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헌, "2·17 합의 위반은 김정태 회장 '연임' 술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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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헌, "2·17 합의 위반은 김정태 회장 '연임' 술책"
  • 박시형 기자·김하은 기자
  • 승인 2014.07.26 17: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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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은행 노조 전문위원의 절규
"조기 통합 논의, 10년 간 지킨 정체성에 대한 배신"
"직원 마음 얻는다면 통합 반대 없을 것"
"전 직원 투쟁 성공은 하나금융에 대한 분노 표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시형 기자·김하은 기자)

지난 3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이제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을 논의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는 말로 조기통합에 대한 운을 뗐다. 이어 11일과 12일 하나금융그룹 임원진 워크숍을 열어 ‘조기 통합 추진을 위한 결의문’을 채택하더니 급기야는 언론에 노출되길 꺼리던 김한조 외환은행장과 김종준 하나은행장까지 나서 조기통합을 지원사격하고 있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지난 17일 이사회를 열어 긴급 발의 형식으로 조기통합 추진 안건을 논의하고 통과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속전속결 행보에 외환은행 직원들과 노동조합은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지난 12일 서울역 광장 집회에 모인 외환은행 직원들은 다 같은 생각이다. ‘2·17 합의는 쌈 싸드셨나?’

<시사오늘>은 지난 21일 김보헌 외환은행 노조 전문위원을 만나 그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 김보헌 외환은행 노동조합 전문위원 ⓒ시사오늘

-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발언 이후 조기 통합 관련 일이 너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김 회장 연임설’이 가장 유력하다. 김 회장이 내년 3월 연임을 해야 하는데 실적이 부진해 이대로는 장담할 수 없다 판단했고 이를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는 것이다. 최소한 1월까지는 통합을 완료해야 연임이 보장돼 진행을 급하게 하고 있다는 의혹이 여기저기서 제기되고 있다.”

- 구체적인 상황까지 언급되는 걸 보면 완전히 잘못된 소문 같지는 않다.
“금융계에서는 김 회장 발표 전부터 조만간 전쟁이 터진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김승유 전 회장과 김 회장이 하나금융을 놓고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거기에 외환은행이 휘말린 셈이다. ”

- 김 회장은 양 은행 간 통합 후 3년 간 1조 원의 추가이익을 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1조 원 발언은 짜 맞춘 것으로 상당히 무리한 주장이다. 통합에 들어가는 비용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하나금융도 초반 몇 년 동안 비용이 들고 이후부터는 비용절감 때문에 혜택이 있다고 인정하고 있다.”

▲ 김보헌 외환은행 노동조합 전문위원 ⓒ시사오늘

1조원 시너지 없다…통합비용 고려치 않아

 - 시너지 효과는 전혀 없는 것인가.
“실질적으로 손에 잡히는 시너지는 외환은행에서 외화를 저원가로 조달해 수수료 혜택을 입겠다는 것밖에 없다. 잠깐 자료를 봤는데 600억, 700억 등 시너지 숫자가 맞는다면 상당수가 외환수수료와 저원가 조달에 따른 성과다. 하나은행이 말하는 PB 경쟁력은 현실적으로 있는 건지 모르겠다.”

하나금융은 지난 12일 비용절감 시너지와 수익증대 시너지가 각각 연간 2692억 원, 429억 원 발생한다고 추산했다.

비용절감 측면에서는 IT 투자 중복투자방지에 따른 799억 원, 신용카드 회원모집 비용 절감과 수수료 절감에 따른 674억 원, 외화 부문 조달비용 감소 607억 원, 인력재배치·중복점포 개선 등에 따른 효과 429억 원 등이다.

