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박원순…인권헌장·낙하산 인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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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박원순…인권헌장·낙하산 인사 논란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4.12.08 12: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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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민인권헌장' 두고 지지 세력과 대립각
서울시립교향악단 사태, 낙하산 인사 논란
박원순, 정말 개신교·문화계 표심을 노렸나?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근홍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 ⓒ 뉴시스

박원순 서울시장이 흔들린다. '외환(外患)'은 없는데, '내우(內憂)'에 위기를 겪고 있는 모양새다. '서울시민인권헌장'과 관련 기존 자신의 지지 세력과 대립각을 세우는가 하면, 서울시립교향악단 사태를 두고는 '낙하산 인사'로 발생한 문제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줄곧 1위를 차지하던 박 시장의 기세가, 이로 인해 한풀 꺾일 것이라는 목소리도 정치권 일각에서 나온다. 서울시향 사태와 인권헌장 제정 논란의 이면에는 '인권 변호사' 이미지를 탈피하고 확실하게 '대권주자'로 입지를 굳히고 싶은 박 시장의 속내가 숨어있는데, 너무 이르고 무리한 대권행보라는 지적.

'서울시민인권헌장' 두고 지지 세력과 대립각
박원순, "인권헌장 만들어서 나를 곤경에 빠뜨리려 하느냐"

▲ 박원순 서울시장을 규탄하는 인권단체 ⓒ 뉴시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시민이 누려야 할 인권적 가치와 규범을 위해 서울시민 권리헌장을 만들 것'을 공약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180여명의 시민참여의원들과 함께 지난달 28일 '서울시민인권헌장의 선포를 촉구하는 인권헌장 제정 시민위원회'를 통해 '서울시민인권헌장'을 채택했다.

인권헌장 제정 과정은 '성소수자 차별 금지 조항'을 둘러싼 극우개신교단체와 인권단체의 갈등으로 혼란스러웠다. 개신교단체는 '동성애 반대'를 내세우며 박 시장을 압박했다. 인권단체는 '인권에는 혐오와 차별이 설 곳 없다'며 기존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인권헌장은 채택됐지만 이들의 갈등은 계속 됐다. 

결국 박 시장은 개신교의 손을 들어줬다. 전효관 서울혁신기획관은 30일 "서울시는 긴 시간을 두더라도 시민위원회 합의를 촉구했지만 투표로 이뤄진 것에 대해 수용하기 어렵다. 미합의 사항을 제외하고 인권헌장을 발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만장일치가 아니면 인권헌장을 제정할 수 없다는 의미다. 오는 10일 '세계인권의 날'에 맞춰 발표하려던 서울시민인권헌장을 사실상 폐기한 것.

성소수자 인권단체와 이를 지지하는 정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즉각 반발했다. 이들은 7일 서울시청에서 <성소수자 인권 지지와 서울시민인권헌장 선포 촉구 인권시민사회>를 결성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참여연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 박 시장이 '인권 변호사'로 활동하던 시절 몸담았던 시민단체와, 그간 그와 정치적 행보를 같이  정의당·노동당 등 진보정당 등이 참여했다. 기존 박 시장의 지지 세력이 그를 규탄하고 나선 것.

이 자리에서 참여연대 이태호 사무처장은 "서울시는 인권헌장이라는 좋은 일을 시작한 만큼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한다"며 "성소수자 차별금지 조항이 빠진다면 인권헌장이 제 역할을 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민변은 "인권헌장의 권한을 시민위원회에 줬기 때문에 그들이 적법한 표결 절차를 통해 채택한 헌장을 서울시가 선포해야 한다"며 "박 시장은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하지 말라"고 내세웠다.

이와 관련, 인권헌장에 대한 박원순 서울시장의 이전 발언이 공개돼 논란이 되고 있다. 김형완 인권정책연구소장은 "박 시장이 지난달 28일 '서울시민인권헌장은 뭐 하러 만드느냐', '곤경에 빠뜨리려고 작정했느냐'는 말을 했다"고 폭로했다. <기독신문>은 "지난 1일 한국장로교총연합회 임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박 시장이 '(논란에 대해) 죄송하다. 사회갈등이 커지면 안 하는 것만 못하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박 시장의 발언에 대해, 지난해 동성과 혼인해 화제가 됐던 김조광수 영화감독은 4일 국민라디오<조상운의 뉴스바>에 나와 "박 시장이 보수적인 기독교세력과 손을 잡았거나 눈치를 보는 것 같다"며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시점에서 기독교세력들의 표를 의식해 생각이 달라진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비난했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사태, 낙하산 인사 논란
박현정, "이번 사태는 정명훈과 박원순의 합작품"

▲ 박원순 서울시장(왼쪽), 박현정 서울시향 대표 ⓒ 뉴시스

인권헌장 문제만으로도 충분히 골치 아픈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설상가상, 또 다른 '내우'가 찾아왔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이 박현정 대표의 '폭언·성희롱' 의혹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는 것. 박 대표는 문화계 인물 밖에서 박 시장이 직접 고른 '외부 전문가'다.

서울시향 직원들은 2일 "박현정 대표가 일상적인 폭언과 욕설, 성희롱 등으로 직원들의 인권을 유린했다"고 폭로하며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개채용 절차 없이 지인의 자녀 등을 채용했다"며 인사전횡에 대한 의혹 또한 제기했다.

