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환의 최후진술(36)>˝유성환 의원이 온건보수 야당에서 나왔다는 것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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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환의 최후진술(36)>˝유성환 의원이 온건보수 야당에서 나왔다는 것이 흥미롭다˝
  • 유성환 자유기고가
  • 승인 2014.11.12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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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유성환 자유기고가)

냉전구조를 맹타

냉전구조를 맹타한 진솔한 정치인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에서 한왕상 교수

정치는 원래 정치(正治)를 뜻한다. 정치는 올바르게 다스린다는 뜻이다. 그러기에 참다운 정치는 정의를 굳게 세워 백성들이 억울하게 빼앗기거나 억눌리거나 차별당하지 않도록 이끌어나가는 행동이다. 이러한 뜻에서 정치는 결코 도덕과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가장 도덕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이 될 수 있고 또 그렇게 되어야 한다. 도덕의 행심은 사람으로 하여금 사람답게 살 수 있게 하는데 있다. 그러기에 인권이 도덕의 본질이라 하겠다.

▲ 민추협공동의장으로부터 민주화 공로상을 받는 저자 (1987)

인권문제에 관심 없는 사람이 정치인이 되는 사회는 뿌리로부터 잘못된 사회임에 틀림없다. 인권문제를 정치의 핵심과제로 보고 행동하는 정치인이야말로 참된 정치인이라 하겠다. 오늘 이 땅에 원칙 없는 정치인들, 몰도덕한 정치인들은 많지만 진솔한 정치인은 참으로 드물다. 그렇다면 인권을 저해하거나 말살하는 가장 큰 요인이 우리 사회에서는 무엇일까. 한 마디로 말한다면 지난 40년간 이 땅의 정치풍속 속에 깊이 뿌리 내린 냉전문화, 냉전구조, 냉전의식(cold war mentality)이라 하겠다. 냉전구조는 조국분단을 합리화시킬 뿐만 아니라 반공을 앞세워 각종 정치적 탄압을 합리화시켜준다. 이 땅에 뿌리깊이 내린 정치적, 법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비민주성의 한 근거가 바로 이 냉전식 사고방식임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정치적 탄압을 위시하여 경제적 수탈과 사회문화적 차별이 냉전문화에 의해 더욱 쉽게 번지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이 땅에 민주화를 착실하게 실현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은 무엇보다도 먼저 냉전문화의 청산을 위해 힘쓰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정치적 민주화를 이룩하기 위하여 부름을 받은 정치인이라면 마땅히 앞장서서 이 억압과 차별의 근거와 기준이 되어버린 문화의 종식을 위해 몸을 던져야 한다.

우리의 비극은 정치지도자들이 냉전구조를 강화시켜준 데 있다. 이것 때문에 지난 40여 년간 한국 민주주의는 줄곧 후퇴해 왔다. 경제성장은 눈부신 반면 정치발전은 눈꼴사나운 꼴이 되고 말았다. 경제성장도 따지고 보면 정의로운 분배로 이어지지 못한 터에 설상가상으로 정치적 민주화는 후퇴하고 말았으니 바로 이것이 우리의 수치가 아닐 수 없다. 바로 여기에 우리의 후진성이 있다. 한국정치가 현대 ‘엑셀’ 차의 수준에 이르지 못한다는 조롱을 세계로부터 듣게 된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데 이 같은 삭막한 정치풍토에서 우리는 한줄기 희망의 빛을 본 것이다. 온갖 권위주의 정치풍토 한가운데에서 참다운 미주화의 거침돌이 되어온 냉정구도를 맹타한 정치인(政治人)이 혜성처럼 나타난 것이다. 그가 바로 유성환 의원이다. 그는 오늘 한국정치에 있어 문제의 뿌리와 핵을 꿰뚫어보고 이 핵심적 모순을 파헤치고 그것의 극복을 위해 몸을 던진 참된 정치인이라 하겠다. 그러기에 그의 정치적 판단력, 용기 그리고 헌신은 한 시대를 앞질러가는 선구자적 성격을 띠고 있다 하겠다.

유성환 의원이 온건보수 야당에서 나왔다는 것이 또한 흥미롭다. 그가 재야에서 나오지 않고 주류 야당에서 나왔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 보수 야당의 앞날이 밝다는 뜻이 된다. 물론 유성환 의원 같은 정치인이 야당 안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고 새로운 정치기풍을 떨치면서 지도력을 확보할 수 있을 때 야당의 앞날이 밝다는 뜻이다. 게다가 유 의원이 지난 4반세기 동안 이 땅의 정치를 줄곧 주름잡아온 경북 대구에서 나온 정치인이란 사실 또한 뜻이 깊다. 오늘의 한국 정치의 비민주성이 지역적으로 볼 때 그의 출신 지역에서 나온 정치인들에 의해 강화되어 왔다는 엄연한 역사적 사실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바로 그와 같은 지역에서 새싹이 돋아난다는 것은 야당의 앞날 뿐만 아니라 한국 정치의 앞날 또한 밝다는 것을 예고해 준다.

그는 민주화를 열망하는 모든 국민들을 대신하고 대변하면서 고난을 겪었던 정치인이다. 그만큼 그의 고난은 정치적 의미 뿐만 아니라 종교적인 성격을 지닌 값진 고난이었다. 그러기에 그는 대구사람들과 야당사람들만의 희망이 아니다. 민주화와 조국통일은 모든 국민들의 희망이기도 하다. 이 책이 한낱 정치인의 자기 선전을 위한 PR물이 아님을 독자들은 인식해 주길 바란다. 오히려 어두운 분단시대를 근본적으로 종식시키려고 애태우며 몸부림치는 우리시대 한 정치인의 양심적 고백으로 받아들여주기 바란다. 아무쪼록 우리 모두가 고대해 온 민주화의 문이 활짝 열리면서 조국통일의 문도 함께 시원하게 열릴 수 있기를 바란다.

유 의원께서 꽉 닫힌 이 문을 국민을 대표해서 활짝 열어 주기를 바랄 뿐이다.

(1988. 3. 3)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좌우명 :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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