또 수익증대 측면에서 하나은행 PB 업무와 외환은행 외국환 경쟁력 등 상호 강점을 거쳐 나타나는 효과 225억 원, 신용카드 영업력 증대를 통해 나타나는 효과 204억 원 등 연간 429억 원 시너지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 하지만 외환은행은 지난 2012년부터 영업이익 등 실적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
“2분기 실적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큰 투자 없이 꾸준히 흑자를 내던 외환카드에 투자했던 것이 비용으로 잡혀 일시적으로 하락한 것처럼 보인다. 만약 구조적이고 본질적으로 문제가 생긴 거라면 전적으로 하나금융 책임이다. 인수 전 10년 동안 1조 원 이상 순이익을 내다가 인수 후부터 갑자기 실적이 떨어졌다. 이건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의 발목을 잡은 것인가.
“하나금융은 본질적으로 경영능력이 없다. 항상 어려웠고 2008년 글로벌 유동성 위기 때 정부펀드 지원받은 은행 두 곳 중 하나다. 특히 외국환 기업금융은 외환은행과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 실제로 2년 동안 하나지주에서 지원된 것은 전혀 없고 1조5000억 원 자산만 빠져나갔다.”

- 상당한 금액이 유출된 듯한데 어떤 내용인가.
“2011년 론스타와 인수 계약 직전 7800억 원 중간배당이 빠져나갔다. 알고 보니 외환은행이 인수대금을 대납한 꼴이었다. 2010년 11월 론스타와 하나은행이 처음 계약했을 때 약정한 금액은 4조7천억 원인데 2012년 2월 실제로 론스타에 지급한 금액은 3조9천억 원쯤 된다. 또 최근 분사가 결정된 외환카드 자본금 6400억 원도 모두 외환은행이 출연한다. 사실 이 비용들은 하나금융이 지급해야 하는 돈이다.”

- 외환카드 분사는 하나SK카드와 합병을 위해 이뤄진 작업인데 어째서 외환은행이 출연하나.
“하나SK카드는 카드사 중 유일하게 레버리지(자본대비 자산)비율을 못 맞춘 회사다. 금감원 요구를 맞추기 위해서는 약 7000억 원 정도가 필요했는데 이를 외환카드 분사로 조달한 것이다. 하나금융에서 내자니 자산이 없고, 2대 주주인 SK보고 출연하라고 하자니 경영상 책임이 따르기 때문에 이를 떠넘긴 셈이다.”

하나SK카드 레버리지 비율은 6.4배로 여신전문금융업법상 기준인 6배를 초과하고 있다. 이에 하나카드 측은 “법상 내년 말까지 기준을 맞추면 된다”고 말했다. 외환카드 자산과 외환은행 출연금을 더하면 총자산 7조495억 원, 자본 1조3300억 원으로 레버리지 비율 5.3배가 돼 기준을 맞출 수 있다.

▲ 김보헌 외환은행 노동조합 전문위원 ⓒ시사오늘

- 또 다른 방해 행위들도 있었나.
“영업을 하지 못하게 했다. 외환은행 점포 수는 전국 350개뿐이다. 론스타 시절이 끝나면 점포가 늘어날 거라고 기대했는데 현재까지 도심 신규점포 개설 수는 0이다. 993개 점포를 가진 우리은행에 이어 외환거래 2위를 했지만 2011년 2180억 원에서 2013년 1920억 원으로 떨어지자 경쟁력이 떨어졌다고 지적하고 있다. 점포 몇 개만 더 냈어도 수익을 훨씬 더 많이 낼 수 있었을 것이다. 또 대규모 신규대출 지역에서 하나와 외환이 최종 경합하게 되면 알게 모르게 외환 쪽에 승인이 안 나는 등 사례가 있었다. 몇 년째 신입사원 채용을 억제하고 있는 점도 방해요소다.”

지속적인 독립 경영 방해, 2·17 합의 어긴 것

- 2·17 합의서에는 외환은행 독립경영을 보장하도록 하고 있는데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지나.
“결과적으로는 하나금융이 자신이 없었던 게 아닐까 생각된다. IT 부문 통합 시도와 카드사 통합, 최근 은행 조기 통합 준비까지 지속적으로 합의를 위반해 왔고 이제는 합의서 전면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지난 2012년 2월 17일, 외환은행 노조와 하나금융은 5년간 외환은행 독립경영을 보장하고 집행임원 반수 이상을 외환은행 출신으로 임명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특히 인사 담당자를 외환은행 출신으로 둬 해당 문제에 대해 간섭하지 않는다는 조건도 붙었다.

