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민심 르포②>“원희룡 떨어지면 정치계에서 영원히 주저앉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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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민심 르포②>“원희룡 떨어지면 정치계에서 영원히 주저앉는 거예요”
  • 홍세미 기자
  • 승인 2014.05.18 12: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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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위해서 뭐 한 게 있어야 뽑지….”
“신구범이 원희룡 이기기가 쉽지 않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제주 홍세미 기자)

“지금 그거 생각 할시간이 어딨어.”

5월 1일 낮 12시. 제주도 도청 앞 공원에 노인 3명이 앉아 있었다. 지방선거를 묻자 무심한 한 마디만 돌아왔다.

<시사오늘>이 제주도 민심 탐방을 떠난 5월 1일. 세월호 참사가 벌어지고 2주가 지났지만 계속되는 슬픈 보도에 민심은 지방선거를 떠올릴 틈이 없었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 준비가 한창이어야 할 제주도엔 선거유세를 할 수 없었다. 고요한 적막만이 감돌았다. 덩달아 민심도 큰 참사를 겪어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이 멀어진 듯 했다.

어렵게 섭외한 제주도 민심을 잘 안다고 자부하는 택시기사에게 어느 정도 엿들을 수 있었다.

▲ 제주시 연동에 위치한 원희룡 선거 사무소 (구 KBS) ⓒ 시사오늘

# 제주시 연동 택시기사 김 기사 (남, 45세)

-이번 지방선거 누가 유리한 것처럼 보이나요.

“글쎄요. 여론조사 보면 원희룡과 신구범 차이 많이 나던데요. 40대 이하 젊은 사람들은 원희룡을 많이 선호하는 것 같데요.”

-원희룡 후보는 어떤가요.

“원희룡, 처음에 제주도로 온다고 했을 때 별로 안 좋았어요. 제주일고 출신이잖아요. 그쪽에서 학교 나오고 서울로 가서 (제주도지사직보다) 더 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제주도지사로 나오지 말고 아예 서울에서 정치했으면 좋겠어요. 더 클 사람인데 제주도 내려와서 도지사 한다고 하니까 아깝다는 생각을 많이 하죠.”

-제주도는 토박이 정서가 중요하다고 들었어요.

“그럼요. 저도 고향 떠나서 서울에 10년 정도 있다가 내려왔는데, 내려와서 다시 생활 꾸리고 살고 있거든요. 처음에 내려왔을 때 욕 많이 들었어요. 동창 애들이 만나면 ‘얘는 서울에서 지내다가 지금에야 자기 주변 사람들 찾는다’고 많이들 그래요.
원희룡도 마찬가지예요. 제주도 떠난 지 오래됐잖아요. 어찌됐든 도지사 출마하겠다고 내려오니 반겨는 주는데….”

-신구범 후보는 어떤가요.

“신구범 도지사는 안 좋은 점이 있어요. 투자한다면서 쪽박찬 게 많다고 알고 있어요. 추진력은 강한 것 같은데 신뢰도면에서 좀 약한 게 아닌가 싶어요.”

-그럼 둘 다 여론이 좋지 않은가요.

“그렇지도 않아요. 원희룡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어요. 처음에는 별로 안 좋아했는데, 막상 오니 반갑나봐요. 사람들은 아무래도 제주도지사에 원희룡이 낫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김우남 의원도 제주지사직에 거론됐었잖아요.

“그랬었죠.”

-야권 후보로 김 의원이 나왔더라면 어떻게 됐을까요.

“김우남은 아무래도 원희룡과 비슷비슷하지 않았을까요. 김우남 같은 경우는 민주당으로 나와서 계속 당선됐어요. 그분 지역구(제주시 을) 사람들한테 들으면 한 일이 많다고 하더라구요. 신구범보다 김우남이 야권에선 더 승산이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자리를 옮겨 서귀포시로 향했다. 5월은 제주도에 가장 관광객이 많을 때지만 세월호 여파로 다소 뜸했다. 바다가 보이는 올레길을 따라 걷다가, 마을 이장을 6년째 하고 있다는 정 씨를 만나 지방선거에 대해 물어봤다.

# 제주 서귀포시 6년째 마을 이장인 정모 씨(남, 55세)

-제주도지사에 누가 될 것 같은가요.

“7 대 3으로 원희룡이 이긴다고 봐야죠. 사람들과 얘기하다 보면 이렇게 말해요. 지금 민주당이 밀리는 추세인데, 도의원도 원희룡 후보 따라서 새누리당이 휩쓸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데 어디서 왔어요?”

