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국회의 가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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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국회의 가벼움'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4.09.01 15: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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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영원회귀'하는 정치판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근홍 기자)

▲ 329회 정기국회 개회 ⓒ 뉴시스

세월호 특별법으로 인해 정국이 정체되고 논란이 심화되고 있지만 여야는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 여당은 모든 문제가 2번이나 일방적으로 합의를 파기한 야당에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야당은 박근혜 대통령과 집권여당이 유가족에게 한 약속을 지키라며 유가족이 원하는 세월호 특별법이 제정될 때까지 장외투쟁을 선언했다.

분리국정감사는 파행으로 이어졌고, 각종 민생경제법안들은 계류돼 언제 빛을 볼지 예측할 수조차 없게 됐다. 국민들은 분열됐다. 어떤 이들은 유가족들 때문에 나라꼴이 이게 뭐냐며 국회정상화를 요구했고, 어떤 이들은 동조단식에 참여해 유가족에게 힘을 실어줬다.

그렇게 ‘아웅다웅’하던 와중에 어느덧 9월 1일이다. 국회가 개원하는 날이다. 정기국회 개회식과 본회의는 일정대로 열릴 예정이지만 앞으로의 의사일정이 어떻게 될지는 불투명하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여당은 158석의 집권여당이 가져야 할 최소한의 책임감을 보여달라”고 말했다. 같은 날 김무성 새누리당 당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생문제는 여야의 최우선순위의 핵심가치이자 정치의 존재 이유다. 야당이 국회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힘을 쏟아주시길 바란다.”고 내세웠다. 여전히 국회파행의 책임을 상대방에게 떠넘기기 급급한 눈치다.

‘영원회귀’하는 정치판

‘영원한 회귀란 신비로운 사상이고, 니체는 이것으로 많은 철학자를 곤경에 빠뜨렸다. 우리가 이미 겪었던 일이 어느 날 그대로 반복될 것이고, 이 반복 또한 무한히 반복된다고 생각하면! 이 우스꽝스러운 신화는 무엇인가’                                                  <밀란 쿤테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삶의 희로애락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반복된다. 니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면서 느끼는 모든 감정에 대해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긍정적으로 삶을 영위하길 권장한다. 밀란 쿤테라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니체의 영원회귀사상을 들어 반복되는 인생의 덧없음을 말하고, 네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들어 인간이 참을 수 없을 만큼 가벼운 존재임을 도출한다. 하지만 우리는 ‘진중하고 진지하게’ 살아가야 한다. 인간은 한없이 가볍지만 그들이 삶을 끝없이 반복하며 만들어내는 한 사람의 역사라는 것은 그 무게를 감히 측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야는 국정조사를 집중 논의했으나, 팽팽하게 이견이 맞서 합의점 도출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55개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었던 본회의가 전날에 이어 또 다시 무산되는 등 정치파행 사태가 심화하고 있다.’

‘이 같은 정국의 경색이 20일 3당대표회담을 통해 어느 정도 해소의 실마리를 찾게 될는지는 알 수 없으나 여야의 체면상소리 때문에 정치현안이 계속 방치되는 의정의 대실 상태를 빚은 것만은 분명하다고 할 수 있다.’

위에 인용한 두 글은 2014년에 발행된 기사문이 아니다.(위-1999년 12월 22일자 한겨레, 아래-1985년 7월 20일자 동아일보) 하지만 그렇게 보더라도 큰 위화감이 없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참 한결같다. ‘영원회귀’해왔다.

이처럼 정치도 ‘덧없이’ 반복된다. 그리고 가볍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의민주주의 하에 국민의 대표로 선출된 국회의원들은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국정에 임해야 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46조 제2항에는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회법 제24조에는 국회의원의 선서를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하여 노력하며, 국가이익을 우선으로 하여 국회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국회의원으로써 직무를 수행하는 일은 한 사람의 역사가 될 뿐만 아니라 한 나라의 역사가 된다.

300명의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이 한 나라의 역사를 쌓고 있다는 점을 항시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책임 없다며 강변으로 일관하는 것은 그 직무를 망각한 것과 다름없다. 언제까지 ‘망각의 뫼비우스를 영원회귀’할 텐가. 이대로 가다간 정말 ‘참을 수 없이 가벼운 국회’가 된다.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역사’란 말인가.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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