- 외환은행이 근거로 내세우는 2·17 합의서는 어떤 의미가 있나.
“외환은행이 부실했다면 2·17 합의서가 없었을 것이다. 양 행이 5년 동안 선의의 경쟁을 벌인 뒤 통합에 대한 합의가 되면 그때 더 나은 시스템을 선택하자는 게 2·17 합의 정신이다. 외환은행 내에서는 론스타 투쟁이 10년이나 지속됐지만 금융시장의 신뢰나 안정을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투쟁을 중단했고, 금융위원회 당시 김석동 위원장도 이제 론스타 흔적을 없애자는 취지로 합의서에 서명했다. 일종의 사회적 협약, 대국민 약속이다. 그런데 김 회장은 이 합의를 자기 입맛대로 바꾸고 있다.”

- 시대가 변했으니 합의가 바뀔 수도 있는 것 아닌가.

▲ 김보헌 외환은행 노동조합 전문위원 ⓒ시사오늘


“한번 한 합의는 지켜야 한다. 금융인에게 약속은 목숨보다 더 중한 것이다. 합의를 위반할 수밖에 없다며 내세우는 이유를 봐도 이해할 만 한 게 하나도 없다. 결국 합의를 지킬 생각이 없는 것이다. 외환은행 노동조합이 2·17 합의를 수용한 배경에는 외환은행의 정체성을 지키겠다는 충정과 헌신이 작용했지만 결국 이런 충정과 헌신마저 배신당한 것이다.”

- 외환은행 직원들이 가지는 자부심이 대단한 모양이다.
“우리 투쟁 동력은 외환은행을 지키기 위해 함께 고생하면서 생겼다. 사실 임금이나 고용 문제는 적자가 나지 않는 이상 노조 동의가 있어야 하는 부분으로 투쟁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돈 몇 푼 더 쥐어주겠다’, ‘고용 보장하겠다’고 한다고 해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외환은행 출신인 김한조 행장이 나중에 더 나빠질 수도 있으니 지금 통합하는 게 낫겠다고 얘기한 것도 직원들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직원들, "행명 지키자" 생각 확고해
외환은행 독립 경영 보장하라 주장

- 김한조 외환은행장이 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3년 동안 은행 경영을 할 의지가 없다고 해석할 수 있다. 잘할 자신이 없으니까 통합하자고 얘기하는데 그렇다면 물러나면 된다. 2년 반 동안 합의를 잘 지키다가 ‘외환은행 부실 때문에 통합이 필요하다’고 한다면 진정성에 대해 생각해 볼 여지가 있지만 합의를 계속해서 어겨왔는데 이제 와서 통합이 필요하다고 하는 건 핑계일 뿐이다.”

- 조기통합을 찬성하는 직원은 없나.
“직원들 입장에서는 화가 날 수밖에 없다. 합의를 어기면서 사과한 것도 아니고 사퇴를 하는 것도 아니면서 되레 큰소리 치고 있다. 직원들한테도 ‘합의서가 3년 뒤 고용까지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식으로 불안감을 조성한다. 하나금융이 5년 동안 외환은행 직원들 마음을 얻는다면 통합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 이에 외환은행 직원들은 지난 12일 생각을 명확하게 보여줬다. ”

외환은행 노조는 지난 12일 서울역 광장에서 직원 5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외환은행 사수 전 직원 결의대회’를 가진 뒤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까지 거리행진을 벌였다.

김근용 노조위원장은 이 결의대회에서 “약속을 어긴 자들과 지킨 자들의 싸움”이라며 “정정당당한 명분이 있으니 이기는 싸움”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하나금융도 외환은행 측 명분을 인정하며 “사측에서 여러 가지 당근을 제시하며 설득에 나설 것”이라고 해명했다.

- 12일 집회에 5000명이 참석했다고 들었다.
“총 8000명 중 지점장 1000여 명, 외국 파견·휴가·휴직 1000여 명 되기 때문에 전 직원이 참여했다고 볼 수 있다. 애초 예상하기로 3500명 정도 오면 대성공이다 했는데 5000명이 모였다. 그만큼 김 회장의 합의 파기에 화가 났다고 볼 수 있다.”

