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사태 “남의 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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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 사태 “남의 일 아니다”
  • 박세욱 기자
  • 승인 2010.04.20 1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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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자동차업계 품질경영 바람 불어
도요타 리콜 사태 이후 다수의 국내 자동차 업계가 품질과 안전에 대한 인식이 강화하는 등 경영 방침의 변화를 가져온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손경식)가 최근 국내 제조업체 1,42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최근 도요타 리콜사태에 대한 기업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도요타의 대규모 리콜사태로 인해 회사 경영방침에 변화가 있었냐’는 질문에 기업들의 20.6%가 ‘눈에 띌 만한 변화가 있었다’고 답했고, 절반가량(52.4%)은 ‘특별한 변화는 없었지만 품질과 안전문제에 대한 인식이 강화되었다’고 밝혔다.
 
▲ 도요타사태이후 국내 자동차업계에서도 품질경영바람이 불고 있다. 대규모 리콜사태에 대하 도요타 아키오 도요타 사장이 고개 숙여 사죄를 표하고 있다.     © 뉴시스
특히 동종업종인 자동차의 경우 60.7%가 ‘경영방침에 변화가 있었다’고 답해 이러한 트렌드 변화를 선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규모별로는 대기업(29.2%)이 중소기업(17.4%)보다 상대적으로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영방침 변화의 내용으로는 ‘완성품의 품질·안전관리활동 강화’(52.6%)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며, 다음으로 ‘부품·소재 협력업체관리 강화’(27.8%), ‘문제발생시 대응체계 확립’(15.7%) 등의 순이었다. 해외생산라인 관리강화 1.3%, 고객관리강화 1.3%, 기타 1.3%가 뒤를 이었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기업도 ‘제2, 제3의 도요타’가 될 수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요타 사태와 같은 일이 우리 기업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기업들의 64.4%는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답했고,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답한 기업도 33.1%에 달했다.
 
한편, 기업들은 이번 도요타 사태가 국내산업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인식하고 있었다. ‘도요타 리콜사태로 국내 관련업계가 반사이익을 볼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응답기업의 66.3%가 ‘반사이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답해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24.6%)과 ‘오히려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9.1%)이란 응답보다 월등히 많았다.
 
이들이 기대하는 반사이익으로는 ‘자동차시장 점유율 상승’이 60.5%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한국자동차 이미지 개선’(17.3%), ‘부품 및 품질관리 강화기회’(11.6%), ‘부품업체 판로확대’(10.3%)도 적지 않은 비중을 보였다. 

“우리도 일어날 수 있다” 국내기업 안전의식 강화
 
반면,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응답한 기업들은 ‘해외바이어 요구사항 강화’(48.0%), ‘동반 판매부진’(23.5%), ‘제품원가 상승요인 작용’(17.3%) 등을 그 이유로 꼽았다. 다음으로는 관리활동강화로 인한 생산차질 9.2%, 기타가 2.0%를 나타냈다.
 
이번 도요타사태가 일어나게 된 배경에 대해서는 ‘품질’ 보다는 ‘초기대응 미흡’이라고 답했다. 국내기업들의 59.9%가 도요타 사태발생의 근본 이유에 대해 ‘문제발생초기 대응 미흡’을 지적했고, ‘소비자안전과 직결된 문제’, ‘급속성장에 따른 부작용’, ‘품질문제’ 등은 각각 14.8%, 14.1%, 11.2%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상의는 “수천, 수만개의 부품이 모여 완제품이 만들어지는 제조업은 품질결함 가능성을 100% 없애는 것은 힘든 일이다”면서 “중요한 것은 발견된 문제에 대해 신속하고 철저한 대응”이라고 풀이했다.
 
도요타자동차의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국내기업의 64.5%는 ‘소비자 신뢰하락으로 한동안 어려움이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고, ‘곧 예전 실적을 회복할 것’이란 전망도 33.1%에 달했다. 
 
국내기업들이 품질관리활동에서 느끼는 애로사항으로는 29.9%가 ‘제한된 제품원가로 인한 관리활동 제약’을 꼽았고, 이어 ‘부품·소재 관리의 어려움’(23.1%), ‘문제발생시 대응역량 부족’(22.1%), ‘생산량 증가에 따른 관리 어려움’(10.6%), ‘해외생산제품에 대한 관리활동’(7.8%) 등을 지적했다.
 
박종남 대한상의 조사2본부장은 “품질의 대명사로 세계 1위를 질주하던 기업이 작은 부품의 결함으로 한순간에 휘청거리고 있는 것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며 “국내 기업들도 품질관리시스템을 재점검하고, 모기업과 협력사간 상생관계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요타 사태, 국내 자동차부품에 기회

한편, 이번 도요타 리콜 사태가 국내 자동차 부품의 미국시장 진출에 기회가 되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최근 발간한 ‘도요타 리콜 사태의 국내 자동차부품업계 대미 수출영향분석’ 자료에 따르면, 포드, GM 등이 도요타 리콜 사태의 최대 수혜자로 부상하면서 한국 자동차 부품 구매를 크게 늘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품질을 최우선으로 하는 새로운 경쟁 시대가 열릴 것으로 전망됐다.
 
이번 KOTRA 자료는 미국 현지에 진출한 국내 부품업체 20개사에 대한 설문조사와 미국 자동차산업 분야 전문가 4명에 대한 심층 인터뷰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미국 현지에 진출해 있는 국내 부품업체 20개사 중 도요타 사태가 매출액에 미친 영향을 묻는 질문에 65%인 13개사가 도요타 사태 후 납품 물량이 증가했다고 답했다.
 
증가 이유에 대해서는 포드와 GM, 그리고 이들에게 납품하는 1, 2차 납품업체로부터의 부품 주문량 증가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은 도요타 리콜사태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영향을 미친 올 1, 2월 동안 포드의 판매량이 전년 동월 대비 1월에 25%, 2월에는 무려 43%나 증가한 것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또한 올 1, 2월 동안 우리 자동차부품의 미국시장 수출 역시 전년 동기 대비 199.2% 증가했다. 한편, 도요타 리콜 사태 전과 납품 물량에 변화가 없다고 답한 회사는 7개사였다.
 
도요타 리콜 사태는 자동차 부품 시장에 새로운 품질 경쟁 시대를 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우리 기업들의 대처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설문에 응한 대부분의 기업들이 품질 관리를 강화할 것이라고 답했고, 장기적인 차원에서 납품처를 다각화하겠다는 답변도 있었다.
 
KOTRA 권오석 지역조사처장은 “토요타 리콜 사태로 한국 자동차 부품의 대미 시장 진출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며, “하지만 새롭게 다가오는 품질 경쟁시대에 철저하게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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