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 잃은 한국③>정치와 ´이별´하는 국민, 배경엔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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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 잃은 한국③>정치와 ´이별´하는 국민, 배경엔 언론?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4.04.13 0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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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비론이 낳은 정치혐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요즘 정치 기사를 읽거나 뉴스를 보다 보면 이젠 누가 잘하고 있고 못하는 지도 모르겠다. 다 똑같이 자기들끼리 싸움질만 하는 것 아니냐”(김 모씨, 57세)

“어차피 (정치인들은)누구 하나 할 것 없이 부패한 사람들 아닌가. 누가 당선되든 상관없다. 정치에 관심을 끄고 내 삶에만 충실하게 사는 것이 마음 편하다”(윤 모씨,28세)

“정치 소식을 접하려면 그래도 신문이나 TV를 봐야 하지 않나. 그런데 언론들이 저마다 너무 편향된 것 같아 믿을 수가 없다”(박 모씨,35세)

▲ 저조한 투표율로 썰렁한 투표소 ⓒ뉴시스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무감각함이 위험수위에 달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대학에서 정치학을 가르치는 김 모 교수는 “정치에 대한 관심도는 사안 별, 혹은 인물 별로 다를 수 있을뿐더러 명확한 기준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히 측정하긴 어렵다” 면서도 “투표율이나 정치 포털의 방문자 비율, 정치인의 인지도 등 다양한 지표를 종합해 볼 때 국민들이 점점 정치를 불신하고 관심이 사라지는 방향성은 존재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국민들의 정치혐오가 정치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이를 보도하는 언론에게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는 이야기가 눈길을 끈다.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강원택 교수는 최근 강연에서 “우리는 언론 등에 비쳐지는 한국 정치의 일면만을 보고 있기 때문에 싸움, 욕심 등 나쁜 이미지만 떠올리는 경향이 있다”며 “우리의 불평과 달리 한국정치는 꾸준히 발전해왔다”고 주장했다.

언론의 양비론(兩非論)이 국민들의 정치혐오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중진 의원은 최근 강연에서 다음과 같은 발언을 했다.

“때리는 쪽이나 맞는 사람이나 똑같이 잘못한 것이라고 하는 태도가 언론을 지배하고 있는 것 같다. 이는 민주화 투쟁의 과정에서 군사독재정권과 싸우던 시절의 잔재처럼 보인다. 당시 언론들이 탄압을 피해 정부와 여당을 비판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쓰던 것이 양비론이다. 우선적으로 정치권에 내재된 문제들도 있지만, 양비론이 그대로 남아 횡행한 결과 우리(정치인)들도 더욱 힘들고 국민들이 정치와 멀어졌다. 정치를 싫어하는 것보다 더 좋지 않은 것은 무관심한 것이다. 지금 국민들은 혐오단계를 넘어 정치 이슈에 무감각해 지고 있다”

정치 관련 언론보도가 정치권 전체에 대한 비판성을 띄면서 이를 접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정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키워준다는 이야기다.

이와 같은 지적은 처음 나온 것이 아니다.

지난 2012년 MB정권에서 민간인 불법사찰의혹이 불거진다. 당시 대부분의 언론이 시비를 가리기에 앞서 여야와 청와대의 입장을 한데 묶어 보도하는데 그쳐, ‘양비론으로 논점을 흐리고 있다’‘총선을 의식해 진흙탕 싸움으로 끌고 가고 있다’는 비난에 직면한 바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언론으로부터 유발된 정치무관심은 언론에서 가장 먼저 반영되고 있다.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점차 사라지자 정치 기사나 프로그램도 비중이 줄고 있는 것이다.

몇몇 유명 포털 사이트의 메인화면에선 정치뉴스로 바로 들어갈 수 있는 채널이 사라졌으며, 모 유명 일간지는 정치면을 없애고 ‘종합면’으로 변경했다.

종합편성채널(종편)들은 다양한 시사 프로그램을 쏟아놨지만 ‘편향적’이라는 비판에 직면하며 몇몇 프로를 제외하면 저조한 시청율로 고전하는 형국이다.

이와 관련 한 전직 언론인은 “한국 언론은 어설프게 중도를 지키려는 시도를 하다가 모두를 비판하는 길로 빠지기도 한다”며 “차라리 미국처럼 일정 정당을 대놓고 지지하며 정치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다만 (보수와 진보)언론의 숫자가 비등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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