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변방에서 중심으로④>신구범, “명분 없는 세대교체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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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변방에서 중심으로④>신구범, “명분 없는 세대교체 반대한다”
  • 김병묵 기자 홍세미 기자
  • 승인 2014.05.20 0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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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신구범 제주특별자치도지사 후보
타협의 정치 필요해…젊은 피 수혈이 능사 아냐
지하철처럼 무료 버스환승 실시할 것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제주 김병묵 기자 홍세미 기자)

새정치연합 신구범 제주도지사 후보는 제주 정치계의 산증인이다. 마지막 관선 도지사이자 초대 민선 도지사를 역임했다. 육사 중퇴와 행시 합격, 농축협 통합 반대 할복사건에서 도지사 재도전에 이르기까지, 드라마틱한 삶의 여정을 이어온 그가 다시 한 번 승부수를 띄웠다.

현역 3선 의원, 도당위원장과의 단일화를 거쳐 새정치연합의 후보로 추대됐다. <시사오늘>은 4월 30일 오후 5시, 제주시에 있는 신 후보의 선거사무소를 찾았다.

▲ 새정치연합 제주도지사 신구범 후보 ⓒ 시사오늘

-제주도지사 출마 계기는.

“제주사회를 위기라고 부른다. 공감을 많이 한다. 그 중에서 제주도를 이끌만한 리더십에 위기가 닥쳤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모두 알다시피 난 나이 든 사람이다. 1993년 관선 도지사로 발령받아서 역임 하다가 그 해 초대 민선지사로 당선됐다. 16년만의 귀환이다. 고민도 많이 했다. 제주도 위기라는 말을 많이 듣다보니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제주도 문제를 제대로 풀 수 있는 사람은 나라고 생각해서 출마를 결심했다.”

-신 후보와 김태환 전 지사, 우근민 지사를 제주판 ‘3김 시대’라고 부른다. 20년 동안 돌아가면서 역임해 비판을 받은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세 사람이 20년 동안 도지사를 한 것과 관련해 일부 언론 등을 포함해 우릴 보고 ‘지겹다’, ‘이제 사람 바꾸자’, ‘이 시대를 종식시키자’ 이런 얘기들을 했다. 이게 좋은 얘기로 해서 세대교체다. 그런데 무턱대고 젊은 사람으로 바꾸는 것이 세대교체는 아니다. 한 사회든 국가든, 세대교체를 하려면 그에 합당한 조건이 있어야 하지 않느냐. 무턱대고 젊은 사람으로 바꾸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럼 어떤 사람으로 세대교체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제주도가 닥친 상황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지혜롭게 풀어낼 사람이어야 한다. 그 사람이 누군지 잘 따져봐야 한다. 연령, 세대로 적합한 사람을 따져선 안 된다. 연령, 세대라는 건 특히 정치에서 기준이 되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1960년대 초 70세가 넘은 케네디 대통령이 당선돼 노련함을 보였다. 또 지금 제주도 자체에 풀어야 할 문제가 많기 때문에 아직 세대교체의 조건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못하다.”

-새정치연합 제주도지사 후보 경선에서 추대됐다.

“우리보다 새누리당 후보가 일찍 결정됐다. 그래서 우리가 좀 늦어진다는 생각을 했다. 경선 일자와 룰을 막 정했을 때 세월호 참사가 터졌다. 참 안타까운 비극이다. 국가적 재난이 벌어졌지만 새정치연합에서도 제주도지사 선거를 치러야 했기 때문에, 추대 형식으로 간 것이다. 우리가 정해 놓은 경선 룰과 일자에 따르면 너무 뒤쳐질 것 같아서 (새정치연합 후보들과)합의 봤다.”
 

▲ 새정치연합 제주도지사 신구범 후보는 '제주판 3김' 중 하나다 ⓒ 시사오늘

-새정치연합 제주도지사 후보로 김우남 의원과 고희범 전 의원이 거론됐다. 이들이 왜 신 후보에게 후보자리를 양보했나.

“양보가 아니다. 이 자리는 누가 양보를 하고 그런 게 아니었다. 세월호 참사가 터지고 선거 일정을 잡을 수 없어서 우리로선 빨리 제주도지사 후보를 선출해야 경쟁력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세 후보와 합의를 봤는데, 사실 합의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치열한 협상이다. 이 과정을 거쳐서 내가 됐다.”

-지난번에 출마할 땐 무소속이었다. 이번엔 왜 새정치연합으로 출마했는가.

“안철수 대표가 민주당과 통합신당을 만들기 전에, 신당 창당하면 내가 간다고 했다. 어떻게 보면 (신당 창당이)새 정치라고 볼 수 있어서 그런 결정을 했다.”

-제주도지사는 무소속이 더 좋다고 언급하지 않았나.

