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과 안철수 그리고 '새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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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과 안철수 그리고 '새 정치'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4.06.10 1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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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안철수가 원희룡에게 배워야할 '새 정치'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최선의 싸움은 자신의 적을 내편으로 만드는 것이다.’

<손자병법>에 나오는 이야기다. 고개가 끄덕여지는 경구지만, 현실정치에선 쉽지 않은 일이다. 방금 전까지 칼을 맞대던 적을 믿는 것도, 나를 승리한 상대를 인정하며 돕는 것도 어렵다. 그런데 지금 제주에서 벌어지는 일이기도 하다.

새누리당 원희룡 제주도지사 당선인은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새정치민주연합 신구범 전 제주지사 후보를 새도정준비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임했다. 원 당선인은 “도민 대통합과 새로운 정치를 갈망하는 제주도민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신 전 지사가 최적의 대안이라고 판단해 준비위원장을 맡아달라고 요청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파격이 아닐 수 없다.

신 전 후보는 "원 당선자가 통합의 새로운 제주를 만들어 나가는데 제 경험이 필요한 것일 뿐 어떠한 정치적 계산도 할 이유가 없다“며 ”오히려 승자독식의 우리 정치판에서 그의 제안은 신선하고 도전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를 수락했다.

기자는 선거를 앞두고 인터뷰를 위해 두 후보를 모두 만난 바 있다. 당시 여당 후보임에도 '변화'를 강조하며 진보적 색채를 보이던 원 후보와, 야당 후보면서 '경험'을 중시하며 보수적 가치를 내세우던 신 후보의 모습이 인상깊었다. 중점을 둔 부분이 다를 뿐이지 문제 인식은 비슷했다. 이 두 사람의 조합이 그리 나빠보이지 않는 이유다.

새정치연합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원 당선인의 제안은)생각과 입장이 다른 정치세력의 존재를 인정치 않으려는 매우 오만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에 이러한 정치실험을 비판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새정치연합은 공천개혁을 내걸고 ‘새 정치’를 천명하며 당명으로 삼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엔 여론조사를 방패삼아 무공천을 없던 일로 만들고, 광주 등에서 공천갈등을 일으키며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특히 '새 정치'를 브랜드로 내걸었던 안철수 공동대표는 계속해서 구정치가 깔아놓은 레일위만 달리고 있는 듯하다. 아직까지 보여준 것이 없다. 최근 동작을 재보선과 관련 자기사람 심기에 들어갔다는 후문도 돈다. 새 정치는 말뿐이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며 지지율도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안 대표는 제주도 선거와 관련해서도 막판에 원 후보를 상대로 '사전선거운동'의혹을 제기, 고발하며 전형적인 네거티브 공세를 펼쳤다. 네거티브의 진위 여부와 무관하게 '새 정치'를 기대한 이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또한 새정치연합은 '야당의 본분 중 하나는 견제'라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신 전 후보는 오랫동안 당적 없이 '무소속 지사론'을 내걸어 온 정객(政客)이다. 이번 선거에서 야권을 대표한 후보로 처음 당의 간판을 달았다. 도당이 건재한 한 그가 원 당선인을 돕는다고 견제의 기능이 위축될 거라고는 생각하기 힘들다.

오히려 시너지 효과에 대한 기대가 높을 수 있다. 이번 원 당선인의 ‘신구범 끌어안기’에 대해 이날 제주의 한 시민은 “둘 다 도지사에 나올 정도의 인물 아닌가. 같이 일해서 제주에 좋은 것이라면 도민들이 환영하지 않을 이유가 있느냐?”고 전했다.

원 당선인과 신 전 후보의 정치실험에 가까운 파격 행보야 말로 최근 정치권을 달군 키워드인 ‘새 정치’에 가장 가까워 보인다. 안 대표가 오히려 '새 정치'를 원 당선인에게 배워야 하는 것은 아닐까.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좌우명 :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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