박현정 대표는 단 한 번도 문화와 관련한 일을 해본 적 없는 사람이다. 박 대표는 삼성금융연구소를 거쳐 삼성생명 경영기획실, 삼성생명 마케팅전략그룹 전무를 역임한 금융계 인사다. 박 시장은 '삼고초려' 끝에 그를 서울시향 대표로 영입했다고 알려졌다.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전혀 실무와 연관 없는 인사를 대표직에 앉혀 이 같은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 서울시는 "기존 정명훈 예술 감독이 음악적인 부분을 총괄하고, 박현정 대표가 전문경영인 역할을 맡으면 좋다는 판단 하에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4일 YTN에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이번 사태는) 정명훈 예술 감독이 11월 안에 나를 바꾸지 않으면 예술 감독 재계약에 응하지 않겠다고 해 생긴 일이다. 문화계의 표가 필요한 박 시장이 내게 나가라고 했고, 남은 일을 마무리만 하고 나가겠다고 하자 '왜 이리 억지를 부리느냐'고 했다. 그 이후 이런 자료가 언론에 조직적으로 퍼졌다"며 "그동안 정명훈 감독이 서울시향을 사조직처럼 운영해 온 사실을 잘 아는 나를 내치려는, 재계약을 하고 싶지 않는 정명한 감독과, 정 감독을 꼭 잡고 싶어 하는 박 시장의 합작품"이라고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차기 대선을 앞두고 문화계 표가 필요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자신을 내치고 정명훈 감독 위주로 서울시향을 꾸리려 한다는 것.

이어 박 대표는 5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일은 배후에 정명훈 감독이 있고 본인은 정치적 희생양이라는 것이냐'는 기자의 물음에 "그렇다고 생각한다"며 "인사전횡은 한 적 없다. 폭언·성희롱을 했다고 하면 정말 하는 게 되느냐, 구체적으로 언제, 어떻게 했다는 건지 (직원들과) 얘기해보고 싶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4일 오후 '서울시향 관련 서울시 입장'이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현재 서울시향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진행 중인 만큼 최대한 협조할 것이다. 결과에 따라 엄정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진보정당·문화계, 인권헌장 논란과 서울시향 사태에 강력 비판

▲ 박원순 서울시장(오른쪽),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 ⓒ 뉴시스

진보정당과 문화계는 각각 인권헌장 논란과 서울시향 사태에 대해 박 시장의 태도를 이해를 할 수 없다며 비판했다.

천호선 정의당 대표는 8일 상무위원회에서 "공약이기도 하며 시민위원들이 수개월간 심도 깊게 논의한 시민인권헌장을 박원순 시장이 일방적으로 폐기해 버린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라고 지적했다.

통합진보당 김재연 대변인도 7일 논평을 통해 "인권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것이 아니다. 찬성과 반대의 대상도 아니다. 박원순 시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인권헌장 제정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성수 문화평론가는 4일 YTN에 출연,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시의 치적으로 삼기 위해 정명훈 지휘자와 연봉 2억2000만 원에 회당 지휘료 4800만 원이라는 너무 과한 계약을 했다"며 "박원순 시장으로 넘어오면서 이 부분을 고쳐야 했는데, 박 시장 역시 아름다운 재단을 운영하던 당시에 연주회를 찬조 받은 인연이 있어 일정 정도 돈을 깎는 데에만 그쳤다"고 꼬집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7일 한 언론에 기고한 글에서 "(박현정 대표 논란은) 대기업에서 활약했다는 스펙만을 믿고 쉽게 임명한 인사 참극, 우리사회에 암약하고 있는 스펙주의의 전형"이라며 박 시장의 낙하산 인사를 비판했다.

박원순은 정말 개신교·문화계 표심을 노렸나
"무리한 대권주자 행보, 너무 이른 감 없지 않아"


이와 관련 인권헌장 제정은 박 시장이 차기대선에서 보수층의 표를 얻기 위해 포기한 것이고, 서울시향사태는 재계약을 원하지 않는 정명훈 감독을 박 시장이 대권을 의식해 억지로 잡으려 하다 보니 발생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 시장은 지난 9월 미국을 방문해 워싱턴 외교 인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서울과 평양의 자매결연을 제안하고 서울시향의 평양공연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우리 문화계의 대표적인 아이콘, 정명훈 감독은 박 시장에게 반드시 필요한 존재.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8일 <시사오늘>과 한 통화에서 "인권변호사에서 벗어나 '나는 정치인'이라고 공표한 것이나 다름없다"면서도 "박원순 시장이 아직 '정치1단'티가 난다. 아직 대선까지 3년이나 남았는데 보수표 잡겠다고 지지세력 표심 흔드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서울시향의 경우, 평양 공연 한번 하겠다고 인사 논란에 휩싸였으니, '인사가 만사'라는 YS의 말이 떠오른다"고 밝혔다.

야권 정계의 한 인사는 이날 본지와 나눈 통화에서 "무리한 대권주자 행보 같다. 너무 이르다는 생각이 든다"며 "문재인 의원의 당권 도전을 박 시장이 의식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지금부터 뭔가 보여줘야겠다, 표심을 잡아야겠다는 부담을 느낄 필요가 없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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