- 외부에서도 외환은행 노조는 강성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밖에서는 강성 노조라 그러지만 강하게 투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사실 은행권에는 전국 단위 전 직원 집회를 할 수 있는 조직이 없다. 외환은행은 2011년 투쟁할 때 4000명 이상 되는 집회를 스무 번 정도 했다.”

- 이런 대규모 집회를 이어갈 수 있는 건 역시 힘든 시절 때문인가.
“직원들도 다 평범한 은행원들이지 투사가 아니다. 그만큼 은행에 대한 애착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다른 것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지난 2011년에는 직원들이 연차 반납하고 당시 여의도 금융위원회부터 MBC까지 삼보일배로 왕복하는 릴레이 연가투쟁을 세 번이나 했다. ”

▲ 김보헌 외환은행 노동조합 전문위원 ⓒ시사오늘

- 그렇다면 외환은행이 10년 넘도록 집회를 이어온 이유는 무엇인가.
“언제나 독자생존을 목표로 해 왔다. 2003년 론스타에 매각된 순간부터 외환은행 운명은 풍전등화였다. 아니나 다를까 매각제한기간인 2년이 지난 첫날 외환은행 매각 작업이 시작됐다. ”

10년 넘는 투쟁, 평범한 행원이 투사처럼 비쳐져

2005년 외환은행은 론스타 불법매각에 대해 국회의원들과 공론화하고 독자생존 할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 의견들은 KB국민은행과 양해각서(MOU)가 체결되면서 논란이 모두 사라지는 듯 보였다가 검찰과 감사원 조사로 론스타에 대한 비난의 불씨가 돼 폭발했다. 검찰과 감사원의 조사 또한 2005년 노조활동 결과다.

- 당시 KB국민은행 외에도 여러 곳에서 인수 의향을 보였다가 결국 깨졌다.
“국민은행과 맺은 MOU는 2006년 5월19일 인수금액 6조4100억 원의 본계약(SPA)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2003년 불법매각에 대한 정부와 국회, 시민단체 등의 진상조사 때문에 강정원 당시 국민은행장은 계약서에 3개월 유효기간을 걸고 불법이 없다는 게 밝혀져야 거래가 성사된다고 명시했다. 계약 유효 기간 만료 후 11월 23일 론스타는 인수 금액을 올려달라고 했고 국민은행은 여론 눈치를 보며 안된다고 했다가 계약이 깨져버렸다.”

▲ 김보헌 외환은행 노동조합 전문위원 ⓒ시사오늘

- 2011년 론스타는 국민은행보다 무려 1조7천억 원이나 낮은 금액을 제시한 하나금융과 계약을 체결했다.
“론스타가 대주주였던 10년 동안 하나금융은 주요 인수대상자로 언급된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런데 2010년 빚을 내면서까지 인수에 뛰어든 데다 론스타도 물릴 대로 물리자 결국 하나금융에 외환은행을 넘겼다. 처음 빠져나가려 했던 2006년에서 4년이나 지난 뒤다. 또 정부로부터 수차례 조사와 특검을 받아야 했다. 이 때문에 김승유 전 회장과 협상을 할 때는 김 전 회장이 조금이나마 주도적으로 끌고 가는 모습까지 연출됐다. 심지어 계약을 세 번이나 갱신하면서 협상을 끌고 갔는데 이전 같으면 금융위가 제동을 걸었겠지만 김 전 회장과 이명박 전 회장이 워낙 긴밀한 관계다 보니 그러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 현 추세로 보아 조기 통합은 기정사실이 됐다. 노조는 어떤 계획을 하고 있나.
“하나금융은 지난 18일 하나·외환은행 부서장들이 참여하는 비전스쿨을 열고 본격적으로 직원 설득 작업에 들어갔다. 이미 12일 집회로 직원들 의사가 확인된 상황에서 직원들을 설득하겠다는 건 강요나 마찬가지다. 이런 이유로 내부에서도 현재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외환은행 노조는 이를 국민들에게 알리고 추가적인 집회와 법률적인 투쟁을 계속 해 나갈 예정이다.”

담당업무 : 시중은행 및 금융지주, 카드사를 담당합니다.
좌우명 : 필요하면 바로 움직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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