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순옥, "박근혜 정부, '사자방 비리' 외면하면 MB와 공범"
전순옥, "박근혜 정부, '사자방 비리' 외면하면 MB와 공범"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4.11.13 1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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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순옥 국회의원 "무상보육·무상급식은 저출산 문제의 해결책…박근혜, 미래를 못 봐""교육·의료·주택 사회복지안전망 구축해야 비정규직 문제 해결 가능""故 전태일 열사 44주기, 오빠는 나와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을 것"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근홍 기자)

'갈라진 세상 하나로 연결하고 싶은 시다의 꿈/찬바람 부는 공단거리 휘청이며 내달리는 시다의 몸짓/파리한 이마 위로 새벽별 빛난다.' 

2004년, 박노해 시인의 시집 <노동의 새벽> 출간 20주년 기념 헌정앨범에  수록된 '시다의 꿈'  중 일부다. 지난달 세상을 떠난 故 신해철 씨가 편곡했고, 故 전태일 열사의 누이동생 새정치민주연합 전순옥 국회의원이 노래했다.

잔잔하게, 하지만 치열하게 돌아가는 미싱기 소리에 위에 덧입혀진 전 의원의 목소리에는 가난한 시다의 애달프고 고달픈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시다란 '아래 하(下)'의 일본어 발음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봉제 공장에서 실밥을 뜯거나, 재봉질을 거드는 직책을 뜻한다).

서울 청계천 평화시장의 재봉사였던 오빠의 뒤를 이어 20살 청춘까지 창신동 봉제 공장에서 '시다'로 일하던 전 의원은 40여년이 흐른 현재, 여의도 국회의사당으로 출근하는 '세상을 하나로 연결하고 싶은 시다'가 됐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세상에 외치며 뜨거운 불길에 온몸을 던진 전태일 열사의 44주기 추도식이 이틀 뒤 열리기 때문이었을까, 11월 11일 국회 의원회관 839호 전순옥 의원실은 몹시 분주해 보였다. 빡빡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전 의원은 밝게 웃으며 반겨줬다.

새정치민주연합 전순옥 국회의원 ⓒ 시사오늘

"김문수, 굉장히 청렴하고 깔끔한 사람…손학규, 정계로 다시 돌아와야 해"

-바쁜 와중에 인터뷰에 응해줘 고맙다.

"(웃으며)그렇게 바쁘지 않다. 전태일재단 관계자들을 비롯해 다른 분들이 나보다 더 힘들게 이런저런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어떤 행사들이 예정돼 있는가.

"일단 지난 11월 9일에 혜화동 마로니에 공원에서 민주노총이 주최하는 '전태일 44주기 전국노동자대회'가 있어 다녀왔다. 사람들이 아주 많이 모인 자리였다. 그날 전태일노동상도 시상했는데 전국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에 이번에 상을 줬다. 13일에는 모란공원에서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44주기 추도식'이 있다. 15일에는 전태일문학상과 전태일청소년문학상 시상식이 있을 예정이고, 모든 행사를 이번 한 주간에 걸쳐서 다 한다."

-전태일 하면 생각나는 정치인이 두 명 있다. 여당엔 김문수, 야당엔 손학규다.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나.

"두 분하고 모두 친하다. 개인적으로 친하지 않을 수 없다."

-두 분은 어떤 사람인가.

"김문수 위원장 같은 경우 굉장히 청렴하고 깔끔한 사람이다. 그래서 새누리당에서도 혁신위원장을 맡겼을 것이다. 가끔 돌발 발언, 예전 '도지산데'와 같은 그런 발언들이 있어서 이미지가 썩 좋은 것 같진 않다. 그래도 새누리당에서 나와 굉장히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 중 하나다.

손학규 대표 같은 경우엔 내가 1970년대부터 알던 분이다. 오랫동안 알아왔다. 그래서 잘 안다. 아주 훌륭한 분이다. 대중적인 지지를 받는데 한계를 보여서 대권 문턱에서 물러섰지만, 모든 면을 고루 갖춘 정치인이다. 그런 정치인은 탄생하기 쉽지 않다."

-손 전 대표의 정계 복귀를 희망하는 정치인들이 많다고 들었다.

"나도 손 대표 정계에 다시 돌아왔으면 좋겠다. 손 대표 같은 지도자가 만들어지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게 준비된 정치인은 꼭 나라를 위해서 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그가 정계를 떠나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것은 '낭비'다. 국민들도 돌아오길 희망하고 있을 것이다. 겨울 지나고 봄에 다시 뵀으면 좋겠다."

-故 전태일 열사의 누이동생이 정치권에 입문한 까닭이 궁금하다.

