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숙, "한류는 국보 같은 문화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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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숙, "한류는 국보 같은 문화유산"
  • 김병묵 기자 홍세미 기자
  • 승인 2014.03.31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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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숙 방송인 "칸막이 행정이 한류 발목 잡는 규제˝ "남편의 적극적인 모습에 반해 결혼…국회의원 될 줄 몰라“모방에서 시작한 한류, 지금은 그 모두를 넘어섰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병묵 기자 홍세미 기자]

▲ 박정숙 교수ⓒ 시사오늘

방송인 박정숙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는 많다. 전직 아나운서, MC, 연기자, 게다가 최근엔 한류 전문가, 문화외교학 교수, 국회의원 이재영 부인이라는 호칭이 붙는다. 박 교수의 인생은 변화의 연속이다. 예상할 수 없는 길을 택한다. 잘 나가던 공중파 진행자로 명성을 쌓아가다 <대장금>에서 ‘문정왕후’역을 맡아 연기자로 변신했다. 그러던 도중 미국행 유학길을 선택해 학업을 이어갔다. 몇 년 간 방송활동을 하지 않았던 박 교수는 현재 문화외교학을 가르치기 위해 학생들 앞에 선다, 평생 함께할 동반자와 7개월 된 아이도 있다. 변화를 사랑하고 도전을 지향하는 팔색조 같은 그와의 인터뷰를 28일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시작했다.

-본지와 약 4년여 만의 인터뷰다. 최근 근황이 궁금하다.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아기를 낳은 지 이제 7개월째다. 이제 막 활동을 시작했다. 3월부터 다시 경희대에서 강의를 맡았다. 1학기엔 국제무대를 중심으로 하는 프레젠테이션을, 2학기엔 문화외교 수업을 한다. 한국국제교류재단(Korea Foundation),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IFANS), 고려대 등에서 특강도 하고 있다.”

-특강 내용이 궁금하다.

“내 전공이 국제관계론, 그 중에서도 문화외교다. 문화외교에 관한 것과 소프트 파워(Soft Power)에 대한 특강을 주로 한다.”

-문화외교가 최근 주목받는다고 들었다.

“정부 간에 이뤄지는 전통적인 전문외교관 중심의 외교에서 벗어나, 문화·예술·원조 등  다양한 접근방식으로 다른 나라 국민에게 직접 다가가는 공공외교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문화외교는 공공외교의 한 분야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예전에 비해 위상이 많이 올라갔다. 과거 20여 년 전 내가 가진 첫 번째 직업 이름이 대전엑스포 홍보사절이었는데 사람들이 들으면 픽 웃었다. 미스 대전이나 고추아가씨 같은 거냐고 묻곤 했다. 지금은 해외서 다양한 행사나 문화 홍보사절들이 활동 중이고, 오히려 홍보대사가 너무 많아 문제가 될 정도다. 이렇게 문화가 하나의 매개체가 된 시대가 됐기 때문에, 문화외교가 주목 받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문화외교는 어느 정도 수준인가.

“한류가 널리 퍼지면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2012년에 일본국제교류재단(Japan Foundation) 40주년 기념행사에 한국대표로 참석했다. 그때 일본과 중국 관계자들이 ‘어떻게 당신들은 그렇게 문화외교를 잘 하는가?’라고 질문한 적도 있을 정도다. 그러나 정부 차원에서 시스템이 높은 수준이라고 단정하긴 어렵다. 내 남편이 국회의원이다. 남편이 낸 1호 법안이 공공외교의 활성화 및 증진에 관한 특별법이다. 이제야 공공외교에 대한 입법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남편의 법안 발의가 부인의 영향이 있는 것 아니냐고 농담하는 사람들도 있다.(웃음)”

당당하고 적극적인 모습에 반해…100일 만에 결혼 ‘골인’

▲ 박정숙 교수ⓒ 시사오늘

박 교수의 남편은 새누리당 이재영 의원이다. 박 교수와 이 의원의 깜짝 결혼은 세간의 화제를 부르기도 했다. 그의 연애담이 궁금했다.

-남편인 이 의원과는 어떻게 만났나.

