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半朴'하라…위기의 親朴 생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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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半朴'하라…위기의 親朴 생존책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4.12.01 1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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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원, '형님' 김무성 모시고 여권 실세로 거듭나
이완구, 김무성과 호흡 맞추고 '2PM' 물망에 올라
이정현, '박근혜 복심' 내려놓고 호남 민심 잡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근홍 기자)

▲ (왼쪽부터)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 최경환 기획재정부장관 겸 경제부총리, 황우여 교육부장관 겸 사회부총리 ⓒ 뉴시스

친박(親朴)계가 단체로 물 먹었다. 황우여 사회부총리는 누리과정 예산 편성에 있어서 새누리당 지도부에게 물 먹고 정신을 못 차리더니 급기야 '셀프 물세례'를 맞았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경제정책에 대한 이견차로 김무성 대표와 연일 갈등하는 모양새다.

'친박 핵심, 김무성 저격수' 홍문종 의원은 아프리카박물관 노예 노동 사건, 총선 당시 교직원 동원 의혹에 이어 최측근의 학원 불법 운용 사실이 적발돼 물의를 빚었고, '친박 좌장' 서청원 최고위원은 김무성 대표에게 패배한 이후, 뚜렷한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은 위기 상황 속에서 '반만 친박', 이른바 '반박(半朴)' 처신을 통해 생존에 성공한 3인의 친박계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형님 김무성'을 모시고 여권의 실세로 거듭난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 역시 김 대표와 세월호 특별법 등에서 호흡을 맞춰 차기 국무총리 물망에 오른 '2PM(李·Prime Minister)' 이완구 원내대표, 그리고 '박근혜 복심'을 내려놓는 대신 호남 민심을 잡고 김무성 대표의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는 이정현 최고위원이 바로 그들이다.

물 먹은 친박계, 황우여·최경환·홍문종·서청원

황우여 사회부총리는 내년도 '누리과정(무상보육)' 예산과 관련해 새누리당 지도부와 충돌했다. 지난달 20일 황 부총리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야 간사들과 회동 끝에 합의한 누리과정 예산을 당 지도부가 번복하고 나선 것. 결국 누리과정 예산 우회 지원 합의의 공은 여야 원내지도부들에게 돌아갔고, 황 부총리는 잔뜩 체면을 구겼다. 급기야 그는 26일 독일 프레드리히-알렉산더대학교 부산캠퍼스에서 '셀프 물세례'를 맞았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경제정책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김 대표는 "'초이노믹스'라 불리는 최경환 부총리식 경기부양책이 우려된다"는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칙위원장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맞장구치기도 했다. 최 부총리와 김 대표가 최근 '정리해고 요건 완화'에 대해서 공동전선을 펼치는 모양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두 사람은 결국 잠재적인 대권 라이벌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잡음은 김무성 대표가 당을 처음 맡아서…", "개헌 봇물, 김 대표 개인의 정치적인 욕심이 앞섰다", "김 대표는 뼛속까지 반성해야 한다." '친박 핵심'이자 '김무성 저격수'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의 김 대표에 대한 공격 발언이다. 홍 의원은 아프리카박물관 노예 노동 사건, 총선 당시 교직원 동원 의혹에 이어 최측근의 학원 불법 운용 사실이 적발돼 물의를 빚고 있다.

'친박 좌장'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은 조용하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김 대표에게 패배한 이후, 뚜렷한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친박계 의원 모임을 통해 세를 결집하려 하고 있지만 내세울 사람도, 내밀 카드도 없는 답답한 상황이다.

살고자하면 '반박(半朴)'하라…김재원·이완구·이정현

▲ 새누리당 이정현 최고위원(오른쪽),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 ⓒ 뉴시스

이처럼 위기에 처한 친박계에서 '반만 친박', 이른바 '반박(半朴)' 처신을 통해 생존에 성공한 3인의 의원이 있어 이목이 집중된다.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으로 하여금 청와대에 입성하게 만든 대표적인 '친박 브레인'으로 통한다. 이 때문에 2008년에는 친박 핵심인물로 분류돼 당시 친이계로부터 공천학살을 당하기도 했다.

