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당선의 의미 세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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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당선의 의미 세 가지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4.07.31 0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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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의 타파·친박 인사·야당 내분 역풍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 당선이 확정된 뒤 기뻐하는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 ⓒ뉴시스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새정치민주연합의 텃밭인 전남 순천·곡성에서 당선되며 7·30 재보선 최대의 이변을 일으켰다.

이 후보의 승리는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지역주의의 붕괴의 신호탄이자 여당 내 친박계 인사의 귀환이다. 또한 야당의 ‘자중지란과 심판론에 대한 심판’으로도 해석된다.

30일 치러진 선거에서 이 후보는 49.4%를 얻어 40.3%에 그친 새정치연합 서갑원 후보를 제쳤다. 이 후보는 당선 직후 “국민 여러분께서는 순천시민과 곡성군민이 우리 정치와 지역 구도를 바꾸는 위대한 첫걸음을 내디딘 것을 감격스럽게 보고 계실 것”이라며 “유권자들을 하늘처럼 받들고 은혜를 갚으며 살겠다. 호남 정서 대변, 인재 양성을 위한 머슴이 되겠다”고 당선소감을 밝혔다.

또 그는 “이정현이 잘나서가 아니라 일단 한 번 기회를 줘보겠다는 의미란 점을 잘 알고 있다”고 몸을 낮춘데 이어 “한국 정치의 문제점인 지역감정을 자식들에게는 물려줘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드디어 무너진 지역주의…TK보다 호남서 먼저

이 후보의 승리는 한국 정치사에 새로운 한 획을 그었다. 수십 년 간 강고하게 버티고 서서 수많은 정객들의 발걸음을 돌리게 했던 지역주의를 넘은 것이다.

최근 지역주의는 균열 조짐이 보이고 있었다. 김부겸 전 새정치연합 의원은 대구에서 19대 총선과 지난 지방선거에 도전, 40%대의 지지율을 획득하며 이목을 끈 바 있다. 그러나 여전히 벽은 높았다. 호남에서 새누리당이, 대구경북(TK)에서 새정치연합이 이기는 것은 요원해보였다. 그는 선전(善戰)만으로도 차기 대권후보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 대구보다 앞서 지역주의가 무너지는 소리가 먼저 들려온 것은 전남이었다. 이 후보의 당선은 적지에서 출마하는 이들에게 희망의 소식을, ‘깃발만 꽂으면 당선’이라고 안심하고 있던 정당들에겐 경종을 울리는 의미가 있었다.

친박 인사의 원내복귀…당내 역학구도 요동

이 후보는 대표적인 친박 인사다. 2004년 박근혜 대통령 한나라당 대표를 지낼 때 수석부대변인으로 발탁된 뒤 지금껏 곁을 지켜왔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대변인을 맡았고 현 정권에선 비서실 정무팀장, 청와대 정무수석과 홍보수석을 차례로 거쳤다. 공약으로 ‘예산 폭탄’을 자신있게 내밀 수 있는 배경이다.

새누리당의 주류였던 친박계는 지난 7·14 전당대회에서 사실상 패하며 기세가 꺾였었다. 그런데 사지(死地)로 나간 줄 알았던 이 후보가 호남지역구 의원이라는 엄청난 성과를 들고 금의환향했다. 비주류가 중심이 된 새누리에서 새로이 목소리를 낼 친박계 인사의 등장이다. 향후 당내의 역학구도와 당-청 관계에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지지율이 하락하며 조기 레임덕 이야기까지 나온 박 대통령에게도 다시 힘이 실리는 소식이기도 하다.

내분과 심판론을 그만둬라…새정치연합에 보내는 경고

새정치연합은 재보선 전부터 끊임없는 내홍에 시달렸다. 전략공천을 두고 논란이 많았던 것은 물론, 보기 좋은 경선과정도 찾기 어려웠다. 순천·곡성 지역도 마찬가지였다. 서 후보로 출전자가 결정되긴 했지만 경선 과정에서 노관규 전 순천시장과의 해묵은 갈등이 표출됐다. 무소속 구희승 후보는 당내 경선방식에 불만을 품고 독자 출마하며 야권의 표를 갉아갔다. 서울과 광주에서 들려오는 공천파동소식도 유권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낡은 심판론도 작동하지 않았다. 세월호 사태의 여파가 잦아든 상태였고 지역경제 등 다른 선거 이슈가 산적한 상황에서 새정치연합은 심판론에 ‘과하게 집착했다’는 평을 들었다. 상대적으로 다른 정책 공약들이 심판론에 가려지며 역효과만 났다. 반면 이 후보는 선거 기간 내내 18대 국회에서 자신이 끌어온 호남권 예산의 규모와 사업성과를 알리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2년 써보고 아니면 바꾸시라’는 구호도 먹혀들었다. 새정치연합은 전략서도 완패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31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이번 선거는 새누리당의 압승 이라기보단 새정치연합의 압도적인 자멸”이라며 “심판론이 다른 이슈들을 집어삼켰고 공천부터 시작해서 명분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정현 후보의 호남당선은 지역주의 붕괴를 알리는 신호탄이자 국민들이 두 거대 지역정당에게 보내는 경고인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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