“2010년에 우리나라에서 세계 원조포럼을 했다. G20만큼이나 큰 행사였는데 여기서 둘이 일하다가 만났다. 남편은 당시 다보스포럼에 있었고 난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Allia nce) 한국대표를 맡고 있었다. 둘 다 국제기구에서 일하며 해외협력에 관심이 많았다.”

-가까워진 계기가 있었을 것 같다.

“남편이 보자마자 사귀자고 했다.(웃음) 그땐 저 청년이 왜 저러나 하고 생각했다. 나보다 어렸으니까. 그리고 난 사회생활을 오래 했기 때문에 일은 일로 구분지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공적인 자리에서 만났는데 ‘대시’를 한다는 건 이해가 안 갔다. 그런데 과감하게 대시하는 모습이 용감하게 생각됐다. 그간 일 관계로 전 세계를 돌아다녔어도 대시하는 남자가 별로 없었다. 나중에 들었는데 우리 둘이 다 아는 지인에게 남편이 마음에 드는 여자가 있다고 말하고 있었는데 내가 쓱 지나가더란다. 그래서 바로 ‘저 사람이다. 소개시켜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다섯 살 연상인데 괜찮겠냐’고 했더니 남편이 아무 상관없다고 해서, 그 지인의 주선으로 만나게 됐다.”

-결혼 결심은 언제 섰나.

“메신저 등을 이용해서 연락을 주고받으며 만남을 이어가고 있는데 갑자기 프랑스에서 남편의 전화가 왔다. ‘결혼하자’고 해서 난 또 바로 ‘좋은 생각이다’라고 말해서 결혼하게 됐다. 남편은 내가 방송활동 한 줄은 전혀 모르고 있더라. 결혼 소식이 흘러나가자 언론사에서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했다. 그때 어쩔 줄을 몰라 당황하면서 그제야 ‘당신 유명한 사람이구나’ 하더라. 나도 남편이 국회의원 될 줄 몰랐다.(웃음) 결혼을 약속할 당시엔 의원이 아니었으니까.”

-과거 인터뷰 자료를 찾아보니 ‘정치 컨설턴트를 하고 싶다’는 이야기도 있다. 본인이 정치를 해 볼 생각은 없나.

“남편이 하고 있지 않나.(웃음)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 무언가를 또 새로이 도전한다면, 정치보다 방송 일이 더 끌린다. 정치인 부인이 되고 보니까 정치판이 얼마나 치열한지 알겠다. 특히 상대 당과 처음부터 갈등 요소를 가지고 있더라. 상대 당과의 쉼 없는 경쟁이다. 방송은 딱히 상대가 있진 않다. 내 프로그램이 잘 되면 되지 상대 프로그램을 나쁘다며 싸우진 않으니까. 둘 다 공적인 일이지만 방송 쪽이 훨씬 애착이 간다. 더 많이 대중과 호흡할 수 있다는 느낌이다.”

한류는 모방에서 시작한 ‘청출어람’

박 교수는 문화외교 전문가임과 동시에 한류연구가로도 널리 알려졌다. 최근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에서 열풍을 일으키며 한류가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박 교수의 의견을 물었다.

-요새 다시 ‘한류가 뜬다’는 이야기가 돈다. 전문가로서 현 상황을 진단한다면.

“가치가 더 높아진 상태다. 돈으로 환산해 보면 와 닿을 것이다. 다른 산업과 비교해 봤으면 좋겠다. 작년 통계자료를 보면 한류 콘텐츠를 수출해서 얻어온 수익이 5조 원이다. 부가적으로 간접광고(PPL)를 통한 화장품이나 가전 등 여러 가지 제품에 대한 홍보효과가 10조 원 정도로 추산된다. 수치로 나타낼 수 있는 게 이 정도지만 국가 인지도라든가, 그런 측정할 수 없는 다른 효과까지 합치면 어마어마한 가치다.”

-실제 한류의 열기를 실감한 사례를 들어보면.

“외국 사람들에게 특강을 하다보면 깜짝깜짝 놀란다. 아직까지도 <대장금>이 제일 유명해서다. 10여 년 전 드라마라서 관심이 없겠지 생각했다. 그런데 특강을 들었던 이름도 생소한 40여 개 나라의 외교관들이 강의가 끝나고 사진을 찍자고 한다. 자신의 부모님, 일가친척들이 다 <대장금>을 봤고 거기 출연한 나를 봤다는 거다. 편하게 강의 복장으로 갔다가 후회했다.”