"1989년에 영국으로 유학 갔다가 완전 귀국한 게 2001년이다. 이후 창신동에만 틀어박혀있었다. 그곳에서 창신동 일대 봉제 공장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복지 향상을 위해 '참여성노동복지터(참터)'를 설립했다. 참터에서 참 많은 활동을 했다. 패션봉제기술학교 '수다공방'을 만들었고, 봉제 공장에서 일하는 엄마를 둔 아이들을 위해 '참 신나는 학교'라는 공부방을 열기도 했다. 참터 활동을 토대로 사회적 기업 '참 신나는 옷'도 운영했다. 그렇게 10여년을 창신동에서 지내오던 중,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현 새정치민주연합)으로부터 동시에 비례대표 제안을 받았다. 처음에는 거절하려고 했는데 함께 일하던 한 여성노동자가 이런 말을 하더라. '10년 가까이 우리와 같이 많은 일을 했는데 법이 없어서 안 되고, 법이 있어서 안 됐던 한계를 많이 느끼지 않았느냐. 가서 의원이 되면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오게 됐다."

-1989년이면 우리나라에서 한창 노동운동이 활발해질 무렵이다. 그 시기에 영국 유학을 결심한 계기는 무엇인가.

"1980년대 후반 들어 노동자 대투쟁이 일어나면서 우리나라에 노동조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근데 이렇게 노조가 생기고 민주노동운동이 시작되고 하니까 공장들이 다 문 닫고 해외로 떠나더라. 그 무렵 일본과 독일 노동자들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어 만났는데, 우리가 당시 겪고 있던 상황과 똑같은 이야기를 하더라. 어느 나라든 노동자들이 자본에 의해 착취를 당하고 있었다. 이윤과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면 언제든지 자본가는 노동자를 버리고 더 싼 노동력을 찾아 떠나는 현실, 그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세계 각국의 노동자들과 국제적으로 연대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들과의 소통을 위해 언어문제를 해결하려고 유학을 결심하게 됐다."

-어머니 故 이소선 여사가 반대하지 않았나.

"어머니뿐만 아니라 함께 운동하던 선후배들도 다 반대했다. '혁명이 도래하고 있는 시기에, 어머니도 거리에서 투쟁하고 있는데 영국에 간다는 게 말이 되냐'고 했다. 나는 혁명이 이뤄진다면 그 이후에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고 봤다. 그래서 그걸 우리보다 앞서 직·간접적으로 겪은 영국행을 선택한 것이다."

 "담백하고 솔직한 YS, 동네주민들 이름 하나하나 불러가며 인사해"

새정치민주연합 전순옥 국회의원 ⓒ 시사오늘

-후에 영국 워릭대학에서 논문을 집필하면서 김영삼 전 대통령을 인터뷰했다고 들었다.

"1979년 YH사건에 대해 알고 싶어 만난 적이 있다. YH무역회사(사장 장용호)는 가발과 옷을 생산하는 삼천 명 규모의 공장이었다. 그런데 장 사장이 자꾸 미국으로 돈을 빼돌리고 경영난에 빠져 구조조정을 하려 들자, 회사를 지키기 위해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어 파업하고 투쟁했다. 회사가 요구에 응하지 않자 노동자들은 사회적 파급효과를 노려 신민당 당사에서 농성하고 싶어 했다. 그래서 故 이문영 고려대 교수가 당시 신민당 총재였던 YS을 찾아 허락을 구했더니 YS가 아주 흔쾌히 들어가라고, 노동자들에게 문을 열어주라고 했다. YS는 '내 허락 없이는 절대로 여러분을 당사에서 끌어내지 못한다'며 신민당사에 들어온 230여명의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직접 현장을 지켰다. 그러자 패닉에 빠진 박정희 대통령이 김재규 중앙정보부장를 시켜서 경찰을 동원해 이들을 끌어냈다. 그 과정에서 김경숙이라는 19살 미싱사가 추락해 목숨을 잃기도 했다. YS도 붙들려나갔고, 후에 국회에서 제명당했다. YH사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어 그를 찾아 인터뷰했다."

-직접 만난 YS는 어떤 사람이었나.

"참 담백하고 솔직한 정치인이었다. 제1야당의 총재가 국회에서 제명당했다는 게 참 말이 안 되는 일 아닌가. 그런 걸 감수하면서도 노동자들을 대변하고 살리려고 노력한 정치인이니 참 대단한 분이다. 인터뷰 갔을 때도 아주 흔쾌하게 인터뷰해줬고, 끝나고 상도동에서 나오려는데 골목까지 나와서 배웅 해줬다. 그런데 YS가 동네주민들 이름까지 불러가며 인사하더라. 목욕탕 갔다 오는 아주머니, 장바구니 든 아주머니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인사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동네 아저씨 같았다."

