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하고, 본 계약을 체결하기 전까지 필요한 기본적인 사항을 정하기 위함이다.

② 매매대금은 총 100억 원으로 한다.

③ 본 계약은 2013. 10. 30까지 체결하기로 하되, 당사자들의 합의에 의해 변경할 수 있다.

④ 양해각서 체결일로부터 60일 이내에 계약을 체결해야 하고, 만약 위 기간까지 본 계약을 이행하지 않았을 때에는 양 씨가 권 씨에게 위약금으로 10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

 그런데 양 씨는 위 기간이 지났는데도 본 계약을 체결할 의사가 없어 보였다. 화가 난 권 씨는 양 씨에게 60일 내에 본 계약을 체결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본 계약을 체결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 이를 어겼으니 10억 원의 위약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양 씨는 자신이 체결한 것은 아무런 법률적인 구속력이 없는 양해각서에 불과하므로 반드시 본 계약을 체결할 의무가 없다고 맞섰다.  일단 여기까지 본다면 과연 누구의 말이 옳을까?

 결론적으로 양해각서, 다시 말해 당사자들이 기본계약이나 가계약에서 장차 일정한 계약을 체결할 것을 미리 약정하는 경우 무조건 법적인 구속력이 없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우리 법원에서도 당사자의 의사가 본 계약의 체결을 의무지우려는 의사였던 것으로 볼 만한 사정이 있고, 본 계약의 본질적인 사항이나 중요사항에 관하여 장래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기준과 방법 등에 관한 합의가 있는 때에는 당사자들은 본 계약을 체결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시 말해 양해각서를 체결한 경우에는 양해각서를 체결하지 않은 일반적인 교섭의 경우보다 본 계약의 체결을 위하여 훨씬 높은 수준의 성실교섭의무를 부담한다고 본다. 

이 경우 본 계약을 체결해야 할 의무를 부담하는 일방 당사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본 계약 체결의무의 이행을 거절하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관계에서 채무불이행이 되고, 상대방은 그로 말미암아 입게 된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다시 위 양해각서의 내용으로 되돌아가 보면 본 계약은 사업권에 관한 매매계약이며, 매매대금을 100억 원으로 정하고 있는 점, 양해각서가 체결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본 계약을 체결하도록 강제하고 있는 점, 그에 대한 위약금으로 10억 원을 정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양해각서로서 본 계약의 본질적 사항이나 중요사항에 관하여 장래에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기준과 방법 등에 관한 합의가 있어 양 씨는 본 계약을 체결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아야 한다. 

사실이 이와 같기 때문에 권 씨가 주식회사 자우림으로부터 사업권을 양수받지 못한 사정이 있거나 권 씨가 양해각서 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권 씨가 위약금을 청구하면 양 씨는 그 위약금을 지급해야 할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따라서 양해각서라고 하는 용어에 집착하여 법적인 구속력을 마음대로 해석하고 대처해서는 안 된다. 

양해각서는 통상 MOU, 의향서 등으로 표현되는데, 중요한 것은 그 속의 내용이다.  만약 법적인 구속력이 없기를 바란다면 향후 업무추진 방향이나 계획, 비밀유지의무 정도의 선에서 마무리하여 하는 것이지 본 계약에 들어갈 구체적인 의무 조항을 집어넣어서는 안 된다. 

반대로 법적인 구속력을 부여하고 싶다면 위 사례가 하나의 예가 되겠다.  이렇게 보면 MOU, 양해각서, 의향서라는 용어 때문에 무조건 법적인 구속력이 없다고 생각할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아야만 한다. 

이뿐 아니라 종종 계약서의 용어 또는 제목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은데, 더 중요한 것은 항상 그 속에 들어가 있는 내용이 무엇이냐 하는 것이다.  무엇이 되었건 자신의 입장, 자신이 얻으려고 하는 것과 자신이 부담해야 할 의무가 무엇인지 명확히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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