-<대장금>이나 <별그대>와 같은 킬러콘텐츠가 만들어지는 비결은 뭐라고 생각하나.

“외국을 겨냥해서 만들면 안 된다. 이젠 우리나라 사람이 좋아하면 세계가 다 좋아한다. 이제 한국인의 눈높이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가까워진 거다.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면 세계에서도 먹힌다는 자긍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대장금>이 국내 시청률 50% 이상을 찍었다. <별그대>도 30%에 가까운 상당히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것으로 안다. 소위 ‘막장’도 없다. 모든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를 다 가지고 있는 콘텐츠가 킬러콘텐츠가 된다. 최근 한국에서 흥행한 <겨울왕국>도 그렇지 않나. 특정 국가를 겨냥해서 만든 것도 있는데, 그리 성공적이진 못했다. <태왕사신기>와 같은 경우 일본에서의 한류를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 일본에서는 나름 알려졌지만 아시아 전체나 다른 국가에서는 대성공이라고 부를 만큼 유행하진 못했다.”

-킬러콘텐츠의 제작은 다른 나라에서도 시도해봄직한 일인 것 같은데, 유독 한류가 흥행한 이유가 있나.

“어떻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이미테이션’을 잘 해서라고 생각한다. 일본 트렌디드라마를 보고 청춘드라마가 만들어졌다. 그런데 우리만의 감성과 패션, 감정 표현 방식 등을 삽입하며 드라마가 나오기 시작했다. 모방이 무조건 나쁜 것이 아니다. 가수 ‘비’가 타임지가 선정한 100인에 들어간 것을 놓고 일부에선 ‘마이클 잭슨의 미믹(흉내쟁이)이다’라고 혹평하기도 했다. 그래서? 흉내면 어떤가? 잘 따라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음악은 작곡 방식부터 시작해서 거의 다 팝 뮤직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팝을 중심으로 하면서, 보다 매력적으로 보이는 게 중요하다. 한국 음악을 알려야 한다고 해서 꼭 음악에 자진모리장단이나 굿거리장단을 섞으라는 것은 억지다. 처음에는 조금씩 어색하지 않을 만큼 녹여나가야 한다. 옷에 비유하자면 한복 바지저고리에 넥타이를 매는 모양새가 아니라, 양복에 한글을 디자인하거나 매무새를 보다 한복에 가깝게 스타일링하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다.
심지어 청출어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한류는 그래서 성공했다. 원형은 그들이 좋아하는 형태를 따라 해서 거부반응이 적었지만 그 안에는 우리만의 특별한 것들을 적당히 첨가했기 때문에 퍼져나갈 수 있었다. 모방은 창피하지 않다. 80년대 J-POP, 90년대 홍콩 느와르, 우리는 따라했지만 넘어섰다.”

잘나가는 한류, 문제는 ‘칸막이 행정’

-잘나가는 한류지만 문제도 많을 것 같다.

“우선 정부의 지원이 시급하다. 우리가 처음부터 문화외교를 한 것이 아니라 킬러콘텐츠가 성공하고 한류가 만들어지면서 그렇게 된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한류와 같은 문화콘텐츠에 대해, 다른 나라와의 조약이나 법률적 효력이 있는 여타 조치들이 아직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한류가 알려질수록 한류의 성공 비결에 대해 알아보려는 사람들이 많다. 어떤 정책을 시행하고 있느냐고 많이들 묻지만 특별한 정책이 한류를 성공시킨 것은 아니다. 한류가 생명력을 이어나가고 있는 지금 정부가 어떤 ‘틀’을 만들어줄 때가 됐다.”

-일각에서는 한류를 고질적 문제로 정부 부처 간의 신경전을 지적하기도 하는데.

