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지 않는 노회찬-심상정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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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지 않는 노회찬-심상정 왜?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0.05.19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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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마 선언 이후 지지율 오히려 하락
막판 사표 심리 발생시 자멸 우려도
노회찬과 심상정, 우리는 그들을 아웃사이더라고 부른다. 혹자는 아웃사이더를 사회부적응자라며 조소하고, 또 누구는 그들이 꿈꾸는 유토피아를 희망한다.
 
대게 아웃사이더는 외롭다. 주류의 시선에, 냉소에 상처받은 눈으로 세상을 보기에 그들은 때때로 세상에서 고립되기도 한다. 또 종종 아웃사이더들이 꿈꾸는 이상향은 다수의 소망과 일치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을 비주류라 부른다.

‘신은 죽었다’라는 도발적인 담론을 제시했던 니체의 무신론적 실존주의 역시 당시 주류담론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이 종종 역사에 남는 이유는 단 하나. 구체제의 종말을 우리에게 알리기 때문이다.

승자독식의 대한민국에 구체제와의 종말을 고하기 위해 정치권에 뛰어든 노회찬-심상정.   토마스 모어는 고작 하루 노동시간을 여섯 시간으로 줄여 놓고 그 섬을 존재하지 않는 섬, 유토피아라고 불렀다.

노회찬과 심상정도 평등·평화·생태·연대라는 유토피아를 이루기 위해 6·2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5% 남짓한 그들의 지지율은 요지부동이다. ‘저평가·우량주’로 평가받는 노회찬-심상정은 한계점에 다다른 것일까.
 
진보신당의 쌍두마차 노회찬-심상정 후보가 고난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각각 서울과 경기도를 대표해 나온 두 후보는 각자의 인지도를 바탕으로 오는 6·2 지방선거에서 진보신당의 대중적 인지도 상승은 물론, 경우에 따라 당선도 점쳤던 초반의 기세는 완전히 꺾였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노-심이 아쉽게 낙선하자 절치부심하던 진보신당은 또 다시 간판스타인 둘을 지방선거에, 그것도 대권의 징검다리라고 불리는 수도권 지방선거에 전면 배치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하지만 노-심은 언론의 변변한 주목도 받지 못한 채, 그야말로 악전고투하고 있다. 특히 핵심 고정지지층을 가지고 있는 노 후보의 지지율 하락은 다소 의외라는 게 정가의 반응이다.

노 후보는 출마선언 전인 지난해 6월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서 15.6%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어 7월 모노리서치 조사에서는 9.9%, 8월 정치컨설팅 회사인 ‘초아’ 조사에서도 13.5%를 기록하는 등 견고한 지지층을 형성하는 듯 했다.

당시 진보신당 측은 ‘삼성 X-파일 항소심 무죄’ 이후 20%의 지지율을 돌파, TV토론 등 본격적인 선거 운동이 시작되면 당선권 근접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게 중론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29일 일찌감치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노 후보의 지지율은 예상과는 달리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노 후보는 지난 2월 세계일보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3%를 기록했고, 4월 리서치뷰 여론조사에서는 7.9%, 지난 10일 한겨레 여론조사에선 2.6%에 그쳤다.

충격적인 것은 지난 11일 CBS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서울시장 후보 지지도 조사 결과,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는 54.6%, 한명숙 후보가 34.3%, 지상욱 자유선진당 후보 1.7%, 이상규 민주노동당 후보 1.5%를 기록한 반면, 노 후보는 1.2%에 그치며 최하위를 기록한 것.

심상정 경기도지사 후보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 4월 18일 국민일보가 여론조사 기관 GH코리아에 의뢰한 경기지사 지지율을 보면 심 후보의 지지율은 2.5%에 그쳤다. 1위는 39.9%를 차지한 김문수 한나라당 후보, 유시민 국민참여당 후보가 12.3%를 기록하며 2위, 김진표 민주당 후보와 안동섭 민주노동당 후보는 각각 7.8%와 3.7%를 기록했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방송과 경인일보, OBS가 KM조사연구소에 의뢰해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도 심 후보는 2.8%에 그쳤다.
 
민주대연합론, 민노당까지 가세
 
한때 15%대까지 지지율을 형성했던 노 후보의 기세가 급격히 떨어진 가장 큰 이유는 민주대연합론이라는 반MB 단일화 프레임 때문이란 분석이다.
▲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서울시장 등록을 마친 진보신당 노회찬 후보(왼쪽)와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     © 뉴시스


이로 인해 6월 지방선거가 진보신당을 제외한 야4당과 한나라당의 1대1 구도로 고착되자 노-심은 어떤 힘도 못 쓰고 있다는 것.

선거 때마다 반복돼온 민주개혁세력의 연합은 그간 진보진영의 희생을 강조해왔다. 왜 민주대연합론은 진보진영에게 패착의 결과로 귀결될 수밖에 없었을까.

