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 잃은 한국②> 삼성에 준 면죄부, '악당이면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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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 잃은 한국②> 삼성에 준 면죄부, '악당이면 어때?'
  • 박상길 기자
  • 승인 2014.04.12 0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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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삼성 '짝사랑' 찬양보다는 '사랑의 매'로 다스려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상길 기자)

'새만금 삼성투자 앞당겨질 듯: 대기업 연쇄 입주 '기폭제', '전략적 요충지 선점', '삼성 투자 앞당긴다', '투자 빨라질 수 있다', '삼성 새만금 투자 차질 없어야', '삼성의 10년 뒤 새만금 투자 실현될까'

지난 2011년 4월 27일 전북 지역에 삼성 그룹이 그린에너지 종합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밝힌 뒤 나온 지역 언론기사 제목이다.

삼성은 국무총리실, 농식품부, 지경부(산업통상자원부), 전라북도와 함께 관련 내용에 대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 내용에 따르면 삼성은 전북 새만금 신재생에너지 예정 부지에 2021년부터 2040년까지 약 20조 원을 투자한다.

이후 3단계에 걸쳐 풍력발전기, 태양전지, 연료전지 등의 에너지 생산 시설과 연구동 등을 갖춘 '그린에너지 종합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의 '대규모 투자 계획'에 지역 언론은 너나 할 것 없이 삼성 찬양에 들어갔다. 언론뿐 아니라 전주 시민들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전주 시내에는 <삼성이 달려온다 세계가 달려올 것이다>, <삼성이 전북에 온다> 등의 현수막이 걸렸다.  

'삼성공화국', '삼성민국'은 쉽게 들리는 단어 중 하나다. 이에 대해 최근 SNS를 통해 설문조사를 해봤다.

▲ 서울특별시 태평로 삼성본관ⓒ뉴시스


"삼성공화국이 아니라 삼성군주국이라고 생각한다. 공화국의 최소 요건은 '삼권분립'인데 이 나라는 삼권분립이 안 된 채 입법부든 사법부든 행정부든 이건희의 지배를 받고 있는 것 같다."(이모 씨, 35세, 회사원)

"삼성=한국으로 생각하는 사람 많다. 삼성 제품이 딱히 좋아서 그런 건 아닌데, 국민들이 삼성 측의 마케팅전략에 세뇌당한 것 같다." (박모 씨, 30세, 회사원)

누리꾼들은 삼성공화국이라는 키워드에 대해서는 대체로 수긍했다.

물론 "21세기 권력을 결정짓는 것은 자본이 아닌 정보"라며 "지금 시대는 삼성 공화국이 아니다"고 주장하는 일부 누리꾼도 있었다. (문모 씨, 28세, 회사원)

삼성을 바라보는 시선은 다를 수 있다. 그럼에도 '삼성'이라는 키워드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를 훑어봤다.

Success(성공) '삼성은 한국의 가장 위대한 성공이다'

한국 사회에 공공연하게 퍼져 있는 명제다. 삼성은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프로야구 시즌이 한창인 요즘 같은 때가 되면 삼성아파트에서 삼성 TV 제품인 파브로 삼성팀 경기를 보는 사람이 갑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생활 속을 들여다보면 사람들은 이마트에서 사온 우유 제품을 지펠 냉장고에서 꺼내 먹고 갤럭시 휴대폰으로 그 날의 일상을 보낸다.

이 밖에 어린아이를 키우는 집들은 주말이면 어김없이 에버랜드를 찾아 삼성카드로 소비를 한다. 

전문가들은 8일 삼성전자 1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8조4000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국내 증권사 평균 추정치인 8조4434억 원에 근접한 수치였다. 지난 1분기 정보기술 업종의 계절적 비수기 등 여파로 실적이 좋지 않을 것이란 예상을 뒤엎는 결과였다.

Anomie(혼돈) 2005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삼성과 정치권, 검사 간의 관계를 폭로한 '삼성 X-파일' 사건은 삼성공화국의 실체를 온 국민에게 드러내 사회적인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공개된 X-파일 문건에는 삼성으로부터 떡값을 받은 검찰 실명을 공개한 노회찬 전 의원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국회의원 자격을 잃은 일이 담겨 있었다.

Management(서비스) 최근 방문해 본 삼성 서비스 센터는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수리 시간을 제외하고도 1시간을 기다리는 게 기본이다. 여기에 사람이 많을 경우엔 최대 3일까지도 서비스를 질질 끈다.

그럼에도 삼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은 꽤 후했다.

수원에 사는 김모 씨(31)는 노트북을 고치러 왔다. 2년 가까이 제품을 써 왔는데 그동안 3번 정도 고장났다고 했다.  하지만 삼성 제품 하면 튼튼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고장이 잦아도 쓰게 된다고 했다. 그는 믿음이 가는 이유에 대해 제품을 광고하는 모델 효과라고 설명했다.