-얼마 전 YS가 건강 문제로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는데.

"건강이 안 좋다고 들었지만, 멀쩡하게 퇴원하지 않았는가. 김영삼 전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정반대인 것 같다. DJ는 시간 있으면 책을 읽었다는데, YS는 '지식은 돈으로 사면 되지만 건강은 돈으로 살 수 없다'며 시간 날 때마다 운동을 했다더라. 그래서 아직도 정정한 것 같다."

"무상보육·무상급식은 저출산 문제의 해결책…박근혜, 미래를 못 봐"

▲ 새정치민주연합 전순옥 국회의원 ⓒ 시사오늘

-지난 6월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해외순방을 같이 해 화제가 됐다. 그와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가.

"독대를 한 건 30분가량이다. 둘이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하니까 사람들을 다 물러내더라. 그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내 생각을 두 가지 정도 전했다. 우선 창조경제가 성공하려면 옛날처럼 혼자 드라이브를 걸어서는 안 되고 같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노사 갈등만 있고 노사 관계가 없다. 노사가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노사가 화합을 이루게 할 수 있는 사람은 대통령밖에 없다. 노조대표자들을 청와대로 불러 노·사·정 끝장토론을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그리고 국내 제조기술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우리 기술자들은 산업화를 겪으면서 농축된 기술력과 노하우를 갖고 있는 굉장히 뛰어난 인재들이다. 정책적으로 이들을 이용해 경쟁력 있는 제조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그러자 박 대통령이 두 가지 모두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다."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는 어떤 인상을 받았나.

"가까이서 보니 '그냥 그 나이에 맞는 평범한 여성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릎까지 치며 소리 내 웃는 것도 봤다. 다만 박 대통령이 앞으로 좀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렸을 때부터 청와대에서 자라 제한된 사람만 만나왔고, 부모님도 다 세상을 떠나서 굉장히 고립된 삶을 살 수밖에 없었잖느냐. 국회의원 시절에도 바로 옆에 있는 의원들과도 잘 만나지 않았고, 마땅히 내놓은 법안도 없고, 그 분 의원실 방문도 항상 닫혀있었다고 들었다."

-요즘 그 분이 무상보육·무상급식과 관련해서 난처한 상황에 봉착했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이 "무상급식은 대통령 공약이 아니다"라고 말해 이에 대한 논란이 더 커지고 있는데.

"꼭 그걸 공약이 아니라고 해야 할 필요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공약이든 아니든 국가가 할 수 있다면 해야 하는 게 아닌가. 불필요하게 왜 공약이 아니라는 말을 꺼낸 건지 의문이다."

-무상보육·무상급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이념 문제를 떠나서, 우리나라는 지금 저출산 문제에 빠져있다. 요즘 신혼부부들 아이를 안 낳는 게 아니라 못 낳고 있는 상황이다. 국가에서 무상보육과 무상급식을 맡아서 '아이만 낳아라. 그러면 우리가 책임지고 잘 키워주고 잘 먹이겠다' 이렇게 나서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겠는가. 최근 이슈가 되는 공무원연금개혁 문제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 지금 정부는 미래세대를 위해서 돈을 함부로 쓰면 안 된다면서 개혁을 통해 연금을 아껴야 한다고 하는데, 나는 진짜 미래세대를 위한 일은 돈을 얼마 남기고 그런 게 아니라 인구를 늘리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국고를 다 써서라도 저출산 문제를 해결해 인구를 늘려야 한다."

-'큰 아이 급식비 받으면 진보, 작은 아이 유치원비 받으면 보수'라는 말도 나온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그리고 국가가 무상보육·무상급식을 가지고 니꺼니 내꺼니 그래서는 안 된다. 아이들을 먹이고 키우는 것은 우리가 책임져야 할 일이다. 나는 박근혜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 대통령이 '여러분은 아이를 낳아라. 우리가 책임지겠다'고 한마디만 해주면 우리 사회가 확 바뀔 수 있다고 본다. 대통령 말 한마디에 공무원들이 싹 다 움직이지 않나. 대통령의 생각에 따라 우리 사회가 미래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는 것이다. 무상급식은 공약이 아니다? 이런 식으로 나오는 건 적절치 않다. 국가에 대한 책임도 모르고, 앞으로 국가의 미래를 어떻게 가져가야할지 대한 보는 눈도 없는 것이다."