처음부터 진보신당에게 민주대연합론은 딜레마였다. 민주대연합론에 참여할 경우 자신들이 줄곧 비판했던 신자유주의자들과 손을 잡는다는 정체성에, 그리고 한나라당이 승리할 경우 ‘진보신당 때문에 졌다’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

그런 상황에서 친노 아이콘 유시민 국민참여당 경기지사 후보가 ‘야권단일화는 유권자의 지상명령’이라며 단일화 논의에 불을 지폈고, 이어 5개의 시민사회단체와 4개의 야당이 참여한 ‘5+4 선거연대’가 만들어졌다.

이후 ‘5+4 선거연대’는 진보신당에게 자신의 역량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당위성만을 강변하고 있다며 압박하기 시작했다.

보다 못한 노 후보는 “현재의 반 MB연대는 ‘대안연대’가 아닌, ‘반대연대’에 머물고 있다”며 ‘민들레 연대’를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무현 정부는 87년 이래 가장 ‘좋은’ 정부인 점도 있지만 87년 이래 가장 ‘나쁜’ 정부를 탄생시킨 정치적 배경이 됐다”며 “이로 인해 정치적 민주주의는 발전한 반면,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는 후퇴될 수밖에 없었다”고 독설했다.

노 후보의 이 같은 발언은 결국 신자유주의를 통해 사회양극화를 주도시킨 민주개혁세력과의 차별화를 꾀하면서 경제적 민주주의를 이뤄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손호철 서강대 교수는 진보신당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민주대연합은 사실상 사망선고가 내려졌다”며 “민주당이 지금처럼 민주당 중심의 반MB 대동단결만을 외치다간 자멸하고 말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노 후보가 제안한 민들레 연대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나 야 4당의 반응은 싸늘하다.

한마디로 ‘노회찬 후보는 단일화 생각이 없다’는 비판이 그것이다.

최재성 민주당 의원은 “서울시장 선거 완주라는 소탐 때문에 대실의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며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다.

이어 “지금 시민사회와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지역 당원들까지 ‘범개혁세력 반MB연대’를 향해 노력하고 있는데, 유독 노회찬 대표만이 ‘반MB 대안연대’를 주장하면서 분열과 선명성의 정치를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유시민 후보도 지난해 11월 23일 ‘2010 연대’가 마련한 ‘풀뿌리 민주주의 희망찾기 좌담회’에서 “다르니 연대하자는 것인데 칸막이를 쳐서 진보만 연대하자는 것은 연대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라며 “‘민주대연합이냐, 진보연합이냐’하는 것은 관념적 논쟁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더욱 진보신당을 고민스럽게 하는 것은 한때 같은 정당이었던 민주노동당의 태도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틈 속에서 존재감 확보에 비상이 걸린 민주노동당은 일찌감치 반MB 연대에 찬성, 다분히 적극적인 태도로 임했다. 진보신당의 마이웨이 전략과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것.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지방선거에서 왜 진보 정당끼리만 연합해야 하나.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국민의 요구는 범야권이 모두 뭉쳐 반MB 연대를 통한 정권 심판에 있다”고 말했다.

결국 진보신당은 지난 3월 16일 야권연대 테이블 ‘5+4 선거연대’에서 탈퇴를 선언했다. 급기야 이후 연합의 대상이었던 이상규 민주노동당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한 후보와의 단일화에 나서 진보연합이 설 자리가 없어진 상태다.

이상규 후보는 지난 5월 4일 한 후보에게 서울시장 야권후보단일화를 위한 원탁회의를 전격 제안, 결국 후보 등록 마감일인 14일까지 단일화 협상을 벌이기로 했다.

유시민-김진표 단일화 논의에 묻힌 심상정 후보 사정도 만만치 않다.

민주당 김진표, 국민참여당 유시민 경기도지사 후보가 지난 3일 후보단일화 방식에 합의하자, 심 후보는 같은 날 민주노동당에게 진보후보 간 단일화를 전격 제안했다.

하지만 여기도 문제는 민주노동당의 태도. 안동섭 후보 측은 진보진영의 단일화로는 민주노동당 후보의 의미 있는 득표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반MB 연대를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아직까지는 진보대연합보다는 반MB연대가 국민적 요구라는 입장을 고수,  심 후보를 더욱 고립시키고 있다.

결국 진보신당은 범야권의 단일후보협상에서 진보의 선명성을 강조할 만한 선거 전략의 부재를 노출, 스스로 민주대연합 프레임에 갇혀버린 결과를 초래했다.
 
노·심 TV토론 배제, 첩첩산중
 
이런 상황에서 진보신당이 믿는 것은 단 하나다. 그것은 TV 토론.

