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앞둔 여야의 ´침대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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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보선 앞둔 여야의 ´침대축구´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4.07.04 1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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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유권자 우롱하는 무원칙 전략공천 중단해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월드컵 열기로 지구촌이 들썩거린다. 각 지역에서 내로라하는 팀들이 모였지만 승패는 갈리기 마련이다.

그런데 어떤 승자는 이기고도 비난을 받는가 하면, 어떤 패자는 지고도 박수를 받는다. 그 기준은 바로 축구 경기의 과정에 달렸다. 예를 들어 유리한 상황에서 자꾸만 일부러 넘어지며 시간을 끄는 팀을 향해 팬들은 ‘침대축구’라고 손가락질한다.

엄밀히 말하면 ‘침대축구’도 하나의 전략이다. 현실적으로 팀이 승리를 거머쥐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팬들은 떠난다. 자신들이 축구라는 경기에서 원했던 모습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야가 공천 논란에 휩싸였다. 재보선을 앞두고 각당 지도부가 후보자의 지역구를 지도부 마음대로 옮기거나 하는,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평택을에서 새누리당에 공천을 신청했던 임태희 전 비서실장은 거절당한 뒤 수원정에 나가라는 요청에 고심 중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광주광산을에 공천을 신청했던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동작을에 전략공천 시키기로 했다. 이에 허동준 동작을지역위원장이 강력 반발하며 3일 대표실을 점거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전략공천은 당헌이나 당규 상으론 전혀 문제없는 행보다. 다만 ‘침대축구’처럼, 최소 유권자들이 정치에 기대하던 모양새는 아니다. 그리고 그 주체가 불과 몇 달 전 ‘공천개혁’‘무공천’을 외치던 인사들이라면, 유권자들에겐 더욱 큰 배신감으로 다가올 수 있다.

나름 당 내의 피치못할 사정도 있을 수 있다. 새누리당 윤상현 사무총장은 "수원 영통(수원정)은 임 전 실장같은 경제전문가가 필요한 경제선거구"라고 수습에 나섰다. 안철수 새정치연합 공동대표는 "여러 사람을 (후보로) 대입해 봤는데 기 전 부시장이 당의 간판으로 출마하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팬들이 이기기 위한 침대축구보다 최선을 다한 명예로운 패배에 더 박수를 보내듯이, 국민들은 승리를 위한 구태정치보다 공감가는 새정치를 기대한다. 당리당략에 매몰된 나머지 국민들의 최소한의 기대마저 저버리는 이 모습이야말로 구태정치 아닌가.

선거에서 무조건 이겨야 하는 것은 맞다. 수권을 지향하지 않는 정당은 의미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선거 승리를 위한 일방적인 하향식 공천전략은 의미가 없어 보인다. 이는 출마를 준비하던 본인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음은 물론, 유권자들의 선택권을 빼앗는 행위다.

정치의 ‘팬’인 유권자들이 등을 돌리고 관심을 끊으면 정치는 고립된다. 여야 모두 ‘선거만 이기면 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할 때다. 게다가 역풍이 불 경우 선거를 이긴다는 보장도 없다. '침대축구'는 역습 한번에 무너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좌우명 :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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