 "정부여당, '사자방 비리' 외면하면 MB와 공범…초이노믹스? 다 끝난 것 아닌가"

새정치민주연합 전순옥 국회의원 ⓒ 시사오늘

-'사자방(4대강·자원외교·방산비리)' 국정조사 또한 요즘 큰 이슈다. 전 의원은 자원외교 부분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얼마 전 국정감사에서 내가 이명박 전 대통령과 최경환 경제부총리를 증인으로 신청하기도 했다. 자원외교라는 게 완전히 '게이트' 수준이다. 여기에 들어간 돈만 무려 26조 원에 달한다. 이건 공기업들이 자기들끼리 어떻게 할 액수가 아니다. MB정권이 주도적으로 개입해 말도 안 되는 일을 벌인 것이다. 해외로는 '대통령 형님' 이상득 전 의원이 나가서 수많은 로비스트를 만나 사업을 소개받았고, 국내에서는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으로 있던 최경환 부총리가 공기업들을 몰아붙였다. 최 부총리는 공기업을 시장형으로 바꿔 공기업 간에 경쟁을 시키고, 성과를 내야 한다고 떠밀었다. 위에서 해외자원이든 뭐든 투자를 하라고 지시하니까, 무리하게 경영평가 실적을 올리려 하다 보니 이렇게 된 거다. 그걸 조장한 것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최 부총리는 공기업 부채가 많은 이유가 방만 경영 때문이라며, 공기업들에게 정상화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하고 있다. 이명박, 최경환은 사자방 국정조사 증인대에 서야 한다. 그들이 장본인이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사자방 국정조사에 찬성하겠는가.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이 동의하지 않겠다고 하면 그 사람들도 공범으로 봐야하지 않겠나. 만약 반대한다면 박근혜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이 무슨 딜을 했기에 이렇게 큰 국부를 유실시켰음에도 불구하고 덮어놓고 있냐는 의혹까지 나올 것이다."

-'초이노믹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최경환 부총리는 자원외교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할 사람이다. 초이노믹스? 그거 이미 다 끝난 거 아닌가. 나는 최경환이 경제부총리 자리에 앉아서 앞으로 우리 경제를 얼마나 더 위험하게 만들지 걱정된다. 최 부총리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으로 지금 집값, 전셋값 다 올라가버렸다. 지금 집 사면 나중에 '하우스 푸어(House Poor)' 될 거고, 우리 국민들 정말 정말 힘들어 진다. 차라리 월세 주고 사는 게 더 낫다. (크게 웃으며)나도 월세 산다."

"교육·의료·주택 사회복지안전망 구축해야 비정규직 문제 해결 가능"

새정치민주연합 전순옥 국회의원 ⓒ 시사오늘

-故 전태일 열사의 누이동생에게 우리 노동 현실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다.

"주말까지 일하지 않으면 밥을 먹고 살 수 없는 현실이다. 특히 생산직에 있는 기술 노동자들은 더 어렵다. 한 노동자가 이런 얘기를 하더라. '중국에서 온 노동자들은 여기서 돈 벌어서 중국 가서 집도 사고 새 전자제품도 사는데, 왜 우리는 여전히 방 한 칸 월세방에 살고 있고 20년째 같은 전자제품을 쓸 수밖에 없는지 모르겠다'고 이주노동자들과 비교하면서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일거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자본가들이 싼 노동력을 찾아 대형생산라인을 해외로 옮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국내에 남은 일거리마저 이주노동자와 경쟁을 하고 있는 판이다. 우리 기술 노동자들이 기술력도 정말 좋고 열심히 살고 있는데, 정부의 지원이 없다. 열악한 노동 환경 속에 완전 방치돼 있다."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한데.

"나는 비정규직이 나쁘다고 보지 않는다. 문제는 '사회복지안전망'이다. 영국은 사회복지안전망이 잘 구축돼 있기 때문에 비정규직으로 일해도 교육·의료·주택 문제가 다 해결 되고, 대우도 정규직처럼 받는다. 단지 근무시간에 따라 수당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행이나 육아 등 여러 개인사를 위해 계약직이나 파트타임 근무를 스스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비정규직 임금으로는 살아갈 수가 없다. 이 부분을 사회복지안전망이 커버해줘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교육·의료·주택 중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보장해 주지 않고 있다. 그래서 우리 비정규직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사회복지안전망을 구축한다면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제대로 이뤄진다. 그럼 비정규직 문제는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다."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나?