사실 노회찬-심상정 후보는 정치인들 중 손에 꼽히는 대표적인 논객이다. 노 후보의 달변과 유머, 그리고 심 후보가 가지고 있는 정책의 깊이 등이 어우러져 그간 진보가 지니고 있던 고리타분한 이미지 등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진보신당으로선 야당의 선거 프레임이 ‘반MB 단일화’에 집중, 이번 지방선거가 이명박 대 노무현 구도로 흘러가고 있는 점 등 때문에 당의 존재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노-심 투톱의 활약이 무엇보다 필요했다.

하지만 문제는 TV 토론에 나갈 수 없다는 것.

급기야 지난 12일 노회찬, 심상정, 김상하 등 진보신당 수도권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공중파 TV토론에서 사실상 배제되자 방송사 TV 선거 토론의 공정성을 문제 삼고 나섰다.

이들의 주장은 방송사의 자의적 기준으로 정당한 토론권이 박탈당하고 유권자 역시 알권리를 차단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가능한 많은 후보가 토론에 참여토록 해 알권리를 보장하는 정책선거를 요구하고 있다.

노 후보는 “정치인 가운데 KBS 심야토론 최다출연한 사람인데 서울시장 선거 TV토론에는 초대받지 못했다”며 “내가 대체로 여론조사 3위인데 1·2·4·5위를 초청하고 3위만 빼놓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항변했다.

▲ 지난 10일 경기 수원 경기도중소기업지원센터에서 열린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매니페스토 정책선거 실천 협약식에 참석한 경기지사 후보들. 좌로부터 심상정, 김진표, 김문수, 유시민, 안동섭 후보.     © 뉴시스
심 후보 역시 “우리 광역단체장 후보들은 방송사의 자의적인 기준 때문에 정당한 토론권을 박탈당하고 유권자 역시 알 권리를 차단당하고 있다”면서 “가급적 많은 후보들을 토론에 참여토록 해 시민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알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정책선거의 기본”이라고 주장했다.

또 하나 진보신당의 고민은 이른바 사표(死票) 심리. 이는 지지후보가 아닌 당선이 유력한 후보에게 투표하는 유권자들의 표심을 지칭하는데, 선거 때마다 사표 심리를 이용한 선거 운동 방식은 항상 있었다.

지난 2002년 대선 당시에도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의 표 상당부분이 막판 노무현 후보에게 쏠렸고, 2년 후 총선에서 당시 유시민 열린우리당 의원은 “민주노동당에게 던지는 표는 권영길 후보의 경남 창원을 등 2곳을 빼고 모두 사표”라며 “지역구에서 민주노동당 후보를 찍으면 한나라당 후보를 돕는 것”이라며 사표 심리를 선거에 이용했다.

이에 대표적 진보논객인 진중권 교수는 “유시민씨가 쇼를 해도 빠져나갈 표가 별로 없을 것”이라며 “총선을 맞아 사표 심리를 부추겨 앵벌이나 하는 게 바로 열린우리당의 꼬라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사표 심리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실제 한 여론조사 기관이 실시한 서울시민 여론조사에서도, 진보신당을 지지한다고 답한 응답자의 36.3%만이 노 후보를 지지한 반면, 42%는 민주당 한명숙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알려져 이 같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결국 민주당 등 야당들이 이번 선거에서도 사표 심리를 이용, 유권자들의 표심을 파고든다면 사실상 진보신당은 자멸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이런 사표 심리 때문에 막판 범야권 후보단일화가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막판까지 노·심의 지지의 지지율이 5%내외에 머물고 한명숙 후보 등이 한나라당 후보들과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일 경우, 막판 단일화 압력에 승복할 수밖에 없다는 것.

특히 오는 5월23일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년이기에 이 시점을 기점으로 야당과 시민사회단체 등이 진보신당을 강하게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노회찬-심상정 후보가 이들의 요구를 외면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노회찬-심상정 후보가 마지막으로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은 정책 홍보다. 이미 노 후보는 8시간 노동에 8시간 휴식, 8시간 수면 보장을 골자로 하는 ‘8+8+8’ 공약, 한강 생태 복원 공약 등을 제시하며 타 후보들과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심 후보도 지난 6일 경기도지사 출마 후보론 처음으로 메니페스토 형식의 10대 공약을 담은 ‘심상정의 경기도 설계도’를 발표했다. 여기엔 무상교육·공공보육·20만호 주택건설·도민은행 설립 등에 관한 공약의 이행 방법, 이행 기간, 재원 조달 방안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

하지만 지금같이 언론이 두 후보를 외면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힘 한번 쓰지 못하고 묻힐 공산이 크다.

노회찬과 심상정의 선거출마로 진보신당의 운명의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노-심은 반한나라당의 깃발아래 모이는 단순한 정치공학을 넘어 진정한 평등·생태 등이 갖는 진보의 재구성을 이룰 수 있을까.
 
이를 통해 그간의 계급 정당에서 탈피, 소통하는 대중적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6·2 지방선거에서 외로운 기러기 신세인 노회찬-심상정의 행보에 정치권의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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