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과 전략공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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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과 전략공천
  • 정세운 기자
  • 승인 2008.04.29 1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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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이 서울 중구에 전략공천됐다.

이유는 민주당 바람을 차단하라는 것이다. 민주당이 수도권에서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종로에 손학규 대표를, 동작에 정동영 전 의장을 전략공천했기 때문에 나 의원이 중구에 나서서 이들의 바람을 차단하라는 게 전략공천의 이유다.

나 의원은 이와 관련해 “손 대표의 종로 바람을 차단하고 종로 중구를 반드시 지켜내라는 한나라당의 필승 의지를 역동적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표현했다.

물론 나 의원의 중구 공천은 민주당의 바람을 차단하고 수도권에서 승리하겠다는 한나라당 의지의 표현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나 의원의 전략공천에 많은 문제점이 내포돼 있다.

▲     © 시사오늘

당초 나 의원은 서울 송파병에 공천신청을 했다. 송파병 지역은 이원창 당협위원장과 비례대표인 이계경 의원까지 뛰어들면서 그 동안 3파전 양상으로 전개됐다.

세 후보 중 여론조사나 당 기여도, 의정활동 등을 놓고 볼 때 나 의원이 가장 앞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여론조사 결과는 나 의원이 상당히 앞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난히 나 의원이 공천을 받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친 이명박’계를 중심으로 한 공천심사위원들이 ‘나경원 공천 불가’를 주장하면서 송파병 지역구는 당내 갈등의 화약고가 됐다.

공심위원인 강혜련 이화여대 교수와 김애실 한나라당 의원이 송파병 공천과 관련해 지난 10일 이의를 제기한 뒤 회의장을 뛰쳐나가 11일에도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여기
에 임해규 의원까지 오전 회의에 잠깐 참석했다가 바로 퇴장했다.

참석하지 않거나 퇴장한 이들 모두는 이재오 의원 사람으로 분류된다. 이들이 퇴장한 이유는 공심위원들이 송파병 지역구에 나 의원을 공천하자고 제안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자면 나 의원의 송파병 공천을 이들이 강력 반대한 것이다.

분위기가 이렇게 돌아가자 나 의원은 “억울하다. 당선가능성이나 당 기여도 어느 면에서 봐도 문제가 없다. 나는 송파병에서 반드시 승부를 보겠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나 의원은 당내에서 ‘강재섭계’로 분류된다. 강 대표 체제와 함께 나 의원은 당 대변인을 맡았고, 당 내에서 ‘강 대표가 나 의원을 끝까지 봐줄 것’이란 소문이 돌았다.

瀏??결과는 나 의원의 패배였다. 나 의원은 결국 송파병 지역구를 내줬다.

결국 송파병 공천은 강 대표와 이재오 의원 간의 힘겨루기 양상으로 치달았고, 그 결과 이 의원이 승리했다고 볼 수 있다. 대부부의 언론들도 그렇게 분석했다.

하지만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계파 간 갈등 이전에 얼마나 원칙 없는 공천심사였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공천심사는 그 정한 기준에 의해 공심위에서 결정하면 된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 ‘친이명박계’는 공심위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자기 뜻대로 되지 않자 보이콧을 하며 당 대표와 힘겨루기에 들어갔다는 것은 왠지 씁쓸하다.

당 공천만 해도 ‘이건 아니다’싶다. 당연히 경쟁력 있는 후보가 공천을 받아야 맞다. 하지만 이들은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낙천시키고 생면부지(生面不知)의 지역구로 내보낸 후 “당신은 인기가 좋으니 당선될 거야, 떨어지면 말고~”라는 식으로 공천을 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박근혜 전 대표는 이번 한나라당 공천과 관련해 “이런 엉망인 공천은 처음본다. 총선 이후에도 당 화합을 이루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청원 상임고문도 “지금의 공천심사는 권위주의 시절에도 없던 폭거”라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이들의 주장을 ‘생떼’로만 치부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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