“내가 한 얘기는 다른 얘기다. 무소속이 좋다는 얘기가 아니라, 도지사로서 무소속이 일할 수 있는 포지션이 적합하다는 얘기다. 내가 만약에 여당 도지사가 나와서 당선되면 어떨 것 같은가.”

신 후보는 기자에게 되물었다. 기자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내가 무슨 일 하고 싶다고 하면 ‘까불지 말라’고 한다. 다음 공천권이라든지 이런 것도 아무 말 못한다. 만약 야당 도지사가 된다면 정부나 여당이 도와주겠느냐. 그래서 제주도지사로는 무소속이 가장 적합하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왜 야당으로 출마했는가.

▲ 새정치연합 제주도지사 신구범 후보는 '삼다수'를 만들었다 ⓒ 시사오늘

“도민들은 마치 여당 지사가 되면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것처럼 착각하기도 하니까, 내가 방법이 어디 있겠느냐. 당을 선택 안 할 방법이 없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해야 도민들에게 좀 더 신뢰가 가지 않을까 생각했다.”

-안철수 대표와 관계가 어떻게 되나.

“모르는 사이다. 친분은 없다. 왜, 안철수를 알아야 되나.”

기자가 “그 전부터 안철수 신당에 우호적이라 관계가 있는지 물어 봤다”고 답하자 신 후보는 웃으며 “모르는 사이다”라고 답했다.

-새 정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새 정치는 아주 쉽다. 바른 정치다. 정치의 목적이 뭐겠느냐. 국민들에게 좋은 삶을 주는 거다. 사실 이번 세월호 참사를 보면 무슨 꼴인지 모르겠다. 정치 제대로 했으면 이런 일이 벌어졌겠느냐. 참 안타깝다. 사람들이 그런다. 6·29 선언 이후에 정치 전부 바꿔야 된다고. ‘새 피 수혈’이라고 하면서 총선 때마다 40~60% 국회의원들을 물갈이 했다. 지금까지 보면 국회(의원들)를 두 번 반 이상 바꿨다. 젊은 피 수혈해서 대한민국 정치가 얼마나 바르게 갔느냐. 수혈 결과 경륜 있는 정치인들 다 죽인 거다. 경륜 있는 정치인들한테 ‘니들 썩었다, 늙었다’ 하면서 다 없애버린 것이다. 6·29 선언이 1987년에 있었는데, 그때보다 지금 대한민국 정치나 국회가 더 좋아졌느냐. 되묻고 싶다.”

기자는 신 후보의 질문에 “1980년대보다는 나아진 것 같다”고 대답했다.

“뭐가 나아졌나? 똑같다. 전혀 달라진 거 없다. 오히려 타협의 정치를 잃어버렸다. 소위 정치도 공익을 위해 하나의 기술이고 경륜이 필요하다.”

-여권의 한 중진 의원도 비슷한 말을 했다. ‘타협의 정치를 잃었다’는 얘기가 공감이 간다.

“그래서 지금 나이 든 사람들이 정치에 복귀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있다. 젊은 사람들한테 맡기니까 이렇게 만들었다. 젊은 사람들이 욕하면서 닮아가는 거다 ”

신 후보가 만들어낸 대표적인 상품은 제주도 지하수를 생수로 만든 삼다수다. ‘생수를 사 먹는다’는 생각이 강하지 않았던 1990년대, 신 후보는 과감하게 생수 마케팅을 펼쳤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삼다수는 현재 대한민국 브랜드 순위 2위를 기록, 1위인 삼성 뒤를 잇고 있다.

-가장 큰 업적으로 삼다수를 꼽는다. 어떻게 탄생하게 됐나.

“민선 지방시대에 들어오면서 지방경영시대라는 말을 많이 썼다. 옛날에 지방정부가 돈 받고 세금 걷으면 그렇게 운영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지방도 경영을 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경영 수익 사업으로 제주 지하수를 생각해냈다. 삼다수는 제주도가 직접 투자해서 개발한 것이다. 민간 기업이 아니다. 그렇게 우리의 노력으로 삼다수는 현재 생수 분야 트렌드 1위다. 우리나라 전체에서 브랜드 가치가 삼성 다음으로 2위다. 그만큼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그 당시엔 물을 사먹는다는 개념이 없었다. 그런 생각을 어떻게 하게 됐나.

“미국 유학을 2번 떠났다. 한 번은 1970년대 초에 미국에 갔는데, 그 때는 미국 애들도 생수를 사먹지 않았다. 1990년대 초에 다시 갔을 때는 다 생수 들고 다니더라. 슈퍼마켓 가면 Giant라고 써져있는 생수가 큰 마트에 많이 진열돼 있었다. 나는 공무원 시작을 도청에서 했는데, 그 때 제주도 지하수를 상품으로 만들면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도지사로 당선되기 전 생수를 제주도 상품으로 만들어 팔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그 때 사람들이 나더러 미쳤다고 그랬다. 누군가는 ‘봉이 신선달’이라는 말까지 했다. 그게 이렇게 대박 났다.”

