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명품’에 빠진 2030 젊은 엄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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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명품’에 빠진 2030 젊은 엄마들
  • 김하은 기자
  • 승인 2014.10.08 13: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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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만 호가하는 유모차 등 반값에 득템…깨끗이 사용 뒤 되팔기도
유아용품 중고장터, 엄마들 허영·허세 집결지로 보는 부정적 시선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하은 기자) 

▲ 스토케 유모차. (위 사진은 특정 기사와 관련없음) ⓒ스토케

최근 20~30대 젊은 신세대 엄마들이 중고 상품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이들은 평소 갖고 싶었지만 비싼 가격 때문에 선뜻 구매가 망설여졌던 명품 유아용품들을 온라인 중고장터에서 반값도 안 되는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고 제품 구매 경로 등을 공유하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유아용품까지 값비싼 수입명품으로 도배하는 이들을 두고 명품에만 매달리는 '유아용품 명품족'이라는 비아냥 섞인 신조어로 부르며 명품문화를 비판하고 있어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유아용품 명품족’ 혹은 ‘알뜰 살림꾼’?

20~30대 젊은 엄마들이 알아둬야 할 필수 온라인사이트로 불리는 유아용품 중고장터. 젊은 엄마들은 이 같은 중고장터를 통해 가격대비 수입산의 질 좋은 유아용품을 구매한 뒤, 중고 사이트에 사용후기를 남기는 등 서로 다양하고 실용적인 정보를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또 중고장터에서 구입했던 제품을 깨끗이 사용한 뒤 본래 중고로 구매한 가격보다 더욱 저렴한 가격으로 되팔아 다른 중고상품을 구입해 사용하는 등 이른바 ‘알뜰 살림꾼’으로 불리고 있다.

젊은 엄마들이 형성해온 이 같은 풍토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명품 유아용품 바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외 상당수 기혼 연예인들이 유행시킨 수입 유아용품은 먼저 강남 엄마들의 이목을 사로잡았고, 온라인과 입소문을 통해 접한 타 지역 엄마들도 수입 유아용품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을 갖기 시작했다.

하지만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만만치 않은 제품 가격 때문에 일반 주부들은 쉽사리 구매할 엄두조차 못 내고 있는 실정에 놓였다.

그러던 중 온라인 사이트에 유아용품 전문 중고장터가 생겨났고, 이는 젊은 주부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세련된 디자인의 유모차, 다양한 영유아 장난감 등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주부 임모(29)씨는 “4년 전 직거래 중고장터를 통해 일명 '유모차계의 벤츠'라고 불리는 000 브랜드 노란색 유모차를 정상가(200~300만 원)에 비해 반값도 안 되는 가격인 80만 원에 구입할 수 있게 돼 너무 기뻤다”라며 “현재는 아이가 자라서 유모차를 굳이 끌고 다니지 않아 중고매장에 다시 되팔려는 계획 중에 있다”고 말했다.

노원구에 사는 김모(31)씨 역시 “정말 갖고 싶었던 아기용품인데 너무 비싼 가격 때문에 살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제겐 이 중고장터가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주변 엄마들과도 (중고장터를) 공유하고 있어 요즘엔 발 빠르게 움직여야 겨우 마음에 드는 상품을 살 수 있을 정도”라고 설명하며 중고장터의 매력에 푹 빠진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의도와는 달리 온라인 중고장터를 바라보는 비판적인 시선들도 있다.

젊은 엄마들의 이 같은 중고 유아용품 직거래 행위를 덧없는 허세와 허영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연예인들이 가방, 구두 등에 이어 이제는 아기용품까지 명품바람을 몰고 다닌다는 것.

매체의 유혹에 약한 일반인, 특히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여성은 수입 명품 제품에 더욱 관심을 쏟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아무리 비싼 가격의 제품이라 할지라도 남들과 비슷한 수준에 맞춰가려는 허영심이 자연스럽게 생겼다는 것이다.

저출산 현상과 유아용품 시장 브랜드화도 최근 형성된 ‘유아용품 명품족’ 풍토에 힘을 보탰다. 대부분의 2030 부부들이 육아비용에 대한 극심한 부담감에 시달려 보통 1~2명 남짓 정도의 아이를 낳고 있기 때문에 ‘1명이라도 남부럽지 않게 키우자’라는 새로운 문화가 형성된 것이다.

국내 기업들이 너도나도 유아용품 시장에 뛰어들어 제품의 질보다 매출상승을 노리기 위해 제품 브랜드화에만 집중하는 노골적인 경영행태도 세인의 눈총을 받는 한편, 젊은 엄마들의 ‘유아용품 명품족’을 형성시킨 주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자신의 아이에게 명품치장을 함으로써 자신의 가치도 올라간다는 아이러니한 인식이 생겨 대리만족을 한다는 것이다.

저출산·시장 브랜드화, 유아 명품문화 형성

이 같은 문화는 유아용품 중고장터라는 사이트를 활성화시켰고, 일반인 엄마들은 이 중고장터를 통해 수입명품 유아용품을 반값도 안 되는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며 만족감과 성취감을 한꺼번에 누리고 있다.

그러나 세간의 시선은 이들의 문화가 단지 ‘허세와 허영심으로 똘똘 뭉쳐진 집단’이라고 인식하는 등 곱지 않다는 게 사실이다.

업계 관계자는 “본인의 능력에 따라 유아용품을 구매하는 현명한 소비습관을 다잡아야한다”면서도 “비싼 제품은 질에서도 크게 뒤떨어지지 않아 중고장터에서 저렴하게 수입 유아용품을 구매하는 여성들을 굳이 ‘유아용품 명품족’이라고 매도하지 않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담당업무 : 식음료 및 유통 전반을 맡고 있습니다.
좌우명 : 생생하게 꿈꾸면 실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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