“그런 것 같다. 외교부와 산업통상부, 문화관광부에 미래창조과학부까지. 다 한류에 한 발씩 들이고 있다. 어떤 사안은 어떤 부에서 해야 한다고 정해져 있다. 소위 칸막이 행정이라고 부르지 않나. 이것 자체가 규제라고 생각한다. 가장 전달하기 좋고 효율이 좋은 네트워크를 통해서 한류가 나가야 한다. 지금은 공급자 우선 주의나 다름없다. 시행착오적이다. 단군 이래 최고로 전 세계에 문화적인 위세를 떨치고 있는 지금 하루빨리 개선할 점이다.”

-한류는 어느 부처가 도맡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지.

“한 부처로 일원화(一元化)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사실 사안마다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외교부에서 맡아서 해 줄 부분이 있고 산업통상부에서 잘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기본적으로 모든 일은 시작에 앞서 비용절감을 감안해야 하는데 그 경우 외교부가 유리하다. 각 나라의 문화원에서 하는 행사 같은 일들은 돈이 특별히 들지 않는다. 비용이 가장 적게 드는 채널이다. 외교부가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해 줄 수 있다. 그런데 외교의 특성상 비용이 적게 드는 대신 수익을 기대하긴 힘들다. 그런 부분은 산업통상부가 나서서 통상으로 해결할 일이다. 일단 물꼬가 터지면 그 다음엔 시장을 공략할 수 있지 않겠나. 그런 역할 분담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이미 오래된 콘텐츠지만 가치가 충분한, <대장금>과 같은 것들은 외교를 통해 무료에 가깝게 제공해서 저변을 확대할 수 있다. 이후 <별그대>처럼 소위 ‘핫’한 것들은 산업통상부에서 나서서 협상해서 팔면 된다. 개인적으론 문화관광부에선 이러한 콘텐츠 제작이라든가 내적인 측면에서 더 심오한 부분을 담당하며 두 부처를 서포트하는 것이 맞지 않나 생각한다.”

▲ 박정숙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 수출을 위한 한류 돼선 안 돼

-근래에 일본에서 한류 열기가 주춤한 것이 식상한 내용과 일본 작품을 리메이크하기 때문이란 비판이 있다.

“내용이 식상하다거나 리메이크 때문이라기보다, 정치적인 문제가 큰 것 같다. 내용이 식상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는 우리 콘텐츠의 양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양이 늘어나면 그 안에서 질이 높은 것들도 늘어난다. 반길 일이다. 리메이크를 한다는 것도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우리가 돈이 좀 생겼고 문화 사대주의를 벗어났다는 증거다. 포맷을 수입해서 만들어도, 따라 해도 더 잘 만들어낼 자신이 생겼다는 거다. 일제강점기를 거치기도 했고, 그 다음엔 미국문화가 여과 없이 들어오기도 했다. 만화는 거의 다 일본만화였고 영화산업도 스크린쿼터제를 시행하는 등 잔뜩 움츠린 모습을 보였었다. 그런데 한류가 10년을 지나 20년씩 생명력을 가지자 자신감이 붙고 사대주의가 사라졌다. 역으로 대등한 교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거다. 물론 우리 것만 팔고, 가져다 놓을 수록 좋긴 하다. 정부가 기대하는 것이 바로 그런 것 아니겠나. 그러나 한류가 생명력을 가지고 더 오래 발전하려면 일방적인 방향성은 좋지 않다. 외교도 무역도 사실 본질은 주고받는 것이 아니다.

지금 문제는 정치적인, 사회적인 사안이다. 한일관계가 냉각되면서 한류 콘텐츠를 보낼 만한 채널이 사라졌다. 방송국의 경우 처음엔 공중파에서 내보내던 것이, 지금은 케이블로 밀려나 있다. NHK 같은 방송국도 지금 자칫 잘못 한국 드라마를 내보냈다간 사회적으로, 정치적으로 위기에 몰릴 수도 있다. 뭇매를 맞을 수 있기 때문에 몸을 사린다. 파급력이 줄어드는 중이다. 애초에 한류가 일본을 가장 많이 겨냥하는 이유는 저작권이 확실하게 보장됐기 때문이었다. 일본에 비하면 중국은 사실상 저작권이 거의 보호되지 않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래도 최근엔 중국이 한류 소비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지 않나.

