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대포장 시대③>배보다 더 큰 배꼽…우대금리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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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대포장 시대③>배보다 더 큰 배꼽…우대금리 꼼수
  • 박시형 기자
  • 승인 2014.09.28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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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더 써야 우대…대문짝만한 광고에는 안 나와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시형 기자)

은행 외벽에 걸린 플래카드를 보고 계좌를 개설했는데 표기된 이율과 다른 금리를 적용받은 일이 있는가? 아니면 대출 금리를 낮추기 위해 적금이나 카드 등 새 계좌를 개설한 적은?

지난달 한국은행은 1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2.25%로 인하하는 등 금융시장에 저금리 바람이 불고 있다. 그런데 저축은행마저 2%대로 낮춘 예·적금 금리를 일부 시중은행은 5%가 넘는 고금리를 주겠다며 사람들을 현혹하고 있다. ‘우대금리’라는 그럴듯한 이름의 이자지만 실은 영업 꼼수에 불과하다.

A 시중은행은 기본금리 3%에 우대금리 2.5%를 적용한 5.5% 금리를 약속했다.

B 시중은행 역시 월 적립금액이 10만 원 이상 30만 원 이하의 금액에 대해 최고 5.8% 금리를 지급한다고 알리고 있다. 이 상품의 기본 이율은 연 2.4%, 나머지 3.4%는 우대금리다.

C 시중은행 상품은 6%(기본 3%, 우대 3%) 금리를 준다고 말한다. 이 상품은 정부기관과 함께 상품을 개발해 이자 일부를 고객 명의로 기부하는 게 특징이다.

금리 보고 들어갔다가 금리 때문에 실망만

금융권에서 ‘우대금리’는 대표적인 과대포장으로 통한다. 여느 은행과 다를 바 없는 금리를 순식간에 고금리로 만들어주는 재주 때문이다. 그래선지 최근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품들이 종종 출시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상품을 광고하면서 우대금리에 대한 안내는 전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혹여 알린다 하더라도 작은 글씨로 알리거나 추가 설명 없이 숫자만 기재한 경우가 다반사다. 이에 상당수 금융 소비자가 은행의 숫자놀음에 속아 상품에 가입했다가 실망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 시중은행에 걸려있는 고금리 저축 안내 입간판 ⓒ시사오늘

우대금리는 특정 조건에 따라 금리를 추가로 더해(예·적금)주거나 인하(대출)해 주는 은행의 영업방법이다. 상식적으로는 신용도에 따라 금리가 달라지는 게 정상이지만 현실적으로는 거래실적이나 금융상품 가입조건 등을 통해 달라진다.

앞서 예로 든 세 은행 상품 모두 우대금리 조건으로 신용카드 사용을 내걸었다. 소비자가 사용한 신용카드 수수료를 챙긴 뒤 일부 되돌려 주겠다는 심보다.

그 증거로 금융상품 가입이나 조건 충족에서 발생하는 우대금리가 형편없이 낮다는 점을 들 수 있다.A 은행 상품의 경우 은행에서 말하는 우대금리 2.5% 중 1%가 사용카드 사용 실적이 있어야 발생한다. 인터넷 뱅킹이나 스마트폰 뱅킹 등으로 예·적금을 가입하면 주는 우대금리는 0.5%뿐이다. 이 조건마저도 신규 고객만 해당된다. 그 외 안전운전이나 금연·금주, 헌혈 등 특정 조건에 대한 우대금리가 1% 적용되지만 본인의 선택 여부에 따라 혜택이 달라진다.

B 은행 역시 마찬가지다. 우대금리 3.4% 중 2.9%는 신용카드 사용액에 달려있다.

우대금리를 받기 위해 써야하는 신용카드 금액도 약정금액별로 다르다. 10만 원 약정하면 지난 1년간 쓴 신용카드 금액보다 최소 300만 원 이상 더 써야 한다. △10만원 초과 20만 원 이하라면 500만 원, △20만원 초과 30만 원 이하라면 700만원 더 써야 하는 식이다. 월 평균 25만 원 씩 지출을 늘려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아파트 관리비나 급여 이체 등 고정적인 거래를 통한 0.5%만 우대금리로 받을 수 있다.
C은행 상품은 B은행과 조건이 유사하다. 같은 은행 신용카드를 약정금액 10만 원이면 연 250만 원, 20만원 약정했을 때는 연 500만 원 이상 사용해야 우대금리가 적용된다. 그 외 적용되는 우대금리는 없다.

이들 상품에 가입 한 후 최고 금액으로 약정 한 뒤 최고 우대금리를 적용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 이자는 A은행의 경우 3만 원, C은행은 4만8000원 차이 날 뿐이다. 그나마 B은행이 12만2400원 차이를 보인다.

이자소득세를 고려하면 이자 차이는 없다고 봐야 한다. 1년 동안 12만 원 더 받자고 평소 쓰는 것보다 한 달에 25만 원 씩 더 쓰는 건 누가 봐도 빈대 잡으려다 집 태우는 격이다.
대출과정에서의 우대금리도 예·적금과 마찬가지로 제대로 공지되지 않고 있다. 

대출 금리 아끼려고 줄줄이 상품 가입
은행, 가산금리 올려 우대금리 혜택 상쇄

은행 대출은 3가지 금리가 적용된다. 한국은행 혹은 코픽스(COFIX, 자금조달비용지수) 기준금리에 은행이 자율적으로 정하는 가산금리가 더해져 대출금리가 정해지고, 여기에 우대금리를 적용해 최종 금리가 결정된다. 예·적금과 달리 대출의 우대금리는 이율을 깎아내리는 역할을 한다.

금융 소비자들이 여러 은행을 놓고 비교·선택하더라도 은행마다 적용하는 기준이 달라 실제로 확정되는 금리는 처음 안내받았던 내용과 크게 달라진다. 안내할 때는 최저 가산금리를 적용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이 과정에서 적잖이 당황하게 되는데 이 때 은행은 우대금리를 권유한다.대출 우대금리 역시 상품가입이나 조건 등에 따라 달라지는 데 소비자 입장에서는 눈 앞에서 금리가 낮아지는 게 보이니 은행의 유혹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주택자금을 대출 받을 때 금리가 4.2%로 결정 됐다면 신용카드 개설이나 적금 계좌, 단기자금통장 개설 등을 통해 우대금리를 0.5% 적용받는 식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은행이 가산금리를 임의로 적용할 수 있는 점을 이용해 금리를 높이고 있어 우대금리 혜택이 상쇄되는 추세다.

▲ 은행 창구 ⓒ뉴시스

24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일부 은행들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방침에도 가산금리를 올려 대출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농협은행의 7월 평균 주택담보대출금리는 3.5%p로 전달보다 0.19% 올랐고, 기업은행 역시 같은 기간 0.11%p 올려 3.41%가 됐다. 외환은행은 3.35%에서 3.59%로 0.24%p나 올렸다.

이는 대출 영업 호조에 굳이 금리를 인하할 필요가 없다는 은행의 배짱 영업 탓으로 분석된다. 적용받을 수 있는 우대금리가 줄어들었음은 당연한 일이다.

금융소비자단체는 은행의 우대금리 영업에 대해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저금리에 소비자들이 조금이라도 더 나은 금리를 적용 받고싶어 하는 마음을 악용한 은행권들의 무리한 금융마케팅의 사례”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은행들은 수익을 내기 위해 무리하게 소비자들을 현혹하기보다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면서 고객을 모아야 한다”며 “무리한 판촉행위는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담당업무 : 시중은행 및 금융지주, 카드사를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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