-서울에서 왔어요. 제주도지사 민심이 어떻게 되는지 알아보러 왔습니다.

“그래요. 원희룡이 인기가 좋죠.”

-변수는 없을까요.

“농촌이나 외곽 쪽 가면서 신구범이 우세할 것 같아요. 아무래도 제주도는 ‘괸당’이라고,  농촌으로 갈수록 제주도 마음이 나오죠. 농촌의 정서가요. 보통 뽑던 사람을 뽑는데, 그런 정서 때문에 우근민도 당선됐잖아요. 그래서 농촌 표심은 (원희룡보다) 신구범이 낫죠. 아무리 원희룡이 유명하다고 해도 어르신들은 잘 몰라요. 신구범은 여기서 도지사도 했었고, 계속 도전했기 때문에 ‘신구범’이라는 이름은 머릿속에 확실히 박혀 있죠. 아는 사람 찍지 않겠어요? 그런데 구시대(신구범)는 물러나야지. 솔직히 말해서 나는 그렇게 생각해요.”

-원희룡 후보는 어떻게 평가하는가요.

“서울에서 내려왔다고 안 좋은 얘기가 있어도 전국에서 수능 1등해서 수석으로 서울대 법대 간 사람이에요. 전부 1등이에요. 그런 사람이 아무리 싫어도 도지사로 나오면 찍어야지. 제주도를 위해서. 그리고 지금 우근민이 박근혜 대통령한테 말하는 거랑, 원희룡이 대통령한테 말하는 거랑 같겠어요? 한나라당 사무총장까지 한 사람이고 대선후보까지 한 사람인데, 대통령도 그 사람이 한 마디 하면 들어는 주겠죠.”

-우근민 지사는 어떻게 평가하는지요.

“우근민은 호남표 잡고 당선된 사람이지요. 그때 농촌 사람들 표가 우근민으로 많이 향했어요. 또 우근민이 제주도 호남 사람들을 꽉 잡고 있어요. 제주도 인구 중 20%는 호남인이라. 이런 식으로 지역을 가르면 안 되지만, 서귀포 쪽 (남쪽)에 호남인이 많이 살고 있어요. 그쪽은 민주당 세가 강해요. 우 지사가 제주도에 있는 ‘호남향우회’(제주도 호남인들의 모임)를 꽉 잡고 있어요. 호남향우회가 밀면 거의 (도지사에 당선) 되는데, 지금 민주당 인식 자체가 밀려가지고(힘들다).”

-제주도 다른 국회의원들은 어떻게 평가하나요.

“강창일, 김우남, 김재윤 민주당 소속 3선 의원들인데, ‘누구를 앉혀놔도 그 정도는 한다’는 평가가 많이 나와요. (웃음)내가 앉아도 그 정도 예산은 끌어다 쓸 수 있겠다. 3선을 시켜놔도 특별하게 제주도를 위해서 한 게 있는지 모르겠어요. 말만 무성하지. 정부는 이 사람들 무시하는 것 같고 그래요. 새누리당 국회의원 한 명이라도 있으면 제주도에 예산 조금 주지 않겠나 생각해요. 제주도에서도 큰인물 나서 다음 대권에 도전 좀 하구 그래야지요.”

-원희룡 후보가 대권에 나갈 것 같은가요.

“원희룡이 다음에 대권 무조건 도전 하죠. 원희룡 성격 화끈해가지고 도지사 사표 내고 다음 대통령 선거 때 새누리당 경선에 나갈 것 같아요.”

-야권에서 신구범 후보를 내세웠는데 어떨 것 같나요.

“민주당에서 밀어주니까. 당원으로서 도지사에 나가라면 나가야죠. 추대해주니까 나가는 수밖에 없지 않아요? 김우남이 도지사 꿈 있었는데 원희룡 나오면서 쏙 들어갔어요. 별 수 없지 뭐.”

대부분 원희룡 후보가 될 것 같다는 말만 했다. 인터뷰를 하던 기자도 너무 똑같은 대답에 지쳐가고 있었다. 청명한 5월 하늘을 보면서 길을 걷다가, 밭에서 농사일을 하는 김 씨를 만났다. 본래 버스 기사지만 현재 단체 관광객이 예약을 취소하는 바람에 잠시 쉬고 있다고 전했다. 고사리를 캐다가 막걸리를 마시며 쉬고 있는 김 씨에게 제주도지사에 대해 물었다.

▲ 제주시 광양로터리 인근에 위치한 신구범 선거 사무소 ⓒ 시사오늘

# 제주시에서 운수업에 종사하는 김 씨(남, 50세)

-도지사 선거 누가 가능성 있나요.