“중국도 반한(反韓) 감정이 있지만 일본의 혐한(嫌韓) 감정과는 다르다. 일본의 혐한류는 말 그대로 ‘그냥’ 한류를 싫어하는 거다. 싫어하는 요소가 너무 많아서 일본 주간지들에 혐한 관련 내용이 넘실거릴 정도다. 그 기저에는 예전에 드라마를 싸게 만들어 팔던 일본의 제작자들이 있다. 그 위치를 한국 드라마가 차지해버렸다. 당연히 싫어할 수밖에.

중국은 한류를 싫어하지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한국을 중국의 소수민족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마저 있다. 북한과의 관계 때문에 약간의 반한 감정이 있을 수 있는 정도다. 다만 한류가 점점 세몰이를 하며 한류 드라마 방영비율이 30%,40%를 넘나들자 상한선을 10% 이하로 잡은 지역도 많다. 자존심 문제기도 하고, 자국 산업 보호 차원에서 하는 일이다.”

-한류의 미래를 전망해본다면 어떤가.

“사실 한류는 침체기를 겪기도 했다. 2011년, 2012년에 한류는 이제 끝났다는 말이 돌았다. 2011년 SM타운이 파리에서 대규모 콘서트를 열며 유럽을 들썩이게 했지만, 약간 억지로 띄워본 감이 없지 않았다. 그런데 <강남스타일>이 등장해서 전 세계를 뒤흔들었다. 서구 사회에선 <강남스타일>을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유튜브 등을 보면 단적으로 알 수 있다. <강남스타일>을 기반으로 한 플래시몹이나 패러디 동영상이 수천 개가 돌고 있다.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 중국…나라와 지역을 가리지 않는다. ‘롬니 스타일’이나 ‘오바마 스타일’과 같은 제목도 있다. 한류는 끝날 것 같으면서도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경우에 따라 부침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생명을 가지고 앞으로도 이어져 나갈 거라고 본다.”

-<강남스타일>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할 수 있었던 이유가 궁금하다.

“<강남스타일>의 특징은 패러디나 플래시몹 등의 2차 저작물에 대해서 법적 제재를 하나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패러디를 하면 음악을 쓰고, 화면을 쓰고 다 쓰는데 상업적인 것이 아니고서야 굳이 저작권을 묻지 않는다. 경직된 사고였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저작권법이 엄한 서양에서는 더욱 그렇다. <강남스타일>은 패러디든 뭐든 얼마든지 하라고 내버려둠으로써 재창출의 기회를 준 거다. 파급효과가 클 수밖에. 지난 2012년 런던에서 언어박람회가 있었는데 내가 한국관의 관장으로 가게 됐다. 그때 강남스타일을 패러디해 <태권스타일>이란 걸 만들어봤다. 태권도 용어는 전부 한국어로 쓰이고 있으니 언어박람회와 접목해 본 것이다. 그래서 YG 측에 전화를 해 봤더니 ‘공식적으로 쓰시라고 허락해 드릴 순 없지만 쓰지 마시란 말씀도 안 드립니다. 다만 절대 상업적인 목적으로만 이용하지 않으시면 됩니다’라는 답변을 줬다. 묵인해주겠다는 이야기다. <태권스타일>은 아주 인기를 끌었고 런던 한복판에서 많은 사람들이 따라하는 풍경을 연출했다.성공적인 마케팅 전략 아닌가. 한류의 발전을 위해선 때론 이런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유튜브에 올라오는 콘텐츠들은 어차피 막으려야 막을 수가 없다.”

-한류를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한류는 문화유산이다. 자긍심을 가져야 되는 우리의 보물로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한류는 한물갔다, 전성기는 끝났다, 하며 부정적인 견해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우리가 가진 국보들, 좋은 문화유산들을 바라볼 때 깨졌다고 해서, 인기가 없다고 해서 그 가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한류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그간 대중문화에 가치를 크게 두지 않았다. ‘우리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가 즐기고 있는 것들 아닌가. 10년, 20년 후에 '그때 그런 게 있었지' 라며 추억하는 무형의 자산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터뷰를 마치며 아이 사진을 자랑하는 그의 모습은 방송인 박정숙과 문화외교전문가와는 또 다른, 평범한 한 어머니였다. 쉼 없는 도전으로 자신만의 색을 내는 그의 다음 행보가 기대되는 것은 기자만이 아닐 듯싶다.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좌우명 :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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