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호·박경이 부부, ˝장애인 행복 만들기 30년…편견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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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호·박경이 부부, ˝장애인 행복 만들기 30년…편견 여전˝
  • 방글 기자
  • 승인 2014.04.20 12: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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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호 제천청암학교 교장·박경이 세하의 집 원장 부부 “봉사 보다 이해 선행돼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방글 기자)

“하루살이와 나비가 함께 놀다 날이 어두워지자 나비가 집으로 발길을 돌린다. 하루살이가 서운한 표정을 짓자 나비는 내일 다시 만나자고 한다. 하루살이의 표정이 밝지 않다. 나비는 다음 날 개구리를 만난다. 겨울잠을 자야하는 개구리는 내년 봄에 다시 만나자고 한다. 이번에는 나비의 표정이 좋지 않다. 동물의 한계와 서로의 배려 부족을 잘 보여주는 예다. 장애인은 한계가 없다. 우리처럼 한계를 넘어 성장을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이다. 편견을 없애고 선생님들이, 우리가 세상을 보여주는 시각을 넓혀주면 그들은 따라온다.”<제천 세하의 집 박경이 원장>

장애인의 날을 맞아 제천청암학교를 찾았다. 18일 청암학교는 ‘청암 거북이 마라톤대회’ 준비로 분주했다.

제천청암학교의 장병호 교장과 장애인 생활시설 세하의 집 박경이 원장 부부는 1987년부터 이곳을 함께 운영해 왔다. 남편은 학교에서 아이들의 교육을 책임지고, 부인은 학교 밖 생활을 함께 한다. 부부와 함께한 인터뷰는 청암학교 교장실에서 진행됐다.

▲ 장애인의 날 기념 '청암 거북이 마라톤 대회'가 한창인 제천청암학교 ⓒ시사오늘

-함께 장애인학교와 시설을 설립, 운영하게 된 계기가 있나. 

장병호 교장 “서울의 특수학교에서 일을 하다보니 버려지는 아이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신규 학생이 들어오면 생활기록부터 보는데, 이름 없는 아이도 많더라. 나와 같은 ‘인동 장’ 씨로 취적을 하려는데 반대하는 이들이 많아 못했다. 입양을 하려하니 국가보조가 안 나온다. 내가 해결할 수 있는 게 한계가 있다 싶었다. 그런 아이들이 눈에 밟혀 고향인 제천에 와서 학교를 만들게 됐다.”

박경이 원장 “그 시대에는 남편이 하는 일을 여자들이 자연스럽게 보조했다. 29살에 아이 둘을 데리고 내려왔다. 이렇게 저렇게 살다보니 50이 됐는데, 그 때 나에 대한 존재감에 회의가 들더라. 뭘해서 나를 찾을까 하다가 원래 전공했던 원예에 눈길이 갔다. 미술치료, 심리 치료가 있듯이 꽃으로도 치료가 되겠다 싶었다. 지금은 남편의 일이 아니라 내 일이 됐다.”

-부부가 함께 근무해서 좋은 점이 있을 것 같다.

장병호 교장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게 좋다. 향하는 목표, 방향성이 같으니까 좋다.”

▲ 장병호 제천청암학교 교장과 박경이 세하의 집 원장 부부 ⓒ시사오늘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보람된 일도 많았을 것 같다.

장병호 교장 “졸업한 학생들이 취업해서 잘 적응해 나가는 걸 볼 때 보람을 느낀다. 그런 학생들이 많지 않다. 학교 다닐 때 날 아저씨라고 부르던 애들이 스승의 날이라고 찾아온다. 음료수 박스를 들고 오면 기특해서 며칠 동안 먹지도 않고 자랑한다.”

박경이 원장 “어느 날 한 아이한테 화분에 물을 주게 했는데, 처음에는 재미있어 하더니 시간이 지나면서 지루해 하는 게 눈에 보이더라. 그 화분을 다른 곳에 보냈더니 보름도 안 돼서 관리가 안 된다고 가져왔다. 다시 그 학생에게 관리하도록 했더니 며칠 만에 상태가 좋아졌다. 칭찬을 하고 물었다. 아픈 사람을 치료하면 의사라고 하고, 아픈 동물을 치료하면 수의사라고 한다. 식물을 치료하는 너는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 그랬더니 원예치료사라고 하더라. 그 때 이후로는 화분 가꾸는 걸 좋아한다. 장애인들도 자기가 하는 일에 의미를 부여하면 기쁨을 느끼는 건 똑같다.

말 못하는 아이들에게는 그림그리기를 시킨다. 그림은 사람 간 소통 방법 중 하나다. 어떤 장애 3급인 남자아이에게 의자를 닦으면서 생각한 걸 그리라고 했더니 가만히 있더라. 어떻게 그려야할지 방법을 몰라서 그러는 거였다. 세모, 네모, 동그라미 중에 뭐랑 닮았냐, 여기는 어떻게 생겼냐 물어봤더니 척척 그렸다. 지나고 보니 피카소 그림과 다를 게 없었다.”

청암학교 학생들은 스페셜올림픽, 충북소년체전 등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고 있다. 체육활동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이유를 물었다.

