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호의 시사보기>선거는 제로섬 게임이지만 정치는 더 이상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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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호의 시사보기>선거는 제로섬 게임이지만 정치는 더 이상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 강상호 시사평론가
  • 승인 2014.09.11 1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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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강상호 시사평론가)

야당이 정권의 실패를 위해서 싸우던 시절이 있었다. 권력이 정통성을 갖지 못한 시절 독재군부정권에 대한 저항으로 정권의 전면적 부정은 당위성을 가졌다.

그것이 이 땅에 정의를 세우고 역사를 바로 세움으로써 종국에 가서는 국민적 자존감을 높이는 벼랑 끝 정치행위였다. 이 시기 대 정부 투쟁은 야당의 존재 이유였고 정권에 대한 심판과 정권의 퇴진은 야당의 목표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치는 제로섬 게임이 되었다. 야권의 주도세력은 정권타도를 외치는 강성 정치인이 되었고, 투옥 경력은 민주투사의 훈장으로 정치입문에 도움이 되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집권 여당과 타협을 주장하는 것은 정치적 자살 행위와 다름이 없었다.  김영삼 김대중과 함께 40 대 기수론의 한 사람이었던 이철승 전 신민당 의원의 일화를 지금은 고인이 된 경제계의 한 원로로부터 들었다.  

당시 중도 통합론을 주장하던 이철승 의원이 로스앤젤레스를 방문하여 재미교포들과 대화를 했는데 행사 중 한 재미교포가 후원금 형식의 봉투 하나를 이철승 의원에게 내밀었고 그것을 수행하던 경제계 원로가 받았는데, 이 원로가 후원금 액수가 궁금하여 화장실에서 봉투를 열어보았더니 후원금은 없고 메모 한 장이 있었다. 

메모의 내용인 즉은 ‘사이비는 가라’는 짧은 경고였다.  이 원로는 이 철승 전 의원에게 사실을 숨기고 봉투에 자신의 돈 100불을 넣어 전달했다는 것이었다.  결국 40대 기수론의 한 사람이었던 이 전 의원은 양 김 씨와는 달리 정치권에서 잊혀져갔다.

그러나 강성 정치인만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정치 문화가 1987년 이후 지난 27년 동안 5번의 대통령 선거와 7번의 총선을 거치면서 변하고 있다.  

대중은 경제 성장과 사회 안정 과정을 거치면서 저급문화보다는 고급문화를 선호하게 되었고, 막무가내 투쟁적인 정치행태보다는 합리적이고 절제적인 정치행태를 선호하게 되었다.  

문제는 정치인을 평가하는 국민의 의식은 바뀌었는데, 일부 정치인들은 독재시대 투사적 정치행태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선거는 물론 정치도 제로섬 게임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선거에서 지면 선거 직후부터 정권퇴진 운동에 나선다. 국가의 이익보다는 정권의 실패를 위해서 싸우는 세력은 국민들에게 대안세력으로 인식될 수 없다.  

이는 저항세력과 주변인으로서 자신을 인식하는 정당과 정치인은 더 이상 국정의 주류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정치인은 박제화 된 기념물로 남거나 역사의 한 페이지에 기록만을 남기고 조만간 정치현장을 떠나야 할 것이다.

언론 환경의 변화는 정치철학 못지않게 정치행태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정치철학이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정치행태가 정치철학에 못지않게 중요해졌다는 의미이다.  

공감은 정선된 논리에서 시작되지만 인격이 없는 논리는 최종적으로 대중적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없다는 점에서 정치행태의 중요성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세월 호 침몰이후 우리사회는 큰 상처를 받았다. 많은 사람들이 세월 호 침몰 이전과 이후로 한국사회는 변화되리라 믿었다. 국민들의 의식 흐름 속에는 이미 그러한 변화가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최소한 정치권의 모습에서는 그 변화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집권 여당은 유병언 일가에 많은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이고 야당은 집권 여당의 무능에  비난의 공세를 퍼부으면서 단식과 가투에 나섬으로써 정국을 제로섬 게임 양태로 몰아가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내 일부 세력들이 강경파를 비난하며 당내 변화 가능성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도 대세는 강경파에 이끌리는 형국이다. 추석이후 진도 팽목항에서 광화문까지 457km 릴레이 도보행진을 검토한다고 하지 않는가? 한 마디로 정치권에는 과거 모델만 보이고 미래 모델이 보이지 않는다.

세월 호 침몰이후 이제까지 나타난 사회적 갈등은 어쩌면 세월 호 참사 힐링 과정에서 나타난 자연스런 현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세월 호 사태, 힐링도 지나치면 킬링이 된다.   세월 호 참사로부터 고통 받는 사람은 유가족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라는 사실을 야권은 인식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야권에게 당부하고 싶다.  현시점에서 네거티브 정치, 정권의 실패를 기도하는 정치는 최악의 선택이며 정통성을 갖춘 정권의 실패를 기도하는 세력은 국민의 적으로 이들과 동조하는 정당은 집권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바란다.  

선거는 제로섬 게임이지만, 선거 후 정치는 더 이상 제로섬 게임이 되어서는 안 되며, 이는 야당이 단순한 견제세력이 아니라 경쟁세력으로서 제 역할을 이행할 때 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바란다.   세계 리틀 야구 선수권 대회에서 한국에게 져 결승에 오르지 못한 일본 선수단이 한국과 미국의 최종 결승에서 한국을 응원하도록 한 그 정신을 우리 정치권이 생각해야 할 때다.

▲ 강상호 시사평론가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 정치학 박사
-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장
- 행정자치부 중앙 자문위원
- 경희 대학교 객원교수
- 고려 대학교 연구교수
-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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