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마련에 양육비까지…아이 안 낳는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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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마련에 양육비까지…아이 안 낳는 대한민국
  • 홍세미 기자
  • 승인 2014.09.20 1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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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필담>3포 세대 이야기②…대출 없인 집 마련도 없다
양육비 3억 시대…15년 째 '초 저출산율' 기록하는 대한민국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홍세미 기자)

▲ 부동산 ⓒ 뉴시스

“아가씨, 1억 밑으론 집 못 구해요. 신혼집이면 깔끔한 집 찾을 거 아니에요. 대출을 조금 더 받아서 괜찮은 집으로 장만 하셔야지.”

내년 4월 결혼을 앞두고 있는 김 씨(32,남)와 정 씨(30,여)는 서울지역 부동산을 돌아 다녔지만 도저히 전셋집을 구하기 어려웠다. 둘은 취업한 후 나름대로 검소한 생활을 하며 차곡차곡 돈을 모았지만 월급만으론 서울 집값을 마련할 수 없었다. 자가는 꿈도 못 꿨다.치솟은 서울 전세 값에 결국 외각에서 신혼집을 장만한다고 결정한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소득 수준에 비해 부동산 가격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따르면 우리나라 토지 가치가 국내 총생산(GDP)의 4배를 웃돈다.

지난 2012년 말 현재 임야를 포함한 우리나라의 토지자산 총액은 5604조8000억 원으로, 2012년 우리나라 명목 GDP 1377조5000억 원의 4.1배 수준이다. 건물 가격을 포함할 경우 4.1배를 훨씬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도 우리나라 소득 수준에 대한 부동산 가격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2년 기준으로 일본, 프랑스, 호주 등의 GDP 총액보다 부동산 총액이 2.4~2.8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캐나다와 네덜란드는 각각 1.3배, 1.6배 수준으로 높다고 조사됐다.

소득보다 높은 집값에 신혼부부는 대부분 대출을 받고 집을 마련한다. 대출을 받고 부동산에 투자하면 가계대출 부실 가능성이 높아지고 꾸준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장기적으로 부동산 시장에도 악영향을 끼친다고 알려졌다.

“엄마 옆집에 수민이는 피아노학원 다닌다는데…”

미진이 엄마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무리하게 받은 대출금을 갚기 위해 돈을 모으는 것은 고사하고 이자 갚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남편이 벌어주는 돈으론 매달 적자다. 식탁에 고기반찬을 못 본 지도 오래다. 아르바이트를 해야 할까 생각하던 찰나 딸이 피아노 학원에 보내달라고 칭얼댄다. 앞으로 학년이 올라가면 보습학원도 다녀야 할 텐데 벌써부터 앞이 깜깜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자녀가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지출되는 양육비로 2억 7천만 원(2012년 기준)이 필요하다. 매달 평균 들어가는 양육비는 118만9000 원에 이른다. 10년 전, 2003년 보다 1억 원 정도가 상승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기별 자녀 양육비로는 대학생이 6,811만 원으로 가장 많은 금액을 차지했다. 대학 등록금이 결정적인 원인으로 분석된다. 초등학생이 6,300만 원, 고등학생이 4,154만 원, 중학생 3,535만 원으로 조사되며 뒤따랐다. 미진엄마와 같은 평균 결혼 10년차 부부는 양육비 명목으로 6천 만 원 정도의 목돈이 준비되어 있어야 하는 것. 외벌이 부부의 경우 목돈 마련 이 쉽지 않아 자녀를 키우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는 사교육비 시장이 무너지면 경제가 무너진다는 말까지 나온다. 2009년 기준 사교육비 시장은 21조6000만 원 수준이다.

딩크족 증가…15년 째 ‘초 저출산’

이처럼 대한민국은 결혼해서 잘 살기 힘든 나라다. 때문에 결혼을 하더라도 자녀를 낳지 않는 ‘딩크족’이 많아져 초 저출산 늪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되면 70년 후에는 인구가 절반으로 줄고 120년 후에는 5분의 1로 급감하는 것으로 예상돼 사회문제로 자리 잡았다.

합계출산율이 인구대체수준 2.08 이하면 ‘저출산’, 1.5명을 밑돌면 ‘초 저출산’으로 분류되는데, 우리나라 출산율은 지난해까지 15년 연속 1.5명에 못 미처 초 저출산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3년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1.19명으로 전년(1.30명)보다 0.11명이나 감소했다. 지난 1998년(1.45명) 이후 15년째 합계출산율이 1.5명 이하를 기록한 것.

1998년 IMF 외환위기로 출산율이 줄어든 것이 좀처럼 회복하지 않고 아이를 적게 낳는 추세로 흘러가고 있다. 그러면서 아이를 낳지 않은 부부인 ‘딩크족’(DINK·double income no kids)이 증가했다.

우리나라 출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합계출산율(1.7명)을 밑돌아 평균에도 못 미친다.

새정치민주연합 양승조 의원은 지난달 출산율 자료를 발표하며 "지난 2006년 데이빗 콜먼(독일) 옥스퍼드 인구 교수가 인구소멸 1호국가로 한국을 지명한 것처럼 저출산고령화는 대한민국 국가존립을 위협하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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