“내가 봤을 때는 원희룡이 당선되지 않을까 싶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요.

“지금까지 무소속 출신들이 됐어요, 제주도에선. 예전에 우리나라 3김 정치 얘기하듯 신구범 우근민 김태환 세 명이 도지사를 돌아가면서 독점했어요. 이제 벗어나자는 민심이 강한 것 같아요.”

-원희룡 후보는 그 대안인가요.

“그렇다고 원희룡을 제주도민들이 막 엄청나게 좋아하진 않아요. 젊은 사람들이나 호응도가 있지, 우리 나이 사람들은 ‘제주도에 뭐 해주는 게 있냐’ 이렇게 생각하죠.”

-여러 사람들 얘기 들어보면 똑똑하다고 좋아하던데요.

“원희룡이 똑똑한 건 사실이니까. 그거 모르는 사람 없죠.”

-연세가 어떻게 되시나요.

“원희룡이 나랑 동갑이에요. 나랑 같은 학교는 안 다녔지만, 대한민국에서 수석하고 그랬잖아요. 그때도 유명했죠. 제주도 사람이라면 다 알지. 공부 잘하는 건. 대단한 사람이지. 나는 원희룡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그런데 좀 걸리는 건 서울에서 정치했으면 좋겠어요. 여기서 제주도지사 하지 말고.”

-왜 서울에서 정치했으면 좋겠나요.

“제주도지사 나왔다가 설령 떨어지기라도 해봐. 그럼 정치계에서 영원히 주저앉을 수 있잖아요. 대통령은 그냥 물 건너가는 거예요. 그래서 나는 그냥 서울서 정치하면서 컸으면 좋겠어요. 근데 도민들 생각은 아니더라. 이젠 제주도지사를 해야 한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

-40~50대는 민심이 어떤가요.

“나처럼 바꿔야 된다는 생각이 강하죠.”

-신구범 후보는 어떻게 평가하나요.

“도지사로는 김우남 우근민보다 더 적당하죠.”

-이유는 무엇인가요.

“신구범 엄청 쎈 사람이에요. 그 사람 제주도 투표 안 할 때(관선도지사 당시) 공무원들 꽉 잡고 있던 사람이에요. 축협중앙회 회장이었을 때 재판에서 걸려서 할복도 하고 이랬는데, 이것 때문에 (제4회 지방선거)출마를 못해서 안 나왔던 거예요. 신구범이 나왔으면 김태환이 안 됐겠지. 신구범이 되고.”

-우근민 지사는 어떻게 보시나요.

“우근민은 신구범이랑 지역적으로 다르죠. 우근민은 제주도 동쪽 우도면 그쪽이고 신구범은 한경 쪽이에요. 둘 다 도지사 출신이지만 우근민은 부드럽게 이끄는 스타일이고 신구범은 카리스마 넘치게 이끌었죠. 그런데 이번에 신구범 쉽지 않을 거예요. 원희룡 상대로.”

-변수는 없나요.

“제주도민들이 제주도에다가 뭘 했냐 이걸 잘 따지는 합리적인 사람들이에요. 나는 후보자들이 토론에 나와서 떠드는 것 지겨워서 안 보는데 할머니들은 이 사람 무슨 말하고 어떤 공약 내세우는지 다 알아요. 토론회 끝나면 다음날 밭에 나와 얘기해요. 합리적이에요. 옛날처럼 떡 주면 표 찍는 게 아니라예.”

-제주도에 뭘 해줬느냐가 투표할 때 가장 중요한 대목이군요.

“그럼. 현명관, 고유광이 두 번 출마해서 두 번 다 안 된 게 그 차이예요. 그렇게 갑부로, 회장으로 잘 살면서 제주도에 해준 게 없다 이거예요. 제주도 사람들한텐 그런 게 상당히 많이 작용하죠. 그게 원희룡 약점이 될지 모르겠어. 제주도에 딱히 한 게 없으니. 그래서 한 6 대 4 정도 조금 차이로 이기지 않을까 생각해요.”

-야권 후보로 신구범 후보를 어떻게 평가하는지요.

“원래 김우남이 나오기로 했는데, 원희룡한테 질 것 같으니까 안 나오는 거죠. 신구범은 밀고 나가는 성격이라 그런 것 개의치 않아 해서 나온 거고. 독불장군처럼 밀어붙이는 게 단점이 될 수도 있는데 거꾸로 장점이 될 수도 있어요.”

담당업무 : 국회 및 새누리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행복하기로 마음먹은 만큼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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