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서 헤어지는 그 남자…왜 결혼을 포기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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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서 헤어지는 그 남자…왜 결혼을 포기했을까?
  • 홍세미 기자
  • 승인 2014.09.13 1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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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필담>3포 세대 이야기①…2030세대는 왜 결혼을 기피하나
결혼 비용 7,000만원 ‘육박’…스드메 등 ‘부담’스러운 결혼 준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홍세미 기자)

#1.그 여자 이야기

“헤어지자.” 

남자의 이별통보에 카페는 순식간에 어수선해졌다. 

“저 여자 방금 차인거야? 대박.”, “남자보다 여자가 훨씬 아까운데?”, “여자한테 뭔가 하자가 있나보지.”, “여자가 바람 폈나? 아니면 남자한테 다른 여자가 생겼나?” 

작지만 크게 들리는 소리. 여자에게 고스란히 들렸지만 무시했다. 그 남자는 이내 자리를 떳고 여자 혼자 오롯이 남았다.

그 여자는 헤어지는 이유에 대해 생각했다. 평소 짜증을 너무 잘 부려서 혹은 성격 자체가 안 맞기 때문일까. 성격 문제가 아니라면 최근 실수한 게 있을까. 그것이 아니라면 애정이 식은 것일까.

여러 생각이 뒤얽혔지만 결론은 단 하나였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그 여자는 그렇게 그 남자가 더 이상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스스로 내고 이별을 맞이했다.

#2.그 남자 이야기

결국 헤어지자는 말을 하고 뒤 돌아섰다. ‘사랑하지만 헤어지는 것’이다. 세상 가장 ‘찌질한’ 이별 변명인줄 알았건만 바로 본인의 이별 이유였다. 그저 여자가 행복하기만 바랄 뿐이다.

그 남자는 평범한 30대 대한민국 사람이다. 나이는 만 30세에 직업은 학생이다. 취업 준비를 위해 졸업을 미뤘다. 넉넉하지 못한 살림에 부모님에게 손을 벌리지 않고 스스로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왜 여자친구와 헤어짐을 결심했을까?

더 집중적으로 그 남자에 대해 살펴보자. 나이는 30살로 결혼 적령기지만 통장은 ‘마이너스’다. 부모가 대학교 등록금을 대줄 수 없어 학자금 대출을 받았기 때문. 그 결과 사회로 나가지도 않은 남자에게 고스란히 천 만 원의 빚이 남았다. 빚을 안은 그 남자는 어쩐지 남들과 다른 출발선에서 시작하는 느낌이다.

틈틈이 과외와 아르바이트를 통해 번 돈으로 학자금 대출을 갚아 나가고 있지만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취업도 쉽지 않다. 번번이 서류에서, 인적성에서, 최종 면접에서 탈락했다.

그 남자에게 사랑하는 여자친구가 있다. 남자와 동갑내기인 그 여자는 결혼 적령기인 상태. 그러나 그 남자는 그 여자와의 미래가 그다지 밝지만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 당장 취업을 하더라도 결혼식 자금과 새 집 마련, 양육비, 양가 부모 부양 등을 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결국 그 여자가 행복해지기 위해선 본인과 헤어지는 것이 옳은 길이라고 판단한다. 결국 그 남자는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지는 길을 택했다.

2030세대 비혼 비율, 10년 사이 16.9% 증가

우리 사회는 그 남자와 같은 부류를 ‘3포 세대’라고 부른다.

3포 세대는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한 청년 세대를 지칭한다. 2030 세대가 경제적 이유로 결혼을 기피하는 것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20~39세 중 결혼하지 않은 비율은 2000년 27.4%에서 2010년 44.3%로 10년 사이 16.9% 증가했다. 미혼남녀가 결혼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인식이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2012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혼 남성과 여성이 결혼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혼 남성의 경우 결혼에 긍정적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2009년 69.8%에서 2012년 67.5%로 줄었다. 미혼 여성은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고 응답한 비율은 2009년 31.8%에서 2012년 37.2%로 늘었다. 결혼을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로 남자는 주택 등 결혼자금(68%)이라고 들었고 여자는 육아 때문(38%)이라고 응답했다.

2030세대가 결혼을 기피하는 현상이 증가하고 있다 ⓒ 뉴시스

스·드·메를 아시나요?

결혼정보회사 <듀오>와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가 공동 운영하는 듀오휴먼라이프연구소가 지난 3월 발표한 '결혼비용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신혼부부의 평균 결혼절차 비용은 6968만 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웨딩패키지(스드메), 예식장, 예식비용과 예물, 예단, 혼수용품 등을 합산한 비용이다. 주택마련 비용을 포함하면 총 결혼비용은 2억 원대로 늘어난다고 밝혔다.

‘스드메’는 웨딩 촬영(스튜디오), 웨딩 드레스, 메이크업의 준말이다. 보통 웨딩 업체에선 ‘스드메’를 패키지로 묶어 계약한다. 스드메 성수기(5월, 9월) 평균 가격은 200~250만 원 정도다. 여기에 옵션이 붙으면 가격은 고공행진이다.

스튜디오 촬영 외에 자연스럽게 찍는 ‘데이트 스냅’, 결혼 당일 찍는 ‘본식 스냅’, 신혼여행지에서 찍는 ‘신혼 스냅’ 등이 옵션이다. 옵션가는 보통 한 항목 당 100만 원 정도 추가된다. ‘신혼 스냅’의 경우엔 신혼 여행지에 함께 가는 스텝 비용까지 처리해야 한다. 드레스의 경우 피팅비는 보통 3만원을 받는다. 웨딩 플레너 재량으로 가격을 깎을 수도 있다.

예식장의 경우 식대는 두당 4만 원 정도로 받는다. 지방은 하객이 일정 인원 이상 참석하면 홀 대여료를 받지 않거나 스드메 패키지와 묶어 대여료를 지불한다. 수도권은 성수기에 200~300만 원 정도 홀 대여료를 받는다. 웨딩 급에 따라 다르지만 할인과 이벤트를 통해 가격을 깎을 수도 있다. 여기에 혼주, 꽃 장식(플로워 디피), 예식 촬영까지 옵션으로 붙으면 가격은 올라간다. 예식장 비용으로 많게는 500~1,000만 원 까지 지불하기도 한다.

결혼식이 끝난 후 떠나는 신혼여행도 부담이다. 신혼부부에게 가장 인기가 많다는 몰디브와 하와이에서 최고급 옵션을 택할 경우 1000만 원까지 가격이 올라간다. 몰디브와 하와이에 비해 저렴한 곳을 택할 경우 200~300만 원 정도 경비가 소요된다.

예단과 예물도 신혼부부에게 걱정거리다. 보통 예단과 예물은 각각 500~1000만 원가량 들어가는데 최근엔 경제 불황으로 예물 절차가 간소화돼 간단하게 주고받는 추세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그 남자에게 결혼은 사치였다. 부모님 재산 없이 결혼하는 건 역부족이라고 생각했다. 현실은 그 여자와 이별한 이유다.

그래도 여기까진 결혼식 축의금으로 메울 수도 있다고 한다. 신혼 집 마련과 자녀 양육은 다음에 <계속>.

담당업무 : 국회 및 새누리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행복하기로 마음먹은 만큼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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