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개헌발언과 대변인 역할
스크롤 이동 상태바
김무성 개헌발언과 대변인 역할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4.11.01 09: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토요필담>중국발 개헌발언, 대변인 ´임무실패´ 해프닝?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뉴시스

“정치인은 세 가지만 잘 관리하면 된다. 바로 머리와 지갑, 그리고 입이다.”

정치권의 한 인사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와 같은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머리는 참모진을, 지갑은 자금력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정치인의 입은 무엇일까. 바로 대변인이다. 대변인은 정치인 개인부터 정당 전체의 입이 돼 목소리를 낸다. 정계에 몸담은 이라면 이미지는 곧 자산이고, 작은 표현 하나에도 신경을 써야하기 때문에 대변인의 역할은 더없이 중요하다.

그런데 최근 대변인을 둘러싼 흥미로운 해프닝이 일어나 눈길을 끈다. 새누리당에서 고위직을 지낸 한 정치인은 최근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가을 정치권을 강타한 개헌 돌풍의 하이라이트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상하이 발언’이었다. 김 대표는 지난달 16일 중국방문 중 "(개헌)봇물이 터지면 막을 길이 없을 것"이라고 언급해 큰 파문을 일으켰다. 이는 일파만파 퍼져 나갔고 귀국 후 박 대통령에게 이례적으로 상당히 수위가 높은 사과를 해야 했다. 다음은 그 인사가 들려준 얘기를 토대로 재구성한 막후다.

김 대표는 이번 방중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국정감사 중 출국이라 야당의 비난이 예상됐음에도, 기꺼이 감수하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러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여당의 주요 핵심 인사들과 함께, 대변인도 동행했다.

그런데 현지에서 잡음이 일기 시작했다. 김 대표와 시진핑 주석이 악수하는 한 장면만 촬영을 허가하고, 한국 기자들을 모두 밖으로 내보냈다. 사진기자들은 황망히 분을 삭히는 수밖에 없었다.

통상적으로 이런 경우엔 대변인이 나와서 사정을 설명하고, 면담 내용과 관련 기자들에게 간단한 브리핑이라도 전달해준다. 그러나 이번에 동행한 대변인은 아예 모르쇠로 일관하며 빈축을 샀다.

그런데 일은 이날 저녁에 더 커졌다. 그는 기자들의 식당을 한 시간 반이나 떨어진 곳에 잡았다. 볼멘소리를 하자 “벼룩을 한 마리 먹이는 것도 귀찮은데 벼룩이 수십 마리가 왔다”고 쏘아붙였다. 그가 언급한 벼룩의 머릿수는 기자들의 숫자와 일치했고, 격분한 기자들은 단단히 벼르며 다음날을 기다렸다.

이튿날 김 대표는 기자들과의 만남을 가졌다. 작심한 기자들은 민감한 사안만 골라 질문을 퍼부었다. 언론의 뜻밖의 공세에 김 대표는 당황했지만 마침 그를 도울 대변인은 김 대표만 두고 자리를 비웠다. 고립무원의 처지에서 김 대표는 “다음에 마저 이야기합시다”라는 답을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개헌에 대한 질문만 일곱 번, 여덟 번째 들어오자 김 대표가 결국 삐끗한 수를 둔다. 한 언론사의 기자가 “개헌 논의가 봇물처럼 일어나고 있다. 막을 수 없지 않을까?”라고 질문하자, 김 대표가 “그럴 수 있다”고 답하게 된 것이다. 김 대표가 아차 했을 땐 이미 기자들은 본사로 타전(打電)준비 중이었다. 김 대표는 자리에서 걸어 나오면서 “내일 뉴스는 개헌으로 도배가 되겠구만…”이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이야기를 들려준 이 인사는 김무성 대표의 개헌발언과 관련해 대변인의 실수를 지적했다.

 “이번엔 대변인이 정말로 잘못한 사안이다. 나도 대변인을 지냈지만, 수행하며 언론과의 관계를 조율하는 것이 대변인의 최대 임무다. 질문이 들어와도 끊을 것은 끊고, 도울 것은 도와야 했는데 이건 방치나 다름없다.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는지 알 수 없다.”

그러면서 이 인사는 다음과 같은 말을 들려줬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보팀은 비대위원장 시절에도 언론과의 관계가 좋기로 유명했다. 딱히 친밀하지도, 그렇다고 대립각을 세우지도 않으며 철저히 정치인을 보호했다. 의도와 다른 기사가 나가면 철저히 항의를 해서 바로잡았고, 질문들을 섬세하게 선별해서 받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래서 ‘박근혜 위원장’의 침묵이 오해를 부르는 일은 있을지 몰라도, 논란이 될 만한 발언이 나가는 경우는 없었다. 김무성 대표도 대권을 바라보고 있다면, 조금 더 ‘입’들에게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 아닐까."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좌우명 : 행동하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