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국토종단⑨> 세월호 그늘에 가린 어린이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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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국토종단⑨> 세월호 그늘에 가린 어린이 날
  • 최치선 자유기고가
  • 승인 2014.05.26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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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순천 60.23km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최치선 자유기고가)

곡성에서 순천까지 가는 길은 섬진강 덕을 톡톡히 보았다. 도로를 따라 길게 펼쳐진 섬진강의 풍경은 무료함을 날려 버릴 만큼 눈을 호강시켜 주었다. 17번 국도를 타고 달리는 기분은 이전 라이딩과는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곡성까지는 오르막이 너무 많아서 꽤 힘들었는데 지금은 반대로 내리막이 이어져 힘들게 페달을 밟지 않고 달리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동차들도 휴일을 감안할 때 비교적 적은 편이었다. 잠깐이지만 차들이 하나도 없는 도로를 달릴 때는 영화 속 주인공이 부럽지 않았다. 

▲ 섬진강을 따라 17번 국도가 시원하게 펼쳐지고 있다.ⓒ최치선
▲ 섬진강의 풍경.ⓒ최치선

이대로 순천까지 달리면 당초 계획보다 이른 시간에 도착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자전거 도로가 없는 상태에서 트럭과 고속버스, 관광버스 등 대형 차들을 경계하며 달린다는 것은 여간 신경쓰이는 일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야간에는 사고의 위험이 크기 때문에 속도를 낼 수가 없었다. 중간 중간 체력이 소진될 때마다 쉬어주기를 반복하면서 속도 역시 급감했다. 그렇게 걷다 쉬다 달리다를 반복하니 순천에는 8시가 넘어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 

▲ 전남 순천부분 송치터널.ⓒ최치선

지난 4월 20일 개막한 순천국제정원박람회장은 오전 9시 문을 열고 오후 5시면 문을 닫기 때문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세월호 참사로 국제적인 행사의 개막식이 취소되기는 순천도 마찬가지였다. 어린이 날을 맞아 가족단위의 관광객들이 많이 눈에 띄었지만 소란스럽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허기를 채우는 게 급했기에 순천만은 다음 기회로 미뤘다. 밤에 도착해서 볼 수 있는 것은 사실 거의 없었다.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짱뚱어탕을 먹기위해 대대선창집을 찾아갔다. 21년 전통이 말해주듯 혼자 먹기 아까울 정도로 맛이 있었다. 어쩌면 시장이 반찬이라서 더 그랬을지 모른다.

식사 후 방에 들어오자 긴장이 풀리면서 잠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순천만 쪽으로 산책을 하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꿈속에서나 가능할 것 같았다. 

내일은 종주의 마지막 날인만큼 조금 여유를 갖고 여수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다행히 순천에서 여수까지는 35.14km로 약 3시간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하면 12시 전에 도착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여수의 푸른 바다를 생각하는데 갑자기 팽목항이 오버랩되면서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304명의 아이들이 생각났다. 저녁 식사 후 식당서 만난 순천에 산다는 김정환(가명)씨 가족은 “어린이 날‘이라 초등학생 막내와 고등학생 딸을 데리고 모처럼 나왔는데 마음 한 쪽이 무거워서 제대로 웃지도 못했다”며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의 마음은 오늘 같은 날에 더욱 찢어지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김유리(가명)학생은 “친구들과 함께 위로의 편지와 물품을 챙겨서 며칠 전 단원고로 보냈는데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지금도 이해할 수 없다”며 눈시울을 붉혔다.<계속>

▲ 오전에 순천국제정원박람회장 입구에 있는 노란색 리본물결을 보았다.ⓒ최치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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