-신 후보는 과거 할복사건으로 유명해졌다.

“(웃으며)그 얘기는 오래됐는데 뭐하러 하느냐.”

-그 때 얘기를 자세히 들려준다면.

“DJ정부 땐데 IMF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을 한다고 각 부처에다가 한 건씩 억지로 안건을 내놓으라고 했는데, 그 때 나온 게 축협, 농협, 인삼협의 통폐합을 골자로 하는 ‘농업인협동조합법’이다. 잘못 된 거다. 통합하지 말라고 싸웠는데, 안 하기로 해놓고 정치적 야합을 해버렸다. 그 때 새정치국민회의와 한나라당하고 당시 검찰총장과 딜을 봤다. DJ에게 한 건 했다는 걸 보고하기위해 무자비하게 이 짓을 한 거다. 내가 그 때 축협중앙회장이었다. 수장이 책임지는 방법이 뭐가 있겠느냐. 정치적 야합에 의해서 억울하게 당할 때 내가 침묵해야 되는 건 아니다.”

▲ 새정치연합 제주도지사 신구범 후보는 제주도가 홍콩과 싱가폴처럼 독립적으로 변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 시사오늘

“제주 롤모델은 홍콩·싱가폴”

-제주도를 중앙 정부로부터 독립시킨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제주도는 특별자치도 아닌가.

“노무현 전 대통령은 사실 지방분권을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말만 지방자치지, 절대적인 중앙집권 국가다. 노 전 대통령은 지방분권을 시도해 제주도를 특별자치도로 만들었다. 특별자치도 출범은 2006년 7월 1일 했다. 지금까지 8년 지났다. 하지만 변한 게 없다. 그 때 제주특별법도 만들었다. 제2조 항목을 보면, 제주도가 고도의 자치권을 갖는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

-그래서 제주도를 홍콩이나 싱가폴처럼 만든다고 했는가.

“그렇다. 원래 그 전부터 제주도를 홍콩과 싱가폴처럼 만들겠다고 했는데, 정부가 권한을 하나도 안 줬다. 사실은 정부가 약속한 대로 권한을 다 주면 특별자치도가 완성이 되고 1국 2체제가 된다. 제도만 특별한 시스템으로 가는 것이다.”

-지금 상태에서는 불가능한 일인가.

“경쟁이 안 된다. 싱가폴은 독립 국가고 홍콩은 1국가 2체제지 않느냐. 우리도 그런 시스템으로 가야 경쟁이 되는 거지, 제도도 안 돼 있으면서 경쟁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

-이번에 공약으로 내건 지하철 식 버스 노선 운영은 무엇인가.

“바다하고 가까운 제주도 도로를 한 바퀴 돌면 174km다. 제주도엔 시내, 시외 버스가 있다. 전체를 시내버스 구간으로 나눴다. 그런데 지하철도 보면, 간선 시스템이 있다, 지선도 있고 순환선도 있지 않느냐. 그런데 우리 제주도는 간선만 온 동네를 돌아다닌다. 그러다보니 효율성이 떨어진다. 여기서 부두 여객 터미널 가려면 차로는 15분인데 버스로는 한 시간 걸린다. 잘못 된 거다. 그래서 지하철 식으로 지선, 순환 노선 이런 식으로 구분해서 완전히 개편 하고 무제한 환승을 허용하는 것이다. 그러면 택시 탄 것처럼 쉽고 빨리 목적지에 갈 수 있다. 그리고 중요한 건, 버스 요금이 천원이니까 천 원만 내면 무제한 환승하면서 어디든 갈 수 있도록 하는 공약이다.”

-택시 기사들의 반발이 우려되진 않나.

“택시는 택시만의 장점과 전략이 있다. 그거 가지고 반발하려면 택시하지 말아야한다.”

-왜 교통을 중점적인 공약으로 내세우는가.

“제주도가 교통 관련해서 문제가 발생하는데, 원인은 자동차가 33만7000대로 너무 많다는 것이다. 제주도 인구 60만 명에 33만대면 한 사람당 자동차가 0.5대 있는 거나 다름없다. 두 사람에 자동차 한 대 꼴이다. 한 가정에 한 대 이상 가지고 있다는 의미인데, 차가 너무 많은 것이 문제다.

그러다보니 주차문제가 생긴다. 실질적으로 도민들이 사회나 경제활동을 하기 위해 나왔을 때 주차공간이 필요하다. 그런 공간은 실질적으로 20% 밖에 안 된다. 그러다보니 온통 불법주차다.

아까 말했듯이, 차로 가면 20분 거리인데, 버스 타고 한 시간 걸려 가겠느냐. 그래서 버스 노선체계를 개편하는 거다. 우린 지하철이 없으니까 지하철 식으로 개편해야 효율적이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새누리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행복하기로 마음먹은 만큼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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