장병호 교장 “특수교육에서는 교과교육도 뭐도 다 중요하지만 난 아이들의 외모에도 관심을 둬야한다고 생각한다. 지적 발달이 늦은 아이들이 외모까지 어줍짢게 비춰지면 학생들에 대한 편견은 심해질 수밖에 없다. 몸짓이나 태도 등에서 장애를 느낄 수 있는 게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체육활동을 강조하고 있다. 아이들이 바른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서 체육이 필요하다고 본다.

방과 후 특기적성 교육에서도 체육활동을 빼놓지 않는다. 체육활동이나 심리정서 등 한 때는 총 52개 부서를 운영했다. 학생들이 가진 강점을 살릴 기회를 많이 주기 위해서다. 특기적성으로 체육활동을 할 때는 축구선수들이 축구부를, 역도 선수들이 역도부에 들어가는 것은 금지한다. 우리 학생들이 더 다양한 활동을 하길 원한다. 그래서인지 총 219명의 학생 중 60명이 넘는 학생이 대회에 참가할 정도의 실력이 된다.”

-편견에 대해 얘기했는데,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장병호 교장 “인류가 존재하는 한 없어지지는 않을 거라고 본다. 특히 정신지체나 뇌병변의 경우는 더 심하다. 성인이 장애를 이해하는 게 아이들보다 더 힘들다. 우리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갈 세상의 또래들, 그러니까 현재 일반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에게 장애이해 교육을 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어차피 같이 살아가야할 사회 아닌가. 하지만 현재 장애이해교육을 하고 있는 곳은 극히 드물다.”

박경이 원장 “현대인들의 삶은 항상 바쁘다. 그러니 천천히 이해하고 생활하는 우리 아이들을 이해하기는 힘들 수밖에 없다. 왜 저런 행동을 하는 지 이해할 시간이 없는 거다. 장애인 입장에서 그들의 삶은 결코 나쁘지 않다. 현대인들이 측은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게 문제다. 그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보면 결코 그렇지 않을 거다. 장애인들은 다만 천천히, 그리고 정확하게 보고있을 뿐이다.”

▲ 박경이 원장이 아이들의 그림을 보고있다. ⓒ 시사오늘

-그래도 장애인을 보는 시선이 과거와는 많이 달라진 것 아닌가.

박경이 원장 “과거와 비교하면 그렇지만 완벽히 장애인을 이해한다고 보긴 어렵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해할 시간이 없다. 사회봉사가 봉사의 개념보다 그들의 삶을 이해하는 차원으로 확대됐으면 좋겠다. 국가가 지원해주니 먹고살 걱정은 없다. 사실 문화활동을 지원하는 봉사 외의 봉사는 크게 필요하지 않다. 우리는 장애인들이 자발적으로 살 수 있게 가르쳐 주고 싶다. 종종 봉사오는 사람들은 장애인들이 작은 손빨래라도 하는 것을 보면 우리를 나쁘게 본다. 직원들이 안하고 왜 시키냐 한다. 그들은 스쳐가는 봉사자들이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거다. 장애인도 똑같은 삶을 산다. 자신의 속옷 빨래나 자신의 방 청소는 그들의 삶의 일부다.”

-남다른 교육 철학이 있을 것 같다.

장병호 교장 “교육철학을 하나의 용어로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교육에서는 노하우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노하우는 기술이 필요한 직업에서는 가능하지만 교육은 그렇지 않다. 가르치는 방법에 대해 꾸준히 연구해야하는 게 특수학교 교사의 임무 아닐까 생각한다.”

박경이 원장 “나 같은 경우는 학교에서의 교육이 아니라 집에서의 삶을 함께 한다. 그러다 보니 자기 삶을 어떻게 느끼고 살게 할 것인가를 가르쳐 주고 싶다. 삶이 매일 다른 사람의 도움에 의존한다면 너무 애처롭지 않겠나 싶은 거다. 자기가 책임질 수 있는 삶, 자기가 직접 그려보는 삶을 만들어주고 싶다.”

-한국사회가 장애인을 이해하는 데 변화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뭘까.

▲ 장병호 교장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없애기 위해서는 장애이해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시사오늘

장병호 교장 “장애인 인권, 자기결정권에 대해 많이들 얘기한다. 그런데 성(性) 문제는 이상하게 해결되지가 않는다. 성문제에 대해 문제라고 판단하지도 않는 게 더 심각하다. 청각장애나 시각장애인들은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하지만 현재 지적장애의 경우는 성적 자유가 보장되지 않다고 봐도 무관하다. 이 시설을 87년부터 운영했다. 거의 30년이 다 됐는데 한 커플 결혼시켰다. 하지만 이 부부도 합방을 못 한다. 가족들이 원하지 않는다. 아기가 태어나면 키울 사람이 없다는 거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이다.”

제천청암학교는 2011년 국가브랜드위원회에 의해 한국 특수학교의 모델로 선정된 바 있다. 2012년에도 대한민국 좋은학교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부부는 “학생 중심, 학생 눈높이에 맞는 교육이 이를 가능하게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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