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한의 긴급진단>국회와 '죄수의 딜레마'
스크롤 이동 상태바
<김재한의 긴급진단>국회와 '죄수의 딜레마'
  • 김재한 국제경영전략연구소장
  • 승인 2014.10.30 18: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재한 국제경영전략연구소장)

지난 8월 16일 오후 MBC '무한도전' '도둑들' 특집이 방송됐다. 이 날 방송된 '무한도전'에서는 지령 수행 중 알 수 없는 음모에 휘말린 멤버들이 감옥에 갇힌 채 펼치는 심리게임 이 전파를 탔다. 이날 '무한도전' 멤버들은 누군가의 계략에 휘말려 범죄자로 체포된 멤버들이 감옥에서 석방되는 최후의 1인이 되기 위해 심리전을 벌였다.

독방에 갇힌 멤버들은 시험에 빠졌다. 이른바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 라는 게임이론의 실체를 보여주었다. 범인을 모두 밀고하지 않으면 전원이 곤장 5대를 맞지만, 범인을 밀고하면 밀고자 이외 사람들이 20대를 맞는다. 이 와중에 모두가 밀고하면 모두가 10대를 맞는다는 설정이다.

결과는 하하 노홍철 정형돈은 멤버들을 믿고 밀고하지 않았지만 노홍철 정준하 박명수는 나란히 정형돈을 지목했다. 그 결과 밀고를 하지 않은 세 멤버들은 방이 60cm씩 좁아지는 공포를 맛봤다.

'죄수의 딜레마'의 일반적인 예 상황은 다음과 같다. 두 명의 사건 용의자가 체포되어 서로 다른 취조실에서 격리되어 심문을 받고 있다. 이들에게 자백 여부에 따라 다음의 선택이 가능하다. 둘 중 하나가 배신하여 죄를 자백하면 자백한 사람은 즉시 풀어주고 나머지 한 명이 10년을 복역해야 한다. 둘 모두 서로를 배신하여 죄를 자백하면 둘 모두 5년을 복역한다. 둘 모두 죄를 자백하지 않으면 둘 모두 6개월을 복역한다.

죄수A의 선택을 보자. 죄수B가 침묵할 것으로 생각되는 경우 자백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 죄수B가 자백할 것으로 되는 경우 죄수A는 자백이 유리하다. 따라서 죄수A는 죄수B가 어떤 선택을 하든지 자백을 선택한다. 죄수B의 선택도 마찬가지이다. 죄수A와 동일한 상황이므로, 마찬가지로 죄수A가 어떤 선택을 하든지 자백이 유리하다. 죄수A, B는 모두 자백을 선택하고 각각 5년씩 복역한다.

이 게임의 죄수는 상대방의 결과는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만을 최대화한다는 가정 하에 움직이게 된다. 이때 언제나 협동(침묵)보다는 배신(자백)을 통해 더 많은 이익을 얻으므로 모든 참가자가 배신(자백)을 택하는 상태가 내쉬(Nash) 균형이 된다. 참가자 입장에서는 상대방의 선택에 상관없이 자백을 하는 쪽이 언제나 이익이므로 합리적인 참가자라면 자백을 택한다. 결국 결과는 둘 모두 5년을 복역하는 것이고, 이는 둘 모두가 자백하지 않고 6개월을 복역하는 것보다 나쁜 결과가 된다.

예를 들면, 동네 빵집이 두 개(A, B)가 있을 경우 A라는 가게에서 빵 가격을 크게 내려 박리다매전략으로 나가면, B가게는 필연적으로 큰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품질은 비슷하다고 가정할 경우). 이 경우 B가게가 할 수 있는 방법은 같이 가격을 내리는 방법 이외 다른 수단이 마땅치 않다. 이럴 경우 B가게도 가격을 내리게 되면 결국 빵 가격은 낮아지게 되고 A가게의 경쟁우위는 사라지게 된다. 이와 같이 한 경제주체의 결정은 다른 경제주체에게 크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A가게에서 전략-가격을 낮춤으로써 시장점유율을 높여 가는 영업전략-은 그 자체로는 나쁘지 않지만, B가게 역시 가격을 낮춤으로써 오히려 더 불리한 시장 조건을 형성하는 위험을 가지게 된다. 즉, 독립된 경제주체로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최적의 선택, 즉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 오히려 자신의 이익을 침해하는 선택이 될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

죄수의 딜레마 게임은 두 죄수가 서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더라도 역시 동일한 결과가 나온다. 두 명이 서로 의사소통을 통해 자백을 하지 않기로 약속을 했더라도, 개인 행위자의 입장에서는 그 약속을 깨고 자백을 하는 것이 더 유리하기 때문에 그 약속은 지켜질 수가 없다.

정기국회 일정에 접어든 국회의 모습이 ‘죄수의 딜레마’ 게임에 나오는 죄수의 모습과 흡사하다. 국정감사와 법안 및 예산 처리를 해야 하는 정기국회는 각자의 평행선(배신)을 긋는 대립 구도 보다는 협동(침묵)을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수도 있다. 정기국회는 1년의 마감이요, 내년을 준비하는 의미 있는 국회일정이다. 여․야가 일시적인 이익을 얻기 위해 대립하기 보다는 국가와 국민에게 어떤 모습이 실익이 되는 가를 함께 고민해 보기를 기대해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