삼성 제품 광고를 보면 김연아나 이상화, 이영애 등 국민 스타들이 대거 출연한다. 이들의 이미지에서 비치는 믿음직스러운 모습과 '또 하나의 가족' 이라는 광고 문구의 절묘한 조합은 소비자의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아 가기에 충분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Safety(봉쇄) 한국 언론 중 삼성으로부터 자유로운 곳은 없다. 삼성은 광고로 모든 언론사의 기사를 손 안에서 주무른다. 삼성의 러브콜은 한국 모든 언론에게 달콤한 유혹으로 다가오며 이로 인한 기사 삭제는 종종 벌어지고 있다.

2007년 1월 19일 삼성본관 앞에서는 삼성 에스원 계약직 노동자 집회가 있었다. 이에 대해 여러 매체가 취재했지만 비중 있게 보도한 곳은 경향과 한겨레 정도였다.

'선무당' 경찰청/ '경비업체·영업딜러 계약 불법' 엉터리 유권해석, 삼성에스원 560명 계약해지…뒤늦게 잘못 드러나 2007년 1월 20일자 <경향> 6면

'집회 무풍지대' 삼성본관 앞 시위  2007년 1월 20일자 <한겨레> 1면/ '현장에서: 제발 저린 경찰 마구잡이 연행'  2007년 1월 20일자 <한겨레> 3면

<조선일보>는 같은 날 10면에 '허 찔린' 삼성/ '에스원' 해고노동자들, 삼성보다 먼저 집회 신고 삼성본관 앞 합법집회로는 처음…200여명 규모'란 내용으로 보도했지만 시위의 원인이었던 경찰의 무리한 유권 해석과 과잉진압은 언급하지 않았다.

<서울신문>은 20일 자 가판 6면에 김오근 삼성에스원노동자연대 위원장이 삼성 본관 앞에서 삭발하는 사진을 큼지막하게 실었다가 배달판에서 사진을 들어냈다.

반면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최고고객 담당임원(CCO)임명 사안은 쏠림보도됐다.

<국민일보> '삼성 이재용 전무, 최고고객경영자 임명/사실상 경영전면 나섰다' 2007년 1월 20일자 (11면/ 4단) <경향신문> '이재용 전무 CCO '새 임무'' 2007년 1월 20일자 (9면/4단) <동아일보> '이재용의 삼성'이 시작됐다' 2007년 1월 20일자 (32면 절반정도) <서울신문> '삼성 이재용 경영전면에' 2007년 1월 20일자 (1면 3단) <세계일보> '이재용 전무 CCO 맡는다' 2007년 1월 20일자 (12면 4단) <조선일보> '삼성 이재용 전무 CCO에' 2007년 1월 20일자 (22면 3단) <중앙일보> '삼성전자 이재용 전무 CCO 맡았다' 2007년 1월 20일자 (2면 3단) <한국일보>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 CCO 임명' 2007년 1월 20일자 (3면 전면 할애) <한겨레> 'CCO 이재용' 2007년 1월 20일자 (12면 2단) <매일경제> '이재용 글로벌 경영 전면에 나선다' 2007년 1월 20일자 (11면 4단) <한국경제> '이재용 전무 글로벌 IT 인맥 구축하고 신수종사업 발굴 역할 수행' 2007년 1월 20일자 (11면 6단) <머니투데이> '이재용 삼성전자 CCO 임명/전무 직급, 역할 '사장급' 2007년 1월 20일자 (3면 3단)

University(대학) 삼성은 대학교육마저 접수했다.

삼성은 지난 1월 입사 시험에 서류전형을 부활시키고 총장 추천제를 통해 5000명을 추천받겠다는 내용을 담은 인재 채용 개편안을 발표했고 23일 대학별로 할당 인원을 통보했다.

삼성 측의 일방적인 통보는 지역 차별 등을 포함, 각 대학과 취업 준비생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이에 대해 이인용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은 같은 달 28일 브리핑을 통해 대학 총장추천제, 서류 심사 도입을 골자로 하는 신입사원 채용 제도 개선안을 전면 유보키로 했다.

NG(No Good) 최근 '한국 초일류 기업'이라는 삼성 명칭에 금이 가는 일이 발생했다.

AP통신이 지난 4일 삼성의 광고·이벤트 마케팅 전략에 대해 NG를 외쳤기 때문이다. 한 해 10억 달러가 넘는 돈을 마케팅 비용으로 쓰는 삼성이 여성 모델을 남성에 의지하는 시대에 뒤떨어진 모습으로 그렸다고 AP통신은 지적했다.

아울러 신제품 발표회에서 가슴이 깊게 파인 의상을 입은 여성 모델을 쉽게 볼 수 있다며 성 상품화에 대해서도 AP통신은 강도 높게 비판했다.

실제로 삼성은 지난해 3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신형 냉장고 및 세탁기 발표회에서 비키니를 입은 댄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가 현지 여론의 거센 비난을 받고 공식 사과한 일도 있었다.

AP통신은 이에 대해 한국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긴 했지만 여전히 여성을 장식품이나 순종적인 모습으로 그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삼성은 주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11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공화국의 의미가 어떤 팩트를 어느 정도의 모수를 가지고 표현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며 "얼마의 기간 동안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조사한 것인지 자료를 보고 난 후 답변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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