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실에서 만난 정치인(46)>이인영, "위기의 야당, 정확한 진단과 처방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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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에서 만난 정치인(46)>이인영, "위기의 야당, 정확한 진단과 처방 필요해"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4.11.21 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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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사회적DNA·남북통일, 야당이 집권하면 해결할 것"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근홍 기자)

"국민이 가라는 길을 가겠습니다."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가 새정치민주연합 이인영 의원에게 직접 써서 선물한 글이다.

'한국 정치에서의 야당'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11월 18일 국민대 <북악정치포럼>을 찾은 이 의원은 최근 야당이 겪고 있는 위기가 '국민이 가라는 길'을 가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며, 이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처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새정치민주연합 이인영 의원 ⓒ 시사오늘 변상이 기자

"전략공천, '진보'라는 이름으로 '민주'를 훼손해서는 안 돼"

그는 새정치연합이 4가지 측면에서 스스로 위기를 좌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리더십의 위기- "우선 리더십의 부재다. 지난 2012년 총선·대선, 올해 있었던 지방선거와 재보궐 선거는 모두 우리가 이길 수 있었던 선거였지만 패배했다. 우리가 자만하고 방만했기 때문에 생긴 일이었다. 자꾸 지다보니 패배가 관성화됐고, 국민들은 외면했다. 자연스레 선거 승리를 위한 전략 설계에 손을 놓게 됐다. 그런 와중에 당은 친노(親盧)와 비노(非盧)로 분열됐다. 국민을 위한 정당, 수권을 위한 정당으로 가기 위한 비전을 제시할 리더가 필요한데, 야당에 인물이 없다."

야당성의 위기- "견제와 비판과 같은 야당으로서 감당해야 할 몫이 있는데, 제대로 실천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른바 야당성의 위기다. 똑부러지고 매서운 맛이 떨어졌다. 예를 들어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같은 경우, 정황증거가 명확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전혀 이를 정치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다. 선명성이 떨어지니 중도층을 끌어당기기는커녕 전통적인 지지자들마저 지지를 철회하고 관망하고 있는 상태다."

민주성의 위기- "지난 재보궐 선거에서 야당은 국민들과 당원들의 마음을 배반하는 행위를 했다. 광주에 있던 사람을 서울에 두는 등 상식선에서 벗어나는 전략공천으로 정당성과 정통성을 스스로 훼손했다. '진보'라는 이름으로 '민주'를 훼손해서는 안 될 일이다"

수권 능력의 위기- "새누리당의 보편적 복지,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 보수와 진보의 경계가 모호해졌다. 심지어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소득주도형으로 성장하겠다고 나서면서 '어젠다 역전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진보층으로서는 '야당은 지지부진한데 새누리당은 잘 나가고 있으니, 우리가 원하는 진보정책을 새누리당을 통해 실현시켜보자'하고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세대교체, '486' 운동권 세대들에게 기회 줘야"

이어 이 의원은 이와 같은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처방책을 제시했다.

세대 교체- "88올림픽 축구국가대표가 2002년 월드컵에 그대로 출전했다면 4강 신화 이룰 수 있었겠나. 새정치연합을 보면 2002년부터 2014년까지 대표 격 인물이 똑같다. 이를 '회전문 인사'라고 꼬집기도 한다. 이제는 젊은 선수들을 당 전면에 내세워 국민들의 기대를 고취시켜야 한다. 당 차원의 과감한 결단을 통해 '486' 운동권 세대들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매서운 야당- "'거리투쟁 정당'이라는 비판보다 더 큰 문제는 '무기력한 정당'이라고 낙인찍히는 것이라고 본다. 여당과 협조할 부분은 긴밀한 대화를 통해 합의함으로써 공당이 해야 할 도리는 하되 국민 세금을 낭비하는 정책,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법안 등에 대해서는 단호하고 분명하게 싸워야 한다. 야당다운 매서운 맛이 있어야 한다."

민주적 운영-  "누가 당대표가 되도, 민주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통해 공천이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만 계파도 청산될 수 있다. 공정한 룰을 세워 향우회·산악회 정당 극복해야 한다. 상향식 공천, '오픈 프라이머리' 해야 한다. 당을 폐쇄적으로 운영하다보면 신진대사가 활발해지지 않고, 정당 지지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친노동·친서민- "당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해야 한다. 나는 앞으로 야당이 '친노동·친서민'의 길을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노동이란 평범한 월급쟁이들의 문제, 비정규직·청년실업의 문제를 말한다. 그들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정책을 준비하는, 진정한 서민정당으로 발돋움해야 할 때라고 본다."

▲ 새정치민주연합 이인영 의원 ⓒ 시사오늘 변상이 기자

"'동북아의 균형추'가 될 것인가, '동북아의 섬'이 될 것인가"

이날 이인영 의원은 새정치연합이 정권을 잡기 위해서는, 국민들에게 '야당이 집권하면 ○○만큼은 해결할 수 있다'는 인식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비정규직 문제', '사회적 가치 실천', '남북통일' 등 세 가지를 꼽았다.

비정규직 문제- "IMF 이후 우리나라는 기업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한 경제정책만을 제시해 왔다. 노동시장정책에는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15년 동안 이와 같은 정책 기조를 유지하다보니 비정규직이 우리 사회에 너무 만연해졌다. 나는 세월호 참사가 비정규직에 대한 일종의 경고라고 생각한다. 세월호에 탑승한 대부분의 선원이 비정규직이었다. 심지어 배를 직접 운전하는 선장마저 비정규직이었다. 정부여당은 이를 목격하고도 비정규직을 늘리려 하고 있다. 야당이 집권하면 비정규직을 해결하겠구나, 하다못해 단계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겠구나 하는 확신을 국민들에게 줘야 한다."

사회적 가치 실천- "보수와 진보의 경계가 모호해졌지만, 야당은 여당보다 1%의 '사회적DNA'가 다르다. 그 1%가 결정적인 정체성 차이를 불러올 것이다. 사회적DNA란 사회적·공익적 가치에 대한 인식과 실천이다.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의료생협, 마을공동체 등 새정치연합은 새누리당과 다른 사회적 가치를 실천할 역량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이 대표적이다. 박 시장은 작은 변화를 모아 큰 변화를 시도하고 있지 않은가."

남북통일- "북측을 힘으로 제압해서 고치려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본다. 그들의 호전성을 기정사실화하고, 과감한 경제적 투자를 통해 북을 시장화·개방화의 길로 나아가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 기조, 개성공단으로 대표되는 남북경제교류협력 등이 그 예다. 소모적 기싸움 10년 하는 것보다 과감한 투자를 통해 긴장을 완화시키는 게 더 빠르다고 생각한다. 많게는 2000조에 달할지도 모른다는 통일비용을 미리 조금씩 낸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동북아의 균형추'가 될 것인가, '동북아의 섬'이 될 것인가는 우리들 손에 달려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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