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 배우려고 고액 실습비 냈나?"…약대 실무·실습,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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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 배우려고 고액 실습비 냈나?"…약대 실무·실습, '논란'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4.11.10 17: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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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근홍 기자)
한국의 약학대학은 최근 6년제로 학제를 개편해 2011년도 신입생부터 교육과정에 '실무실습' 프로그램이 도입됐다. 이에 따라 올해 초에 약대 재학생을 상대로 처음으로 실무실습 과정이 진행됐으며, 올해 말부터 내년 초까지 그 다음 기수 학생을 대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그런데 '학교에 비싼 실습비까지 냈는데 정작 배운 게 많지 않다'는 지적이 지난번 실무실습 과정에 참여한 일부 약대생들로부터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약대 실무실습 과정은 학교별로 차이가 있으나 대체로 기초약무 실습, 의료기관, 지역약국, 제약산업, 약무행정 등으로 나뉘는 필수실무실습 과정이 있고, 이후 임상실무 부분이나 연구 부분 중 학생이 관심 있는 분야를 스스로 선택해 참여하는 심화실무실습 과정이 있다.

한국약학교육협의회 실무실습위원회 ⓒ 한국약학교육협의회 인터넷 홈페이지 캡처

고액의 실습비, 학생들에게 부담

실무실습 과정을 이수하기 위해서 학생은 실무실습비를 등록금과 함께 학교에 내야 하는데 학생 입장에서는 만만한 일이 아니다. 등록금과 별도로 실습비를 요구하는 약대도 더러 있기 때문.

실습비는 학교마다 천차만별이었다. 많게는 400여만 원에서 적게는 100여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수도권의 한 사립약학대는 등록금과 별도로 200만 원 가량의 실습비 통지서를 학생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들이 낸 실습비는 학생들이 실무실습을 나가는 의료기관, 병원약국, 지역약국 등에 교육비 명목으로 지출된다. 하지만 이에 대한 명확한 집행내용을 공개하는 약대는 없었다. 심지어 실무실습비의 규모 자체를 숨기는 곳도 많았다.

10일 <시사오늘>과 통화한 수도권 지역 약대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학교 입장에서는 '눈먼 돈'이나 다름없잖나"며 "학교가 등록금과 별도로 고액의 실습비를 요구해 이에 대해서 법적인 조치를 취하려고도 해봤지만, 나서는 학생이 많지 않아 포기했다"고 말했다.

약국 ⓒ 뉴시스

"약국에서 청소하는 거 배우려고 비싼 실습비 냈는지, 회의감 들어"

더 심각한 문제는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비싼 실습비를 내고 참여할 수밖에 없는 실무실습 과정을 일부 약대에서 엉터리로 진행함에 따라 학생들에게 2차 피해를 입히고 있는 것.

실습 의료 기관과 학생을 지도할 인력이 부족해 학생을 교육할 자격이 없는 기관이나 약사에게 교육을 받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체계화된 교육프로그램이나 교재 등이 제대로 구비 되지 않은 곳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역약국 실무실습 과정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약국 실무실습은 학생이 환자를 직접 대하며 실습을 할 수 있어 본 교육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 것.
 
지난 9일 본지와 만난 지방 사립약대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약국은 약대생이 실무실습에 나가는 시즌이 되면 아르바이트부터 자르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약국 잡무를 실무실습에 나온 학생에게 시키기 때문"이라며 "내가 약국에서 청소하는 거 배우려고 비싼 실습비를 낸 것인지 회의감이 들었다. 이런 일은 오히려 내가 돈 받고 해야 되는 거 아닌가"하고 말했다.

그는 "병원 실무실습도 약국보다는 좀 낫지만 마찬가지다. 병원에서는 우리를 짐짝으로 여기는 것 같았다. 투약이나 복약상담업무와 같이 실질적으로 중요한 실무에 대해서는 배울 기회가 많지 않았다"며 "처음에는 의욕이 넘쳤는데 실무실습 과정이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낙심했다. 좀 더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실무를 익히고 싶었다"고 하소연했다.

그렇다고 학생 입장에서는 해당 의료기관이나 약국에 직접적으로 불만을 제기하기 어렵다. 실무실습에 대한 평가가 그들에 의해 이뤄지기 때문.

학계, "'프리셉터 전문성 부족', '실습 기관 부족', '실습비 기준 마련' 해결 해야"

이에 대해 지난달 23일 열린 대한약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는 올 초에 진행된 실무실습 과정과 관련, '실무실습에 대한 약대생과 실무자들의 설문조사'가 발표됐다.

이 자리에서 병원 부분의 조사 결과 발표를 맡은 이병구 이화약대 교수는 "실습 의료기관이 부족하고 실습 기회도 부족했다. 프리셉터(Preceptor, 병원·약국 등에서 약대생을 지도하는 약사, 의사)의 전문성이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약국 부분 발표를 담당한 송연화 경희약대 교수는 "실습 약국이 모자라 무자격자에게 학생이 교육을 받는 등 윤리성이 부족한 약국이 포착되기도 했다"며 "약국 참여를 높이기 위해 대한약사회와 연계해 연수교육의 일환으로 포함시키는 방법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공개된 설문조사 자료에 따르면 '약국마다 다른 교육환경의 편차', '공정하지 않은 실무실습 과정 평가' 등이 문제점으로 꼽혔다.

제약회사 실무실습에 대해서 발표한 박영준 아주약대 교수는 "제약사는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은데, 실습비 책정 기준이 없어 제약사들이 나서기를 꺼리고 있다"며 "제약협회와 한국약학교육협의회 간의 협력을 통한 실습비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내세웠다.

한국약학교육협의회 로고 ⓒ 한국약학교육협의회 인터넷 홈페이지 캡처

약교협, 지난달 각종 비리 사건에 연루돼 '물의'

약대의 실무실습 과정을 총 관리·감독하는 기관은 '한국약학교육협의회(위원장 이범진, 약교협)'다. 이처럼 실무실습 과정에 대해서 현장과 학생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데, 정작 약교협은 지난달 각종 비리 사건에 연루돼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태년·윤관석 의원이 지난달 8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약교협의 김대경 전 이사장과 임원진들이 업무추진비 명목으로 골프장과 유흥주점 등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해 약 5500여만 원을 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김 전 이사장은 백화점 상품권, 가구, TV, 카메라 등에 6000만 원을 사용했고, 이중 TV와 카메라는 개인적으로 보관하다 적발됐다. 자택 주변 식당에서도 200여 차례 법인카드를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전 이사장은 지난 4월 교육부에 의해 업무상 횡령과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으나, 검찰은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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