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사람과 산 사람이 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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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사람과 산 사람이 싸운다?
  • 환타임스=김영인 편집인
  • 승인 2010.05.18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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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이명박 현 정권對 노무현 전 정권간 심판론의 충돌
산 사마중달과 죽은 제갈량간 싸움의 재현? 또 시끄러운 정치판

삼국지에서 사마의는 제갈량의 죽음을 예상하고 있었다.  제갈량이 음식을 지나치게 적게 먹으면서 일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직접 처리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은 것이다(食少事煩).  사마의는 제갈량이 그렇게 일을 하다가는 얼마 못 가서 죽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 제갈량이 마침내 사망했다는 정보가 사마의에게 들어갔다.  하지만 사마의는 의심이 많았다.  부하를 보내서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부하가 돌아와서 보고했다. 
"제갈량에게는 천문 지리와 용병술, 각종 병법이 들어 있는 천서(天書)가 있었습니다.  제갈량의 신통한 작전은 모두 그 책에서 나왔다고 했습니다.  제갈량은 죽어서도 책과 함께 묻혔다고 합니다." 

사마의는 그 천서가 탐났다.  제갈량의 무덤을 파헤쳐서 차지하기로 했다.  5천 군사를 이끌고 제갈량의 무덤이 있는 정군산(定軍山)으로 갔다. 

산 중턱에 새로 세운 전각이 있었다.  전각 앞에는 제갈무후지묘(諸葛武侯之墓)라는 글이 새겨진 비석도 있었다. 

전각 안으로 들어가니 제갈량의 신상(神像)이 서 있었다.  살아 있던 때와 똑같은 모습이었다.  사마의는 "죽은 사람에게 절이나 하자"며 라이벌의 신상 앞에 몸을 엎드렸다. 

그리고 일어서려는 순간, 마치 땅 속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잡아당기는 듯한 느낌이 왔다.  발바닥에 땅에 붙어서 꼼짝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당황해서 쩔쩔매다가 살펴봤더니, 전각 대들보에 작은 글씨가 적혀 있었다. 
"투구와 갑옷을 벗으면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이다."

사마의는 황급히 투구와 갑옷을 벗어 던진 뒤 군사들을 시켜서 땅 속을 파보도록 했다.  천 근이나 되는 지남석이 묻혀 있었다.  지남석이 사마의의 투구와 갑옷을 잡아당겼던 것이다.  죽은 제갈량에게 조롱당했다는 생각이 든 사마의는 신상을 밀어서 쓰러뜨렸다. 

전각 뒤에 큰 청석(靑石)으로 덮은 묘가 있었다.  사마의는 묘의 문을 열고 자기가 직접 들어갔다.  천서를 눈앞에 두고 부하를 대신 들여보내기는 싫었기 때문이다. 

과연, 관 뚜껑을 열었더니 그 속에 천서가 있었다.  사마의는 두 번 다시 제갈량에게 당하지 않겠다고 중얼거리며 책을 뒷장부터 거꾸로 펼치기 시작했다.  만약을 위해서였다. 

사마의는 손가락에 침을 발라서 책장을 넘기는 습관이 있었다.  천서를 볼 때도 그 습관이 나왔다.  그런데 갑자기 현기증이 왔다.  아뿔싸 하며 책의 맨 첫 장을 살펴봤다. 

작은 글씨가 적혀 있었다.  "책에 독약을 발라놓고 그대를 죽음으로 다스리고자 한다." 
사마의는 결국 피를 토하며 비명횡사하고 말았다. 
"참으로 증오스러운 제갈공명이여, 죽고 나서도 나를 해치는구나." 

사람들은 이를 놓고 죽은 제갈량이 산 사마의를 죽음으로 다스린 사건(死諸葛治死司馬)이라고 불렀다.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다. 

물론, 사마의의 실제 죽음은 다르다.  제갈량을 영웅으로 띄우려고 만들어낸 이야기일 것이다.  어쨌거나 죽은 사람이 산 사람과 싸우는 것은 천하의 제갈량이 아니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엉터리 이야기도 있다. 

어떤 사람이 죽은 제갈공명이 산 사마중달을 도망치게 했다는 사공명주생중달(死孔明走生仲達)을 잘못 번역했다.  "죽은 공명이 도망치다가 중달을 낳았다"고 해석했다.   

같이 있던 사람이 지적했다.  "어떻게 죽은 사람이 사람을 낳을 수 있는가" 따졌다. 
그 대답이 뻔뻔했다.  "그러니까 제갈량 아닌가."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의 대결이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이른바 친노 사람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이 "이명박 정권을 심판하겠다"고 하자 여당은 "실패한 전 정권을 다시 심판하겠다"며 맞서고 있다.  서로 심판론을 외치고 있는 것이다.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의 싸움은 삼국지에나 나오는 것인 줄 알았더니 21세기에도 벌어지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정치판이 또 시끄럽다.  [김영인 편집인]
원본 기사 보기:환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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