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록-이건호, KB 지배싸움…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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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록-이건호, KB 지배싸움…승자는?
  • 박시형 기자
  • 승인 2014.05.24 22: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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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심 싸움부터 리베이트 의혹까지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시형 기자)

▲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왼쪽)과 이건호 KB국민은행장 ⓒ뉴시스

KB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 간 내분이 아물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KB국민은행장은 지난 23일 국민은행 전산시스템 변경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문제를 수습하기 위해 긴급 이사회를 소집했으나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는 실패했다.

이 행장은 이사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다음주 감사위원과 이사회를 열어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3시간동안 진행된 이사회에서는 외부이사와 사외이사, 국민은행 임직원이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자는 안건이 제시됐으나 현재 금융감독원의 특별감사가 진행되고 있어 합의되지 않았다.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 갈등은 지난 19일 이 행장이 금감원에 자발적으로 특별검사를 요청하면서 겉으로 드러났다.

국민은행 이사회 구성원 10명 중 사외이사 6명이 국민은행 주 전산시스템 변경 건을 통과시켰으나 정병기 상근감사위원이 이를 제지한데다 이건호 은행장이 감사의견을 수용하면서 충돌을 빚은 것. 사외이사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이 행장과 정 감사는 금감원에 특별검사를 요청했다.

일각에서는 이 싸움이 임 회장과 이 행장의 불편한 관계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임 회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재정경제부 2차관을 지낸 배경으로 KB금융 사장을 지낸 뒤 회장에 올랐고, 이 행장은 금융연구원 출신으로 현 정부 지지를 배경으로 행장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모두 외부에서 영입된 인사인 만큼 조직 내 힘을 비축하기 위해 공을 들였을 것이 분명하다. 그런만큼 이 행장 입장에서는 KB금융지주에서 임명한 사외이사 6명이 거수기 역할을 하는게 아니꼽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특히 2000억 원 규모의 전산시스템교체 결정권이 은행 측에 있었는데도 사외이사 결정으로 통과되는 상황은 그의 자존심을 건드리기에 충분했을 것으로 보인다.

<뉴스1>에 따르면 이 행장은 정 감사위원이 전산시스템 전환과정을 감사한 결과 중대한 하자를 발견했지만 이사회가 보고 받는 것 자체를 거부했다며 중대사항을 보고 받지 않는다는 것은 투명성 문제라고 말했다.

내부에서 일어난 분쟁은 최대한 숨긴 채 해결하는 게 일반적인데 기다렸다는 듯 금융당국에 보고했다는 건 작정하고 임 회장에게 싸움을 걸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리베이트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투입되는 비용이 큰 만큼 이면에는 상당액의 로비와 리베이트에 따른 이권다툼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KB금융은 지난 2009년에도 일부 사외이사들이 차세대 전산시시템 선정과정에서 부적절하게 권한을 행사했다는 지적에 강도 높은 금감원 조사를 받은 바 있다. 당시 컨설팅 업체가 유닉스 시스템을 추천했지만 최종 선정에서는 일부 사외이사의 외압으로 IBM이 선정됐다.

이런 전적이 있어 KB금융지주가 5년만에 교체에 나선 이유가 리베이트 때문이라는 의혹이 제기된다. 특히 금융권은 한번 선정하면 10년간 사용한다는 것이 중론이라 교체비용은 물론 유지보수비용까지 꾸준히 발생해 IT 업체간 경쟁이 치열하다.

게다가 내부적으로도 IBM과 유닉스 두 시스템 운용 방식이 달라 선정된 시스템 라인 관계자만 승승장구하고 나머지 인원은 소외당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고위층에 대한 로비나 유착 가능성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시스템 선정에 도움을 준 쪽으로 권력이 몰릴 수 있다는 의미다.

결과적으로 이번 충돌에서 살아남는 쪽이 KB를 지배하는 모양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국민은행 주 시스템 변경에 대한 특별검사가 끝나는대로 국민은행과 KB금융지주 내부통제 전반에 정밀 검사를 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은 이번 사태가 단순히 시스템 운영에 대한 문제가 아닌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간 힘겨루기로 판단했다. 때문에 내달 말 검사가 시작되면 각 사의 영업, 인사, IT, 경영 관리 등 모든 부분을 들여다보고 구조적인 문제를 진단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KB금융지주 내분과 관련해 부실한 정황을 이미 포착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내부 통제 최고책임자인 임 회장과 이 행장 모두 징계를 피할 수 없을 듯 하다.

한편, KB 내부에서 혼란이 이어지자 금융 소비자단체인 금융소비자원은 “KB금융 경영진들이 내분을 일으켜 그룹 겨영에 피해를 주고 있다”며 “경영자로서 배임에 해당한다고 판단돼 임 회장과 이 행장, 사외이사들을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고 지난 22일 밝혔다.

금융권 사상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 사외이사들까지 한번에 고발당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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