"그렇다. 영국처럼 교육·의료·주택 문제가 보장 되는 노동 환경에서는 수요자의 필요성에 의해, 다시 말해 내가 일하고 싶은 만큼만 일을 하기 위해서 비정규직을 선택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기업 입장에서도 일자리 부담이 없다. 한 번 고용하면 절대 해고 못시키고 끝까지 먹여 살려야 한다고 하면 사람 고용하는 게 얼마나 힘이 들겠는가. 만날 대기업들 보고 일자리 만들라 만들라 했지만 이제 못 만들고 있지 않나. 정부와 기업이 함께 공적자금을 형성해서 사회복지안전망을 만들면 국민들도 유연하게 근무할 수 있어 좋고, 기업도 고용 부담이 줄어드니 좋은 일 아닌가. 이런 시스템만 구축 된다면 아이 키울 거면 키우고, 반나절만 일하고 싶으면 그렇게 하고 사회 구성원 모두가 편안하게 갈 수 있다. 내가 보기에 지금 우리 사회는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팽팽하게 부푼 풍선들이 모여 있는 것 같다. 모두가 편안할 수 있는 사회복지안전망을 만들기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해서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안다.

"요즘 베이비부머 세대가 한참 은퇴할 때다. 이들이 다 소상공인이 되는 게 아닌가. 우리나라에 소상공인이 580만 명이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는데, 정부나 새누리당에서는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고 그중 100만 명은 줄여야 한다는 말을 하더라. 나는 이미 대안을 제시했다. 소상공인도 일반 고용 노동자와 같이 고용보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하는 법안을 발의해 놓았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 소상공인이 사업 도중 사정이 생겨 문을 닫을 경우, 3개월에서 6개월까지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소상공인 사업을 부흥시켜야 한다는 발언을 자주했다.

박 시장과도 인연이 깊다. 시장이 되기 전부터 알고 지냈다. 창신동에서 '참여성노동복지터' 활동을 하고 있을 때 그가 이사로 와서 같이 일했다. 사회적 기업 '참 신나는 옷'을 설립하기 전에도 박 시장이 '이건 꼭 만들어야 한다'며 힘을 보태줬다. 그 때부터 박 시장과 소상공인에 대해 대화도 많이 나눴고 어떻게 부흥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기도 했다.

-본인이 대표발의한 '도시형소공인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내년부터 시행된다. 이건 어떤 내용인가.

"도시에 있는 제조업 공장들, 10인 미만 공장들을 지원하는 특별법으로 도시형소공인 양성 및 인력확보·경영지도·기술개발·경제적 지원 등을 주요 골자로 한 법안이다. 특히 '6대패션선도산업'을 잡고, 이들에 대한 지원에 주력할 생각이다. 6대패션선도산업은 의류·가방·수제화·안경·주얼리·전통공예품 등으로 정했다. 우리나라를 찾는 1200만 관광객들이 손쉽게 이들의 물건을 접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하고 싶다. 문래동에 밀집한 정밀기계공장들에도 신경 쓰고 있다. 우리 제조 산업이 풀뿌리 산업으로 발전하고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전태일은 나와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을 것"

ⓒ 뉴시스

-벌써 44주기다. 故 전태일 열사가 오늘날의 대한민국 노동 현실을 보고 있다면, 그의 시선은 어디를 향할 것 같은가.

"제일 어려운 곳, 벼랑의 가장 끝에 서있는 사람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곳을 보지 않을까 생각한다. 소상공인, 비정규직, 그리고 청소 노동자와 같이 사회에서 가장 열악한 일을 하는 분들, 그분들이 없다면 우리 사회가 얼마나 지저분하고 더럽겠는가. 그런데 그런 분들을 대우하지 않고 있는 사회인 것 같다. 아마 그 분들을 대변하고…(잠시 말을 멈추고),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어머니(故 이소선 여사)도 그렇고.

인터뷰를 마치며 기자는 전순옥 의원에게 '차기 총선에 나설 것이냐'고 슬쩍 물었다. 전 의원은 "왜 재선을 해야 하는가, 스스로에게 묻고 있는 중이다. 노동 현안과 낙후된 제조 산업 문제에 있어 여러 가지 해 온 일들이 완전히 이뤄지지 않았으니까,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고 대답했다.

<전태일 평전>을 보면, 전태일은 생전에 노동자를 기계의 부속품이 아니라 하나의 인격체로 대우하는 '모범업체'을 설립하는 꿈을 꿨다고 한다. 전 의원이 좀 더 시간이 필요한 까닭은 아마도 오빠가 못 다 이룬 꿈을, 기계가 아닌 인간으로 살고자 했던 전태일의 꿈을 실현하기 위함이 아닐까.

전 의원이 2001년 영국 워릭대를 졸업하며 제출한 논문의 제목은 'They are not machines'였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 및 재계를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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