이후 제19대 국회에 재등원한 김 부대표는 김무성 대표를 형님처럼 대하며 '반박'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는 2013년 NLL 대화록 파문과 관련, "형님 잘 모셔서 마음에 들어볼까 노심초사 중이다. 형님이 무엇이든 시키는 대로 할 생각이다. 나를 지켜봐 달라"는 문자 메시지를 김 대표에게 보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 부대표는 최근 '누리과정' 예산 편성 과정에서 황우여 사회부총리와 여야 간사간의 합의를 "황 부총리의 월권행위"라며 번복해 '부총리 위에 있는 수석부대표'라는 수식어를 얻기도 했다.

그가 합의를 번복한 까닭은 청와대의 직접적인 지시에 있다는 분석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친박 인사로만 분류됐던 김 부대표가 '형님 김무성'을 모시면서 당·청간 '직통 가교'라는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 새누리당 이정현 최고위원(왼쪽), 이완구 원내대표 ⓒ 뉴시스

이완구 원내대표

'2PM(李·Prime Minister)'이라는 말이 여의도 정가(街)를 돌고 있다. 차기 국무총리는 새누리당 이(李)완구 원내대표의 자리가 될 것이라는 의미다. 2009년 충남도지사로 재임할 당시, "행정도시가 무산될 때 국민 신뢰는 깨질 것"이라며 세종시법 수정안에 반발해 지사직을 전격 사퇴할 정도로 터프한 정치인인 이 원내대표가 어떻게 차기 국무총리 물망에까지 오르게 된 것일까.

이 원내대표는 지사직을 던지면서 당시 세종시법 원안을 지지한 박근혜 대통령과 뜻을 같이 했다. 이후 지난 대선에서 자신의 고향인 충남에서 선대위원장을 맡으며 친박으로 분류되기 시작했고, 올해 초 당내 친박계가 그를 원내대표로 추대하면서 '친박 핵심'으로 자리매김했다.

여권 내에서 이 원내대표는 계파적 색채가 뚜렷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원체 계파색이 옅었던 그는 김무성 대표와 짝을 이뤄 야당과 세월호 특별법 협상을 벌였고, 이후 자연스레 '반만 친박', '반박'의 행보를 보였다. 이 원내대표는 특별법을 두고 사분오열되는 새정치민주연합 원내 지도부의 모습과 달리, 협상 과정 처음부터 끝까지 김 대표와 함께 우직한 모습을 보임으로써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이정현 최고위원

새누리당 이정현 최고위원은 '친박 중 친박, 박(朴)의 남자'라는 말까지 듣곤 했던 이 위원의 최근 행보는 그야말로 '반박'에 가깝다. '박근혜의 복심'이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지역 살림에 치중해 호남 민심을 꽉 잡았다.

전남 순천 곡성에서 '여권 최초 호남 지역구 당선'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여의도에 화려하게 입성한 그에 대해, 당초 정치권에서는 '원내에서 박근혜의 입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예측과 달리 이 위원은 줄곧 지역 민심 잡기에 치중했다.

박근혜 정권의 현안에 대해서도 무겁게 입을 닫았다. 세월호 참사를 놓고 박 대통령을 향한 비난 수위가 거세지자 지난 8월 "대통령 업무가 바빠서 유가족들을 만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한 것이 전부였다. 이 발언 이외에 이 위원은 박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그 결과, 이 위원은 호남 민심을 꽉 잡았다. 친박 행보를 자제하는데다가 예산을 잘 따오는 정치인이라는 이름표가 붙자 여당 의원에게 비우호적이던 지역 주민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

지난달 26일 <시사오늘>과 만난 호남 정계의 한 인사는 "이정현 최고위원의 당선부터가 호남 민심의 변화를 보여주는 증거"라며 "이 위원이 '예산 폭탄'을 끌어오는 등 지속적인 지역 행보를 보인다면 언제 김무성의 대항마로 떠올라도 신기한 일이 아니다. 호남 민심을 잡은 여권 인사는 강력한 대선주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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