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호의 시사보기>신뢰정치 실종으로 위협 받는 대의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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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호의 시사보기>신뢰정치 실종으로 위협 받는 대의정치
  • 강상호 시사평론가
  • 승인 2014.04.11 12: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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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강상호 시사평론가)

기초선거 후보 무 공천을 매개로 새정치연합과 민주당이 공식 통합한지 한 달도 안 되어서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 가 4월 10일 기자회견을 갖고 당원투표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수용해 6.4 지방선거 기초선거에서 후보를 공천하 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안철수 새 정치의 허구성과 열악한 야당의 정치 현실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대통령과 여당의 정국 운영 한계를 보여준 사건이다.

특히 실망스러운 것은 안철수 의원의 정치적 행태인데 물러설 때와 지켜야할 때를 구분하지 못하고 정치적 결단이 요구될 때 확고한 정치적 신념을 보여주지 못했다.

예를 들면, 당원투표와 국민 여론조사 실시 전 기자회견을 통 해 약속정치에 대한 진정성을 강조하면서도, 당원투표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가 기초선거 후보 공천 쪽으로 나올 경우 책임지고 당 대표직을 사퇴하겠다는 결연한 의지조차 보이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보니, 당원투표와 국민 여론 조사의 의도가 기초선거 무 공천 결의를 다지고 동력을 얻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기초선거 공천으로 가기위한 명분쌓기용 출구 전략인지 애매하게 되었다.

기초선거 후보 무 공천 약속 파기 과정을 지켜보면서, 초선 안철수 의원의 미숙한 정치 행보는 그렇다 치고 신뢰정치를 강조해 온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행태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대선 후 1년 여 라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기초선거 무공천 약속 파기와 관련하여 어떤 사과나 입장 표명이 없었다는 것은 우리가 기대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행태가 아니다.

최경환 원내 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통해서 대국민 사과를 했다고 하지만, 시기적으로 보나 내용의 강도로 보나 진정성이 없이 떠밀려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다.

더구나 새정치민주연합 의 기초선거 무공천 철회를 비난하는 모습에서는 어디서 그런 뻔뻔함이 나오는지 어안이 벙벙해진다. 박근혜 대통령의 진정성을 높이 평가하는 보수 언론과 정치 평론가들은 대통령이 후보시절 단순히 표를 얻기 위해 기초선거 후보 무공천을 공약하지는 않았을 것이고 말한다.

나아가 박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된 후 기초선거 후보 무공천에 대한 생각을 바꾼 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우호적으로 변호한다.

이것은 그 만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확고한 지지층이 있다는 반증이고, 감성적 측면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호감을 사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대통령에 대한 호감 비호감은 국정운영 평가에 있어서 결과에 관계 없이 지지와 반대를 이끌어 내는 데 상당한 영향력을 미친다.

박근혜 대통령의 감성 정치는 절제와 단정함 그리 고 부드러운 카리스마에 기초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감성 정치가 언제까지 유효할까? 대통령 취임 후 박근혜 대통령이 보여준 대북정책에서의 안정감, 그리고 각국 정상회담과 국제회의에서의 세련된 매너는 경제력에 어울리는 선진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만들어 냄으로써 한국인의 자긍심을 갖게 했다는 점에서 국민 들의 높은 지지와 사랑을 받을만 하다고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번 6.4지방선거 기초단체 후보 무공천 약속 파기와 관련한 대통령의 침묵은 대통령에 대한 지지와 특정 정당의 지지 여부를 떠나서 냉정하게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충분한 설득 과정이 없는 선거 공약의 일방적 파기는 대의 정치를 위태롭게 할 뿐만 아니라, 신뢰 정치를 기반으로 한 박근혜 정치에 대한 전면적 부정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새누리당은 기초선거 후보를 공천하고 새정치연합은 기초선거 무공천을 했을 경우, 6.4 지방선거가 불공정 선거가 됨으로써, 선거 이후 수많은 저항이 예상되었던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비정상의 정상화를 주창해온 대통령 과 청와대가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을 이유로 야당 대표의 회담 제의를 거부했던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 강상호 시사평론가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 정치학 박사
-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장
- 행정자치부 중앙 자문위원
- 경희 대학교 객원교수
- 고려 대학교 연구교수
-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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