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동영 “옐로우저널리즘 판치는 한국은 감각의 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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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동영 “옐로우저널리즘 판치는 한국은 감각의 제국”
  • 방글 기자
  • 승인 2014.04.14 11: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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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기사 많아지면 자살률도 늘어…언론, 존재의 이유 고민해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방글 기자)

“사람들이 점점 감각적 경험이라는 것에 주목하고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글로 읽기보다는 오감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보여주고 느끼는 것을 좋아한다는 말이다. 사건 기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얼마나 처참한지, 얼마나 엽기적인지를 드러내야 주목한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칠곡계모사건의 경우에도 그냥 학대라고 하면 사람들이 관심 갖지 않는다. ‘어떻게’ 학대했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선정적인 면에서 언론 경쟁을 부추기다보니 옐로우저널리즘으로 이어진 것 아닌가 생각한다.”<손동영 한양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 손동영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교수 ⓒ시사오늘

지난 10일 서울 왕십리에 위치한 한양대학교를 방문했다. 봄날의 한양대 캠퍼스는 중간고사를 앞둔 학생들로 가득했다. 손 교수와의 인터뷰는 사회과학대학에 위치한 연구실에서 진행됐다.

손 교수는 한국사회가 사건 기사를 통한 자극을 원하고 있다고 봤다. 하지만 그 이유를 개인주의적 측면이 아닌 환경적, 상황적 측면으로 해석했다.

“무감각은 저널리즘의 보도 행태와 관련이 있다. 주의를 끌어들이려고 자극적인 문구나 표현, 정치의 경우에는 대립되는 이슈들만 뽑아낸다. 특히 정치판의 경우, 국회의원들이 1년 365일 늘 멱살잡고 싸우는 것 같이 보인다. 흔히들 진절머리가 난다고 얘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살인 사건이 나도 사람들이 반응하지 않는 것은 이런 상황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 개인주의적 측면이 아닌 환경적, 상황적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말한 의미가 여기에 있다.”

-언론계에 이같은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이유는 뭐라고 보나.

“예전의 저널리스트나 기자들은 어찌됐든 사실을 보도하는 데 가치판단을 뒀다. 하지만 요즘 기자들은 그런 게 많이 희석된 것 같다. 언론이 무감각하게 기사를 내보내니까 기사를 접하는 사람들도 무감각하게 받아들인다. 다시 말해서 무수히 많은 사람이 하는 얘기에 내가 노출된 상황이라 피로도가 굉장히 높아진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변화한 언론 환경도 이유가 될 수 있다.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통해 새롭게 만들어진 환경 때문에 언론사가 원하지 않더라도 생존경쟁을 벌이게 됐다. 새롭게 등장한 매체 환경에서 어떻게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느냐를 고민하다보니까 점점 선정적인 경쟁으로 가게 됐고 소셜 미디어가 나오면서 상황은 더 악화됐다.”

-사회에 새로운 문제를 발생시켰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일정 부분은 인정한다. 예를 들자면 사건사고에 대한 보도가 너무 많은 것은 문제일 수 있다. 정치에 관한 이슈는 사회 전체에 관련된 것이니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런데 어느 동네에 사는 어떤 누가 폭행을 당했다는 기사를 굳이 알 필요가 있을까? 오히려 사람들은 어디까지 조심해야하나 갈피를 잡지 못하고, 뉴스 속 상황이 내 주변에서 일어날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심지어는 어떤 상황이 왔을 때 내가 그런 일을 저지를 수 있도 있겠다는 과대 추정까지 할 수 있다. 실제로 자살 보도가 늘수록 자살률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기록도 있다.”

-해결 방법은 있을까.

“한국은 공적 기관에 대한 신뢰도가 굉장히 낮다. 언론도 공적 기관 중 하나다. 언론이 스스로 어떤 역할을 하는 기관인지, 어떤 조직이어야 하는지 심각한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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