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학생들은 왜 센트럴을 점령했나
스크롤 이동 상태바
홍콩 학생들은 왜 센트럴을 점령했나
  • 홍세미 기자
  • 승인 2014.10.04 12: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토요필담>'Chinese'아닌 'Hongkonger', 중국에 대한 반감 커
홍콩시민, 자유 직선제 요구 위해 시위…렁춘잉 장관 사퇴 요구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홍세미 기자)

제1장 “I'm a HongKonger”

홍콩사람 중 자신을 ‘중국사람’(Chinese)라고 설명하는 사람이 있을까? 2012년, 6개월 간 홍콩으로 유학을 다녀온 필자는 단 한명도 ‘중국사람’이라고 말하는 홍콩 학생을 보지 못했다. 홍콩 학생들은 자신을 ‘Chinese'가 아닌 ‘HongKonger’라고 표현했다.

1체제 2국가인 중국과 홍콩. 자칫 홍콩이 중국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필자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홍콩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이것이 얼마나 무지한 생각이었는지 깨닫는 데 1시간도 걸리지 않는다.

우리나라가 일본의 식민지배에서 벗어나던 1945년 8월 15일,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며 거리로 뛰어나가 태극기를 흔들었다. 식민지배에서 벗어난다면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하지만 홍콩은 달랐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홍콩은 1997년 중국으로 편입됐다. 홍콩 사람들은 오히려 “중국이 강제로 편입시켰다”며 도심을 점령하고 시위를 열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살던 홍콩 사람들이 한순간에 ‘사회주의’ 국가가 됐기 때문이다.

중국은 홍콩을 50년 동안 법과 자치권을 유지하는 '특별 행정 구역'으로 유지할 것을 영국과 약속했다. 이에 중국과 홍콩은 1국가 2체제가 됐다. 홍콩 여론은 그제서야 잠잠해질 수 있었다. 그래도 중국에 대한 반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홍콩은 중국과 언어도, 화폐도, 교육체계도 다르다. 홍콩은 영국이 통치했을 때 행정, 입법, 사법 체계를 답습했다. 홍콩은 여전히 ‘영국 체제’를 유지한다. 

때문에 홍콩 학생들은 중국보다 영국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자유롭고 민주적으로 사고한다. 홍콩 대학생들은 ‘독재’를 가장 경계한다. 이런 이유로 북한에 대한 인식은 매우 나쁘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 대한 반감도 심하다. 커플은 길거리에서 서슴없이 애정표현을 하기도 하고 한국을 비롯한 대만, 일본, 미국 등의 문화에 대해 열광한다. ‘생김새는 중국사람인데 속은 영국사람’이라는 표현이 제격이다.

▲ 홍콩 학생이 <시사오늘>에 보낸 사진. 홍콩 사람들이 센트럴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고 경찰이 막고 있다. ⓒ시사오늘

제2장 “센트럴을 점령하라”(Occupy Centrel)

2014년, 센트럴은 점령됐다. 2017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 직선제 요구로 시위가 센트럴을 중심으로 일어났다. 이 시위는 침사추이(Tsim Sha Tsui), 몽콕(Mong Kok) 등 홍콩 시내를 중심으로 퍼져나갔다.

‘센트럴’은 홍콩에서 상징적인 장소다. 자본주의의 꽃인 세계 금융 회사들이 홍콩 센트럴에 모여 있다. 홍콩 사람들은 센트럴이 세계의 중심이라고 여긴다. 이 곳을 점령하고 시위를 여는 것은 세상을 향한 외침으로도 읽을 수 있다.

‘센트럴을 점령하라’(Occupy Centrel·讓愛與和平占領中環)는 시위 운동이름으로 지어졌고,  시위를 주도하는 단체는 앞글자를 딴 O.C라고 불린다.

필자의 홍콩 지인들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은 검은 바탕의 노란리본 그림이다. 우리나라에선 세월호 사건으로 ‘추모’의 의미를 지닌 노란리본이 홍콩에서 ‘자유’를 뜻한다. 필자의 한 친구는 시위 사진을 보내며 홍콩의 상황을 알렸다.

▲ 홍콩 학생들의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 ⓒ 페이스북 화면 캡처

제3장 “민주주의를 위하여”

홍콩중문대학에 재학 중인 한 학생과 SNS 메신저를 통해 4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O.C가 시위를 통해 요구하는 것은 무엇인가.

“현 장관인 렁춘잉(梁振英) 행정장관 퇴임과 2017년 행정장관 민주주의 투표다. 우리는 완전한 자유 직선제를 원한다. 중국은 ‘친 중국 성향’인 후보만 행정장관 후보로 임명하겠다는 방침이다. 그것에 반대하고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해 시위를 벌이고 있다.”

홍콩은 특별 행정구로 수장은 행정장관이다. 홍콩의 행정장관은 우리나라의 대통령와 같다. 중국은 행정장관 후보를 ‘친 중국 성향’으로 제한한다는 것이 홍콩 학생들의 설명이다. 이것을 저지하려 시위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시위에 주로 참여하는 층은 누군가.

“대학생들이 주로 참여하고 있다.”

-홍콩의 모든 대학생들이 시위에 참여하나.

“모든 대학생들이 시위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다. 시위에 참여할 사람만 모집해서 참여하고 있다. 나도 참여하지 않고 있다. 시위에 나가진 않지만 민주주의를 원하고 있고 시위대를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최대한 돕고 있다.”

-중·장년층(40~50대)은 시위를 어떻게 보고 있나.

“사람에 따라 시위에 참여하기도 하고 참여하지 않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은 시위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그들의 주된 수입은 중국에서 나오기 때문에 중국에 대한 반감이 대학생만큼 크지 않다.”

중국의 경제 성장과 함께 홍콩의 중장년층도 성장했다. 현재 홍콩 중장년층에겐 1997년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된 것이 더 큰 사업을 벌일 기회였다. 홍콩으로 중국 자본이 몰려들어왔다. 부동산 값은 높아지고 물가도 올랐다. 젊은 세대에게 고스란히 큰 부담으로 돌아왔다. 게다가 실업률도 극에 달한 상황. 홍콩 대학생들은 정부에 대한 반감이 높을 수밖에 없다.

-시위는 어떻게 진행되는가. 폭력적인가.

“경찰은 시위대에게 ‘후추 스프레이(pepper spray)’를 가까이서 뿌린다. 매운 연기에 그들을 물러나게 하기 위해 얼굴 가까이서 뿌린다. 그러면 대부분의 시민들은 안전 지역으로 향한다.”

-다친 사람은 없나. 피를 흘리거나 병원에 입원하는 사람은 없나.

“다친 사람이 많다.하지만 피를 흘리거나 병원에 입원하는 정도로 심각한 폭력 시위는 아니다.”

-언제까지 시위가 진행될 것 같은지.

“렁춘잉 행정장관이 사퇴할 때까지 진행될 것 같다. 게다가 자유 직선제를 쟁취해야 잠잠해 질 것으로 보인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새누리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행복하기로 마음먹은 만큼 행복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