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재벌, 국제그룹 양정모 회장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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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재벌, 국제그룹 양정모 회장은 누구?
  • 홍세미 기자
  • 승인 2014.04.10 1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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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홍세미 기자)

최근 국제그룹 양정모 회장 일가의 고급주택이 법원 경매에 나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다.

양 회장의 주택은 성북동 15-2 단독 주택으로 지난 2일 경매에 부쳐졌다. 경매가는 73억 원 정도다.

양 회장이 거주하던 평창동 고급빌라는 1987년 국제상사 명의로 넘어간 뒤 1998년 11월 양 회장의 차남 양희원 ICC 대표가 되찾았다. 양 대표는 이 집을 담보로 푸른상호저축은행으로부터 5 차례 27억 원을 대출받았지만 원금과 이자를 갚지 못해 집이 경매에 놓인 신세로 전락했다.

고무신 사업에서 재계 7위로…'자수성가의 신화'

국제그룹은 삼성·현대·LG와 어깨를 나란히 한 재계 7위의 대기업이었다. 1940년 대 부산에서 ‘왕자표 고무신’을 발명, 공장을 세워 국제고무공업사를 설립했다. 50년 대 중반까지 100개가 넘는 생산라인을 갖춰 세계적 신발 공장으로 성공할 수 있었다.

고무신 공장은 시기를 잘 탔다고 언급된다. 1950년 발발한 6·25 전쟁 때 국민들은 신발과 생필품이 부족했다. 그렇게 ‘고무신 사업’은 전쟁 당시 급격한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

‘고무신 사업’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1970년 대 박정희 정권의 중화학 육성정책에 발맞춰 중화학 공업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신발류와 비닐제품 생산업체인 진양화학을 세우고 신발수출 붐을 타기 시작해 해외로도 뻗어나갔다. 이후 ‘고무신 공장’이었던 회사는 성창섬유, 국제상선, 신동제지, 동해투자금융 등 21개 계열사를 잇따라 창업하기 시작하면서  ‘재벌’ 반열에 올랐다.

국제그룹은 현재 ‘프로스펙스’상표를 만든 기업으로 더 알려져 있다.

전두환 정권은 양정모 회장의 비운의 시작

승승장구 하는 줄로만 알았던 국제그룹은 별안간 1985년 ‘공중분해’됐다. 그 당시 “자고 일어나봤더니 회사가 없어졌더라”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순식간에 사라졌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하루만에 ‘공준 분해’된 사연은 무엇이었을까.

국제그룹이 사라진 데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정치적 타살’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당시 전두환 전 대통령과 양정모 회장 간 사이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고 알려졌다.

둘 간 사이가 좋지 않은 이유는 △양 전 회장이 83년 새마을성금 과정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3개월 짜리 어음으로 10억 원밖에 기부하지 않았다는 것(다른 기업에 비해 현저히 낮은 금액) △1984년 12월 폭설로 청와대 만찬에 늦게 참석해 밉보인 것 △1985년 2·12일 총선에서 부산지역 선거 결과가 좋지 못한 책임을 물은 것 등 다양한 이야기가 전해져온다.

특히 국제그룹 해체 재판과정에서 결정을 내린 사람이 전두환 전 대통령인 것이 밝혀지면서 의혹은 더 커졌다.

국제그룹이 해체된 후 각각 계열사를 제3자에게 인수시키는 과정도 문제였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국제그룹의 노른자 계열사들을 다른 대기업들에게 나눠졌다고 알려졌다.

때문에 국제그룹의 해체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정치적 보복’이었다는 속설이 신빙성 있게 전해진다.

▲ 국제그룹 양정모 회장은 2009년 향년 88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 MBC 방송 캡쳐

양정모 회장이 안타까운 이유

‘고무신 사업’으로 시작해서 재벌까지 올라갈 수 있었던 양 회장은 그야말로 ‘자수성가’의 신화로 불려진다. 게다가 회사가 없어진 사연도 전두환 전 대통령의 ‘보복성’ 타겟이었다는 이야기가 나돌면서 더 안타까움을 더해갔다.

양 회장은 88년 국제그룹 해체와 관련, 헌법소원을 냈고 1993년 헌법재판소는 “5공 정부의 국제그룹 해체는 위헌”이라는 결정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뿔뿔이 흩어진 회사를 다시 찾기엔 역부족이었다.

양 회장은 2008년 까지 회사를 다시 일으키려고 시도했으나 2009년 향년 88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10일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양정모 회장은 시기를 잘 타지 못했다”면서 “그 당시 그렇게 정의로웠던 것은 어쩌면 ‘독’이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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